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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잣봉의 연장, 장성산 쌍쥐바위 전망대 코스

문성식 2012. 4. 3. 16:52
[동강 잣봉 새 코스-르포] 잣봉의 연장, 장성산 쌍쥐바위 전망대 코스 답사
상상 초월하는 동강 조망을 기대하라!

▲ 어라연이 내려다보이는 잣봉 직전의 전망 포인트. 굽이쳐 흐르는 동강과 삼선암의 모습이 장관이다.
새로운 것에 대해 거는 기대는 늘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희망의 덩어리가 너무 크면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가끔은 하늘이 던져주는 놀라운 선물에 기대 이상의 큰 만족을 경험하기도 한다. 산에서 만나는 멋진 경치 또한 그러한 것들 가운데 하나다.

“역시 동강이야!”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나왔다. 잣봉에서 보는 어라연 정도만 돼도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장성산 쌍쥐바위 전망대는 훨씬 넓고 장엄한 동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였다. 동강의 새로운 조망처에 목마른 이들에게 이곳은 축복이다.
▲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장성산 주능선의 노송.
영월군이 조성한 잣봉과 장승봉 연결 코스

동강 전망대로 잘 알려진 잣봉(537m)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이다.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동강의 백미로 불리는 어라연 전망이 단연 압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산행 치고는 거리가 짧아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해 잣봉에서 장성산(694m)을 거쳐 문산리까지 이어지는 연장코스가 완성됐다. 이 코스는 영월군에서 인력과 예산을 투자해 조성한 것으로 최근 마무리가 끝났다. 이 잣봉 연장 코스를 영월군 등산연합회(회장 김장섭)와 영월군청 직원들의 협조를 얻어 함께 답사했다.

오락가락하던 하늘빛이 오랜만에 파랗게 변했다. 환절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날씨 변덕이 심한 3월은 낯설다. 초여름처럼 기온이 올라갔다가도 한쪽에서는 폭설 소식이 들린다. 산행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일기예보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날을 골라 산에서 맑은 하늘을 봤다.

▲ 1 잣봉 주능선에 오르면 만나게 되는 낙엽송 숲. 여유롭고 아늑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2 잣봉 남쪽 능선 동쪽에 마련되어 있는 목조데크 전망대. 잠시 숨을 돌리고 앉아 머무르기 좋은 장소다. 3 장성산 주능선의 가파른 사면에는 안전을 위해 밧줄을 설치했다.
산행은 이미 잘 알려진 잣봉 코스를 먼저 밟은 뒤, 장성산 코스로 이어보기로 했다. 거운교 너머 공터에 차를 세우고 동강안내소 앞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걸었다. 잣봉 오름길의 초반부는 이렇게 차가 다니는 길을 이용한다. 길 옆에 보이는 새로운 숙박시설에서 동강이 겪고 있는 변화가 보이는 듯했다. 보존의 깃발 너머로 불어오는 개발의 바람은 역시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잠시 후 어라연으로 내려가는 도로와 갈리는 삼거리를 지나쳐 직진해 고개를 넘었다. 산속에 자리잡은 마차마을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150m쯤 진행한 뒤 다시 왼쪽으로 돌아가는 산길을 탔다. 그리고 북쪽으로 파고든 계곡을 따라 5분쯤 들어가니 오른쪽에 도랑을 넘는 작은 다리가 보였다. 이 다리를 건너 급사면에 조성한 긴 계단을 따라 고도를 높이면 잣봉 남쪽 능선에 오르게 된다.

주능선은 의외로 평탄하고 넓었다. 무자비한 오름길의 공포에서 벗어나니 안도감이 몰려온다. 낙엽송이 보기 좋은 간격으로 자라고 있는 산속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서두르는 통에 아침도 걸렀던 터라 시장기가 몰려왔다. 요기라도 하려 했더니, 등산연합회 김장섭 회장이 더 좋은 자리가 있으니 조금만 더 가자며 앞장섰다.

잣봉에서 보는 어라연 경치는 명품급
▲ 반원형으로 돌아가는 강줄기와 문산마을이 한눈에 조망되는 쌍쥐바위 전망대.
능선 위에는 잘 빠진 소나무들이 무리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동강 조망도 볼거리지만 이곳의 자연미 또한 결코 빠지지 않았다. 산길 주변은 온통 꼬리진달래 군락지다. 겨울철에도 잎이 그대로 달려 있는 꼬리진달래 나무가 지천이다. 진달래와 철쭉꽃이 모두 진 다음에 피는 꼬리진달래는 흰색 꽃에 꽃술이 길게 밖으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하얀 꽃이 가득한 잣봉 능선도 아름다울 것이다.

안부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10분 정도 가니 오른쪽 아래로 어라연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장소가 나타났다. 반원형의 목조 데크가 있어 휴식을 취하면서 주변 풍광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이곳의 평탄한 바닥에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놓으니, 산속에 뷔페를 옮겨놓은 것처럼 풍요롭다. 시장기를 달래는 수준을 넘어서는 포식을 했다.

전망대를 지나 정상을 향해 잠시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또 다른 전망장소가 나타났다. 어라연이 정면으로 보이며 동양화의 한 부분처럼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다. 옥색의 동강 위에 흑진주처럼 박혀 있는 삼선암의 모습이 장관이다. 이곳에서 다시 5분이면 잣봉 정상이다. 삼각점과 정상석이 서 있는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조망도 일품이다.

기존 등산로는 잣봉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동강 쪽으로 내려서는 것이다. 이 길을 통해 어라연 바로 앞의 전망장소를 돌아보고 강변을 따라 만지로 걸어가도록 되어 있다. 지금도 잣봉을 찾는 대부분의 등산객이 이 코스를 이용한다. 원점회귀가 가능한 제일 무난한 코스다. 하지만 잣봉에서 내려서는 구간이 가파르고 강변을 걸어야 하는 등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잣봉에서 서쪽으로 뻗은 능선이 장성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산길이다. 이미 예전부터 사람들이 다니긴 했지만 새롭게 단장하고 이정표도 세웠다. 이 산길은 잣봉과 장성산 사이의 안부에서 농로를 만난 뒤 건너편 산으로 오르게 된다.

장성산 오름길의 멋은 울창한 숲에 있다. 굵고 싱싱한 신갈나무에서 잎이 피어나면 산 전체가 녹색의 몸살을 앓을 것이다. 동강이 가까이 있지만 숲에 들어가면 그 기운을 느끼지 못한다. 유순한 능선길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면서 경사도 가팔라진다. 안부에서 20분이면 계단이 설치된 8부 능선까지 올라설 수 있다. 이 계단 주변은 노루귀 군락지로 4월이면 산자락에 가득한 꽃밭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1 문산리의 개울을 건너는 곳에는 커다란 바위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뒀다. 2 거운리 잣봉 초입. 동강안내소가 산으로 드나드는 문을 지키고 있다. 3 소나무가 가득한 잣봉 오름길.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산행을 할 수 있다.
까마득한 절벽 위 새 둥지 같은 전망대

▲ (위)정상석이 서 있는 잣봉 정상. 자그마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다. (아래) 칼날 같은 능선 위에 안전시설이 설치된 장성산 북릉.
바위지대에 놓인 계단을 통과해 오르면 다시 편안한 능선이다. 이런 넉넉함이 바로 장성산의 매력이다. 계단을 지나 15분이면 둥그렇게 정수리를 드러낸 장성산 정상에 선다. 잡목을 베어내고 깨끗하게 정리해 조망이 시원스럽다. 서쪽으로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접산 일대가 정면에 보이고, 남쪽으로 영월 뒷산인 봉래산과 천문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강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장성산에서 북쪽 능선을 타고 문산나루터를 향해 출발했다. 산길은 전형적인 능선길로 잠시 고도를 낮췄다가 다시 시원스런 봉우리로 올라선다. 하늘을 향해 멋지게 가지를 뻗은 노송이 서 있는 산정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내리막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좌우로 아찔한 절벽이 형성된 널찍한 능선은 상당히 가팔랐다. 수분을 머금은 땅이 미끄러워 조심스레 발을 옮겨야 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지만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흐르는 동강이 서서히 다가왔다. 숲 사이로 보이는 청록색 물빛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비탈길이 끝나면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위능선의 시작이다. 오른쪽은 완전 절벽이고 왼쪽도 경사가 대단하다. 영월군에서 설치한 기둥과 밧줄이 믿음직스럽다. 암릉 초입부에서 왼쪽의 문산2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에는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긴 밧줄을 설치해뒀다. 여기서 북쪽으로 100m 거리에 쌍쥐바위 전망대가 있다.

날카로운 능선 위에 조성된 쌍쥐바위 전망대는 10여 명이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을 정도의 자그마한 목조 데크다. 이곳에서 보는 동강 조망이 환상적이다. 잣봉의 조망이 액자 속 동강을 보는 것이라면, 이곳의 경치는 파노라마에 가깝다. 문산리마을을 싸고 도는 둥그런 동강 줄기의 처음과 끝이 한눈에 들 정도로 조망이 시원스럽다. 시야를 가리는 답답한 장애물도 전혀 없다. 강과 산이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풍광은 확실히 다른 곳과는 맛이 달랐다.

쌍쥐바위라는 명칭은 문산1리에서 보는 전망대 일대의 바위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마을에서 동강 건너로 보이는 절벽에 두 마리 쥐의 모습이 숨어 있다. 전망대 바로 밑에 쥐가 새끼에게 젓을 먹이는 모습의 바위가 있고, 또 다른 쥐 한 마리는 문산나루 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동강 물을 마시는 형상이다. 이 쌍쥐바위 덕분에 문산1리 금의마을은 가물어도 샘물이 마르지 않고 농사가 잘된다고 알려져 있다.

쌍쥐바위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의 예리함도 보통이 넘는다. 하지만 날등의 산길은 사람이 걷기 좋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둥을 박고 밧줄을 설치해둔 것도 눈길을 끈다. 북쪽 끄트머리에서 산길은 왼쪽으로 크게 꺾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덕분에 급사면을 우회해 안전하게 도로까지 내려올 수 있다. 산길은 도로를 만나면서 끝난다. 막판에 물을 건너는 곳에는 깍두기처럼 잘린 커다란 바위로 징검다리까지 만들어뒀다. 정말 친절한 영월군이다.

▲ 문산나루로 내려서는 구간. 목제 계단으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산행 길잡이]
가파른 구간과 절벽지대 주의해야


잣봉과 장성산을 연결하는 연장 코스는 새로운 동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준급 등산로다. 지난해 정비가 거의 마무리됐고 지금은 일부 미진한 부분만 보완하는 단계다. 기존의 거운리 다리에서 시작해 잣봉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변동이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길이 갈린다. 일반적인 잣봉 코스는 북동릉의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강변으로 내려선 다음, 만지나루와 어라연 상회를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

잣봉에서 장성산으로 가는 길은 새롭게 조성된 구간이다. 잣봉 서쪽 능선을 타고 안부를 거쳐 장성산까지는 약 1.4km 거리로 비교적 유순한 숲길이다. 하지만 장성산 정상부터 북쪽 문산나루 부근으로 이어지는 약 3.1km 구간의 산길은 가파르고 날카롭다. 이 능선 중간쯤에 새로운 동강의 명물이 될 쌍쥐바위 전망대가 있다.

등산로는 뚜렷하게 잘 정비되어 있고 이정표도 설치해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가파른 구간이나 절벽 등 위험한 지역은 밧줄로 안전시설을 해두었으나 절벽이 많은 코스라 등산객 스스로 주의가 필요하다. 중간에 쉬어갈 만한 목조 데크가 있으나 휴일에는 복잡할 수 있다. 식수는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거운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잣봉과 장성산을 경유해 문산나루까지 약 8km 거리로 산행시간만 4시간에서 4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코스는 영월에서 시내버스로 오갈 수 있어 편리하다. 영월에서 오전 8시50분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해 거운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문산리에서 오후 3시50분에 출발하는 영월행 버스를 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여유 있는 하루 산행이 가능한 코스다.

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영월행 시외버스 하루 13회 운행, 1시간50분 소요.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선)에서 영월행 고속버스 하루 7회 운행.
서울 청량리역에서 하루 7회(07:00, 07:32, 08:00, 12:00, 14:00, 17:00, 22:40) 무궁화호 열차 운행. 영월역 033-374-7788.
영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5회(06:20, 08:50, 12:50, 15:10, 18:30) 운행하는 문산리행 시내버스 이용, 거운리 거운분교 앞 하차. 문산1리에서 1일 5회(07:00, 09:30, 13:30, 15:50, 19:10) 운행하는 영월발 시내버스 이용. 
승용차는 영월역 앞에서 석항 방면으로 1.8km 진행해 좌회전하면 섭새로 들어가는 터널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7km쯤 가면 거운리에 도착한다.

숙박
▲ (위)문산1리 금의마을의 꿈꾸는 강 펜션. (아래)영월 서부시장 먹거리장터.
동강 주변에 많은 숙박업소가 산재해 있다. 산행 시작지점인 거운리 주변에 민박과 펜션이 밀집해 있다. 동강포도원(033-374-8818), 뗏목민박(375-0752), 주리펜션(374-5756) 등. 장성산 북쪽 문산나루 부근에도 민박과 펜션이 여러 채 있다. 다리 건너 문산1리의 ‘꿈꾸는 강(010-8805-5154·www.dreamriver.co.kr)’과 ‘하소엘펜션(033-374-1276·www.dongkanghasoel.com)’은 동강과 쌍쥐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맛집
영월버스터미널 건너편 서부시장의 향토먹거리장터에 싸고 푸짐한 집이 많다. 특히 이곳에 미탄집(033-374-4090) 등 메밀전병과 부침, 올챙이묵 등을 파는 가게가 밀집해 있어 산행 후 막걸리와 함께 간단히 뒤풀이를 할 수 있어 인기다. 메밀전병은 택배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그 밖에 영월역 앞 다슬기해장국집 다슬기향촌(성호식당 033-374-3215), 장릉 옆 장릉보리밥집(033-374-3986·보리밥, 손두부), 장릉 입구의 장미횟집(033-374-1007·송어회), 터미널 앞 대흥식육식당(033-374-4390·선지해장국, 한우 숯불구이) 등이 영월의 대표적인 맛집이다.

/ 글 김기환 차장 사진 김승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