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 초월하는 동강 조망을 기대하라!
- ▲ 어라연이 내려다보이는 잣봉 직전의 전망 포인트. 굽이쳐 흐르는 동강과 삼선암의 모습이 장관이다.
- 새로운 것에 대해 거는 기대는 늘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희망의 덩어리가 너무 크면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가끔은 하늘이 던져주는 놀라운 선물에 기대 이상의 큰 만족을 경험하기도 한다. 산에서 만나는 멋진 경치 또한 그러한 것들 가운데 하나다.
“역시 동강이야!”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나왔다. 잣봉에서 보는 어라연 정도만 돼도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장성산 쌍쥐바위 전망대는 훨씬 넓고 장엄한 동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였다. 동강의 새로운 조망처에 목마른 이들에게 이곳은 축복이다.
- ▲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장성산 주능선의 노송.
- 영월군이 조성한 잣봉과 장승봉 연결 코스
동강 전망대로 잘 알려진 잣봉(537m)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이다.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동강의 백미로 불리는 어라연 전망이 단연 압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산행 치고는 거리가 짧아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해 잣봉에서 장성산(694m)을 거쳐 문산리까지 이어지는 연장코스가 완성됐다. 이 코스는 영월군에서 인력과 예산을 투자해 조성한 것으로 최근 마무리가 끝났다. 이 잣봉 연장 코스를 영월군 등산연합회(회장 김장섭)와 영월군청 직원들의 협조를 얻어 함께 답사했다.
오락가락하던 하늘빛이 오랜만에 파랗게 변했다. 환절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날씨 변덕이 심한 3월은 낯설다. 초여름처럼 기온이 올라갔다가도 한쪽에서는 폭설 소식이 들린다. 산행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일기예보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날을 골라 산에서 맑은 하늘을 봤다.
- ▲ 1 잣봉 주능선에 오르면 만나게 되는 낙엽송 숲. 여유롭고 아늑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2 잣봉 남쪽 능선 동쪽에 마련되어 있는 목조데크 전망대. 잠시 숨을 돌리고 앉아 머무르기 좋은 장소다. 3 장성산 주능선의 가파른 사면에는 안전을 위해 밧줄을 설치했다.
- 산행은 이미 잘 알려진 잣봉 코스를 먼저 밟은 뒤, 장성산 코스로 이어보기로 했다. 거운교 너머 공터에 차를 세우고 동강안내소 앞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걸었다. 잣봉 오름길의 초반부는 이렇게 차가 다니는 길을 이용한다. 길 옆에 보이는 새로운 숙박시설에서 동강이 겪고 있는 변화가 보이는 듯했다. 보존의 깃발 너머로 불어오는 개발의 바람은 역시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잠시 후 어라연으로 내려가는 도로와 갈리는 삼거리를 지나쳐 직진해 고개를 넘었다. 산속에 자리잡은 마차마을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150m쯤 진행한 뒤 다시 왼쪽으로 돌아가는 산길을 탔다. 그리고 북쪽으로 파고든 계곡을 따라 5분쯤 들어가니 오른쪽에 도랑을 넘는 작은 다리가 보였다. 이 다리를 건너 급사면에 조성한 긴 계단을 따라 고도를 높이면 잣봉 남쪽 능선에 오르게 된다.
주능선은 의외로 평탄하고 넓었다. 무자비한 오름길의 공포에서 벗어나니 안도감이 몰려온다. 낙엽송이 보기 좋은 간격으로 자라고 있는 산속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서두르는 통에 아침도 걸렀던 터라 시장기가 몰려왔다. 요기라도 하려 했더니, 등산연합회 김장섭 회장이 더 좋은 자리가 있으니 조금만 더 가자며 앞장섰다.
잣봉에서 보는 어라연 경치는 명품급
- ▲ 반원형으로 돌아가는 강줄기와 문산마을이 한눈에 조망되는 쌍쥐바위 전망대.
- 능선 위에는 잘 빠진 소나무들이 무리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동강 조망도 볼거리지만 이곳의 자연미 또한 결코 빠지지 않았다. 산길 주변은 온통 꼬리진달래 군락지다. 겨울철에도 잎이 그대로 달려 있는 꼬리진달래 나무가 지천이다. 진달래와 철쭉꽃이 모두 진 다음에 피는 꼬리진달래는 흰색 꽃에 꽃술이 길게 밖으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하얀 꽃이 가득한 잣봉 능선도 아름다울 것이다.
안부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10분 정도 가니 오른쪽 아래로 어라연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장소가 나타났다. 반원형의 목조 데크가 있어 휴식을 취하면서 주변 풍광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이곳의 평탄한 바닥에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놓으니, 산속에 뷔페를 옮겨놓은 것처럼 풍요롭다. 시장기를 달래는 수준을 넘어서는 포식을 했다.
전망대를 지나 정상을 향해 잠시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또 다른 전망장소가 나타났다. 어라연이 정면으로 보이며 동양화의 한 부분처럼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다. 옥색의 동강 위에 흑진주처럼 박혀 있는 삼선암의 모습이 장관이다. 이곳에서 다시 5분이면 잣봉 정상이다. 삼각점과 정상석이 서 있는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조망도 일품이다.
기존 등산로는 잣봉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동강 쪽으로 내려서는 것이다. 이 길을 통해 어라연 바로 앞의 전망장소를 돌아보고 강변을 따라 만지로 걸어가도록 되어 있다. 지금도 잣봉을 찾는 대부분의 등산객이 이 코스를 이용한다. 원점회귀가 가능한 제일 무난한 코스다. 하지만 잣봉에서 내려서는 구간이 가파르고 강변을 걸어야 하는 등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잣봉에서 서쪽으로 뻗은 능선이 장성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산길이다. 이미 예전부터 사람들이 다니긴 했지만 새롭게 단장하고 이정표도 세웠다. 이 산길은 잣봉과 장성산 사이의 안부에서 농로를 만난 뒤 건너편 산으로 오르게 된다.
장성산 오름길의 멋은 울창한 숲에 있다. 굵고 싱싱한 신갈나무에서 잎이 피어나면 산 전체가 녹색의 몸살을 앓을 것이다. 동강이 가까이 있지만 숲에 들어가면 그 기운을 느끼지 못한다. 유순한 능선길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면서 경사도 가팔라진다. 안부에서 20분이면 계단이 설치된 8부 능선까지 올라설 수 있다. 이 계단 주변은 노루귀 군락지로 4월이면 산자락에 가득한 꽃밭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 1 문산리의 개울을 건너는 곳에는 커다란 바위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뒀다. 2 거운리 잣봉 초입. 동강안내소가 산으로 드나드는 문을 지키고 있다. 3 소나무가 가득한 잣봉 오름길.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산행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