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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산 작천소령~오소재 7km 기암+진달래 능선길

문성식 2012. 4. 3. 16:46
[진달래 새코스-주작산] 주작산 작천소령~오소재 7km 기암+진달래 능선길 ‘슬로 산행’
뼛조각처럼 흰 기암봉 사이마다 연분홍 진달래 꽃무리

▲ 오소재 쪽을 향해 가다가 뒤돌아본 작천소령~주작산 간 암릉과 진달래. 작천소령~오소재 간 능선에서는 거의 이런 풍경의 연속이다.
경남의 명산 두륜산에서 북동쪽 강진 주작산 방면으로 길쭉하게 뻗은 산릉은 수많은 암괴들로 연이어진다. 두륜산 두륜봉 같은 암봉처럼 긴 바위 등줄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 누구든 필경 바위 불꽃이라거나 공룡 이빨 같은 것에 비유할 크고 작은 기암봉으로 온통 들쑥날쑥하다. 예전에는 이 산릉을 가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고참 산꾼들이 초심자는 함부로 갈 데가 아니라고 짐짓 무게를 잡곤 했던 대상지 중 하나다.

그 고참꾼들조차 아직 잘 모르는 이 능선의 비밀이 한 가지 있으니, 4월이면 온 산릉이 진달래로 화려하게 치장한다는 사실이다. 1대간 9정맥 종주 붐이 인 이후 종주꾼들이 호남정맥에 이어 덕룡산 넘어 오소재~두륜산~땅끝으로 땅끝기맥 종주를 거듭한 덕에 이제는 고참들의 은근한 협박성 조언을 흘려들어도 좋을 정도로 길이 좋아졌다. 그러나 오랜 종주꾼들 중에도 4월의 이 능선이 보이는 화려함을 모르는 이가 많다.

▲ (좌)작천소령 지나 오소재로 가다가 왼쪽 주작산 정상쪽으로 이어진 암릉길로 나선 취재진. 이곳에서 보는 암릉+진달래 풍광이 그 중 으뜸이었다. (우)작천소령~오소재 간 암릉 곳곳에는 밧줄이 설치돼 있어 초심자라도 갈 수 있다.
2009년 4월 6일 이 산릉의 진달래 소문을 듣고 일부러 때를 맞추어 찾아갔다. 주작산자연휴양림 산막 창문을 열자, 저기 주작산~작천소령 능선의 흰 암봉 아래 산비탈들은 아예 연분홍의 천을 들씌운 것처럼 불그스레했다.

휴양림을 나서서 그 연분홍 일색의 산릉을 향해 일단 작천소령으로 오르는 사이, 북쪽 저편에 불끈 솟은 덕룡산으로 시선이 저절로 이끌렸다. 고작 해발 400m대의 산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맹렬한 기세로 솟아오른 그 바위산은 그러나 그 어디에도 붉은빛이 뵈지 않았다. 아직 봄기운이 저 산봉까지는 미치지 않은 것인가. “글쎄요. 왜 저렇게 다를까,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고 휴양림 직원도 얼버무렸다. 그래서 덕룡산이 4월에도 마치 불에 그을린 듯 거무스름한 이유는 수수께끼로 남았다.

주작산 정상 방향 기암봉에서의 조망 으뜸
▲ (위)왼쪽 저 멀리 두륜산 직전 오소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암릉+진달래길. (아래)작천소령~오소재 간 능선 중간의 널찍한 진달래밭.
작천소령 고갯마루에는 특이하게도 양란 재배농장 비닐하우스들이 들어서 있다. 이 지역의 기후가 그렇듯 온화하다는 뜻이겠다. 비닐하우스들 사이를 지나 고갯마루를 넘자마자 임도 삼거리로 내려선 다음 왼쪽으로 20m 가면 리본이 여럿 매달린 등산로 입구가 뵌다. 도암개인택시 전화번호(011-9666-1787)를 알리는 팻말까지 서 있을 만큼 이 작천소령은 땅끝기맥 종주꾼들이 애용하는 등하산 길목이다.

리본이 이끄는 대로 산길로 들어선 지 오래지 않아 일행은 눈부신 빛의 잔치에 황홀해졌다. 오랜 세월 두고 풍우와 햇살로 반복 탈색되어 이제는 사막의 뼛조각처럼 희어진 기암봉 무리 사이 여기저기 부드러운 터치로 진달래의 연분홍빛이 번지듯 채색되어 있다. 그 풍경 속으로 들어, 꽃무리 속에 얼굴을 묻거나 혹은 기암 위에 올라 앉기도 하며 봄산 도원경을 즐겼다.

땅끝기맥 종주로를 따라 가다가 왼쪽 주작산 정상 방면의 샛길로 100m쯤 가면 휴양림에서 뵈던 그 흰 기암봉 정상부에 오르게 되는데, 이곳에서 보는 ‘오소재 방면 산록의 기암+진달래 풍치’가 그 중 엄지로 꼽을 만하다. 이런 길은 결코 서둘러 빨리 갈 일이 아니다 싶어 이 바위 꼭대기, 저 바위 모퉁이로 나서 요모조모 시선을 달리해 풍경을 완상하며 느림보 산행으로 이어갔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다녔어도 역시 바위가 많은 능선이라 족적이 희미한 곳이 많았다. 때문에 종종 엉뚱한 데로 잘못 나서곤 했는데, 길 잘못 들기 정말 잘했다 싶게 풍치가 좋은 조망점이 수두룩했다. 단, 제길로 찾아들려면 그대로 온 길을 되짚어 나가야 한다. 성급한 마음에 바로 저 앞에 뵈는 밧줄 길로 곧장 가로질러 가려다가 절벽에 막혀 먼 거리를 되짚어가야 하는 경우가 여러 번이었다.

▲ 기암봉이 상어 이빨인양 연달아 솟은 작천소령~오소재 능선 중간.
작천소령~오소재 간에는 422m봉, 412m봉, 402m봉 등 이름 없고 그 위치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연이어 서서 전체적으로 기나긴 바위능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짧은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힘이 좀 드는 편이었고, 삐죽한 바위 모서리가 이마 가까이를 스치는 곳도 많은 탓에 산행 속도가 더더욱 느려졌다.

기암봉+진달래 풍광은 거의 끊이지 않고 이어져서, 왼쪽 저 아래로 찾길이 와 닿은 관악사가 뵐 때는 그만 여기서 산행을 끝내고 하산해도 별 미련 없겠다 싶어졌다. 산릉은 전체적으로 왼쪽 남동사면이 급격하게 깎아지른 듯 급경사이고 오른쪽 북서사면이 비교적 완만했으나, 그래도 쉽사리 내려설 수 있는 경사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만약 초장에 좀 지쳐뵈는 사람이 있다면 관악사로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 이후로는 꼼짝없이 오소재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휴양림에서 오소재까지 GPS로 체크한 거리는 7km인데 실제 걸은 느낌으로는 사뭇 그 갑절쯤은 되는 것 같았다.

▲ (위)능선 중간에서 저 멀리 갈 길을 가늠해보고 있는 취재팀. (아래)여러 형상의 기암이 여기저기 선 작천소령~오소재 간 진달래 능선은 경치는 좋지만 항상 발아래나 머리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오른쪽 저 아래로 얇고 길게 병풍처럼 세워진 기암은 찬란하게 햇살을 반사하는 동백과 산죽 숲을 배경 삼고 몇 점 진달래꽃 무리로 가볍게 화장하듯 장식했다. 참으로 우리가 때도 잘 맞추고 산행 방향도 잘 잡았다며 자화자찬한다. 작천소령→오소재가 아니라 오소재→작천소령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우리는 이 산릉 특유의 찬란하고도 조화로운 풍경 중 상당수를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작천소령~오소재간 중간 지점을 지나며 바위능선의 기세는 눈에 띄게 수그러들었다. 3분의2쯤 되는 곳을 지나면서는 이윽고 바위능선도 끝이려나 싶어지며 저 앞으로 두륜산릉이 전에 없이 커다란 장벽의 기세로 일어선다.

하지만 바위 능선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쉬양릿재(강진군 신전면 수양리의 고개라는 뜻으로 보임) 3.82km 오심재 2km→’ 팻말이 선 곳을 지나 육산 봉우리 하나를 넘자 뾰족한 바위들이 흡사 밀집 대형의 창검처럼 촘촘한 기암봉이 또 하나 나선 것이다. 그 왼쪽 옆 산 그늘 속으로 오소재(오심재)를 넘는 찻길이 희미하게 보였다.

기암봉을 곧장 넘어가 로프를 잡고 내려서자 나무계단길이 나선다. 이렇게 넘지 않고, 우회하는 길도 나 있다. 막상 진달래 바위 능선과 결별하려니 다소간 아쉬워 지나온 기나긴 산릉을 일별하고는 오소재 찻길로 내려섰다.

어느새 오후 4시다. 9시경 산행을 시작했으니 1km에 1시간씩, 7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았고, 딱 알맞은 안성맞춤 산행이었다는 느낌이다. 봄맞이 슬로산행 한 번 제대로 했다며 휘파람 더불어 저 위 오소재 샘터로 향했다.

아직 한 번도 봄의 이 오소재~작천소령 산릉을 걸어보지 않았다면 올해 한 번 원행을 시도해보시라 권한다. ※진달래 명산8선은 별책부록 참조. 

[산행 길잡이]
7km에 4~5시간은 잡아야 제대로 진달래 구경
▲ 1 강진에서 영암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벚꽃 드라이브길. 2 오소재의 약수터.연중 맛난 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곳으로, 주차하기에도 편하다. 3 강진의 미항으로 불리는 마량항. 강진에 갔다면 이곳까지 드라이브 삼아 한 번 다녀오기를 권한다.
두륜산과 주작·덕룡산 사이의 오소재~작천소령 능선은 총 7km의 바위능선길이다. 하루 산행 길로 짧은 것 같지만 기복이 심한 바윗길이어서 4~5시간은 걸린다. 낡아서 끊어질지도 모르겠다 싶은 밧줄 구간도 여럿이므로 주의한다.

방향은 햇살을 받는 진달래밭 풍경을 감안, 작천소령→오소재가 경험상 좋은 것 같다. 도중에 샛길은 관악사 방면 한 가닥만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의 경우, 부상자가 생겨 탈출해야 할 상황을 가정해 길이 20m 정도의 보조로프는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식수는 동쪽 끝의 주작산자연휴양림과 서쪽 끝의 오소재 샘터 두 군데에서 구할 수 있다.

욕심을 내서 덕룡산까지 볼 생각이라면 아침 일찍 시작해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이다. 덕룡산을 넘는 데만도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산릉에 진달래가 필 무렵이면 강진~영암간 829번 지방도를 따라 조성된 벚꽃길도 절정이다. 그러므로 산행전후 하여 이 길의 드라이브를 권한다. 길이 약 20km쯤 되며, 영암에서도 북쪽으로 또한 한동안 벚꽃 도로가 이어진다.

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강진 경유해 작천소령 아래 주작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 산행 후, 오소재로 내려선 다음에는 해남으로 나가도록 한다.

서울→강진  강남고속터미널(센트럴시티터미널·02-2088-2635)에서 하루 6회 (07:30 09:30 11:30 13:30 15:30 17:40) 운행. 5시간 소요. 우등고속 2만9,200원.

부산~강진  07:30~16:55, 22회 운행. 5시간 소요. 2만700원. 강진시외버스터미널 전화 061-434-2053.
강진에서 주작산자연휴양림 아래의 신전면소재지 가는 버스가 40~50분 간격(06:00~19:30)으로 운행한다. 강진교통 061-434-9621. 신전면소재지까지 25분 소요, 요금 1,650원. 신전면에서 휴양림까지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신전택시 061-432-4747.

오소재(오심이재)→해남  오소재 남동쪽 아래 북일면 신전리 내동마을에서 회차해 출발한 버스가 5분 뒤 오소재를 지나(08:55 10:55 12:55 13:55 15:55 17:55 19:05) 해남으로 간다. 해남교통 061-533-8826.
해남시외버스터미널(061-534-0881) 하루 7회 서울행 고속버스 운행. 서울행 막차 17:30.
광주에서 강진과 해남으로 시외버스가 수시 운행되고 광주에서 전국 각 대도시로 버스가 연결되므로  광주를 중간 경유지로 삼는 것도 좋다.
오소재에서 신전면소재지 신전택시(061-432-4747)나 도암개인택시(011-9666-1787)를 불러 주작산자연휴양림(061-430-3306)으로 되돌아갈 경우 택시비 15만000~1만6000원.

숙박
주작산자연휴양림(061-430-3306)에 숲속의 집 등 시설이 구비돼 있다. 혹은 강진이나 해남의 업소 이용. 또는 오소재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두륜산 도립공원 대흥사 입구 시설지구의 숙박시설 이용.

맛집(지역번호 061)
강진군 군동면의 청자골종가집(433-1100)은 2만~3만 원으로 갈 수 있는 한식집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그 외 강진읍내의 해태식당(434-2486), 명동식당(434-2417)이 한정식집으로 꼽을 만하다. 

[명소] 설아다원
1만여 평 유기농 차밭 가꿔…직접 덖는 체험도 가능


오소재로 하산한 뒤 한 번 들러 볼만한 해남의 다원이다. 두륜산 남쪽 해남군 북일면 흥촌리 조망이 멋진 산기슭 1만여 평에 오근선(49)·마승미(40) 부부가 유기농 차를 가꾸고 있다. “차나무와 뒤편의 두륜산 앞의 들판, 강진과 완도 바다가 호수처럼 있는 풍광을 보고 자고 가는 길손들이 늘어났고, 그래서 사랑방을 한 채 마련했는데 그냥 와서 먹고 놀다가는 것이 미안하다고 민박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말들에 체험민박까지 하게 되었다”고 부부는 말한다.

봄이면 차 만들기 체험장을 운영한다. 학생과 가족이 단체로 가서 직접 찻잎을 따서 덖어 포장해서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주인이 친절히 차 덖는 과정을 안내한다. 넓은 마당에서는 널뛰기·그네·투호·줄넘기도 할 수 있고, 주인 내외가 풍물과 판소리로 손을 즐겁게도 한다. 문의 053-533-3083, 홈페이지 www.seoladawon.co.kr

그 외, 강진에서는 강진 청자사업소가 한 번 들러볼 만하다. 도예가 20여 명이 도자기를 직접 제작, 판매도 한다.


/ 글·사진 안중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