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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춘산행 | 고흥반도 여행] 한반도 남단의 반도에서 봄을 맞는다

문성식 2012. 3. 23. 05:02
[심춘산행 | 고흥반도 여행] 한반도 남단의 반도에서 봄을 맞는다
지난해 말 거금대교 개통으로 여행지 선택 더욱 넓어져
▲ 고흥반도는 이내가 끼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전설의 섬들이 생겨난다. 거금대교에서 바라본 장재도. 신비감 넘치는 무인도다.

훈풍 따라 꽃소식이 전해지는 3월 봄철에 고흥 땅을 찾았을 때 달랑 팔영산만 올랐다가 고흥반도를 빠져나온다면 그야말로 멋도 낭만도 없는 여행이 될 것이다. 남북 길이 최장 95km에 이를 만큼 거대한 반도로 이루어진 고흥에는 고흥만, 나로도 해상경관, 비자나무숲, 영남 용바위, 금산 해안 경관, 마복산 기암절경, 남열리 일출, 중산 일몰 등 10경이 있고, 거금도와 소록도, 내나로도와 외나로도 등 크고 작으면서 아름다운 섬들도 많이 있다. 이렇게 멋스런 고흥 땅은 한반도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오는 곳이다. 한반도의 봄은 고흥 앞바다에서 바람 타고 뭍으로 올라와 북으로 올라간다.


팔영산을 기점으로 하는 고흥반도 여행은 지난해 거금대교가 개통됨에 따라 한층 폭넓어졌다. 이제 여객선이 아닌 승용차로도 쉽게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섬이 거금도다. 팔영산 산행과 잇는 여행은 고흥만~녹동~소록도~거금도 순이 최고의 코스다. 이후 여유가 있다면 우주선 발사대가 위치한 나로도를 탐승하고, 좀더 여유가 있다면 귀가 길에 벌교읍을 중심으로 구성된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을 걸어보도록 한다.


▲ 1 두원면 일원의 고흥만 벚꽃길. 사진 고흥군청 2 가족과 연인들에게 명소로 자리잡은 고흥만 유채꽃밭. 사진 고흥군청

고흥만으로 이어지는 벚꽃길과 녹동항
팔영산 산행을 마쳤다면 우선 항공센터와 경비행장이 조성 중인 고흥만을 찾자. 고흥만으로 가려면 두원면 땅을 밟아야 한다. 두원면소재지에서 고흥방조제로 가는 도로는 벚꽃길이다. 3월 말에서 4월 초면 장관을 이루는 벚꽃 터널을 빠져나가면 고흥호와 고흥만 간척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두원면 풍류리와 도덕면 용동리 사이의 바다를 막는 간척사업이 1991년 시작해 15년 만인 2006년 내부 개답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고흥호라는 거대한 인공호수가 탄생했다.


낭만 넘치는 드라이브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2.9km 길이의 방조제는 양옆으로 대조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바깥으로는 득량만 바다가 펼쳐지고 안쪽으로는 갈대가 무성한 가운데 둑 가까이 유채꽃밭이 조성돼 있다. 때문에 방조제 안쪽은 겨울과 여름이면 철새들의 낙원이요 봄에는 유채꽃으로 천상화원을 이루곤 한다. 반면에 방조제 바깥은 큰 고기 낚겠다는 강태공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특히 봄에는 학꽁치 잡겠다는 새내기 강태공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곧게 뻗은 방조제를 건너서면 도덕면 용동리. 예서 도덕면소재지에 닿을 때까지도 벚나무는 도로 양옆으로 도열해 있다. 도덕면소재지에서 도양면 녹동항까지는 7km 남짓한 거리. 녹동(鹿洞)의 지명은 옛날 귀족 관속들이 사냥을 즐기던 시절 사슴 한 마리가 이 마을까지 도망쳐 왔다 하여 ‘녹동(鹿洞)’이라 불렸다는 설과 함께, 조선시대에 소록도 가는 길목, 즉 녹동진(鹿島鎭)으로 불렸던 데에서 이름이 유래한다는 설이 전한다.


▲ 소록도 중앙공원. 아름다운 숲 속에 한센인들의 한이 서려 있다.

아무튼 사슴의 머리를 뜻하는 한자어 ‘녹두(鹿頭)’가 변한 이름이라는 설도 지닌 녹동은 다도해에서 생선을 잡아 올리는 어선뿐만 아니라 멀리 제주까지 가는 여객선이 다니는 큰 항구다. 여행객들에게는 녹동항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곳이 수산물공판장 겸 어시장이다. 저렴한 값에 남해의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으며 경매시간(오전 8시, 오후 2시)을 맞추면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입찰 광경도 볼 수 있다. 활어판매장에는 생선뿐만 아니라 해삼, 멍게, 낙지, 전복 등 다양한 어패류가 판매되고 있으며, 회를 뜬 다음 2층 식당이나 공판장 건너편 식당에 가져가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녹동항을 둘러본 다음 꼭 들러야 할 곳이 고흥 10경 중 제2경인 소록도(小鹿島)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사슴을 닮았다는 소록도는 한센인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한센인들과 소록도 사이에 얽힌 슬픈 역사는 1913년 소록도의 최흥종 목사가 조선나병근절대책연구회를 발족시키고 활동을 전개하자 이 모임이 정치적 세력으로 변할 것을 두려워한 일제가 소록도 땅 30여만 평을 강제로 매수하고 1916년 소록도자혜원을 지은 다음 한센병 환자들을 수용하면서 시작된다.


▲ 소록도 검시실. 한센인들의 정관수술과 부검 및 생체실험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뒤편에 감금실이 있다.

한센인들의 애환 서린 소록도
이 섬은 3년 전까지만 해도 배를 타고 가야 했던 작은 섬이었으나 2009년 3월 2일 1,160m 길이의 현수교인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승용차를 몰고 들어설 수 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 길로 틀면 소록도 주차장에 닿는다. 이곳에 차를 대놓은 다음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아름드리 소나무 우거진 이 숲은 수탄장(愁嘆場)이라 불리던 곳이다. 한센인들이 이곳에 마련된 면회소에서 가족이나 친지를 만나더라도 즐겁기보다는 신세가 한탄스러워 탄식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소나무숲을 가로지른 해안 데크길을 걷노라면 오른쪽으로 철새들이 날아다니는 득량만(得糧灣) 넓은 바다가 바라보인다. 동행한 고흥 문화관광해설사 김유화씨 말에 의하면 득량만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란 전후에 군량미 300석과 800석을 얻은 바다라 하여 이름지어졌다는 곳이다.


소나무 숲길이 끝나고 국립소록도병원 뒤편으로 들어서면 일제 때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1933년 강제동원된 한센인들에 의해 완공된 건물들로 뒤편의 건물은 환자들을 감금하던 곳이고, 길가의 건물 두 동 중 한 동은 산 자의 불임수술실로 이용되었고 또 한 동은 죽은 자의 실험실이었다 한다. 그 시절 정관수술을 받기 위해 초조한 마음으로 감금실에 갇혀 있었을 젊은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리다.


▲ 1 김일선수공덕비. 2 고산 윤선도가 거금도 풍광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심었다는 고산목. 3 ‘한센병은 낫는다’는 한센인의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글귀가 써 있는 구라탑. 한센인을 핍박했던 슈호 원장의 동상이 있던 자리다. 4 영남면 남열리 해안가의 용바위. 용이 승천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널찍한 갯바위 지대로, 봄철 나들이 코스로 인기 있다.

건물 위쪽의 중앙공원 또한 1936년부터 3년 4개월간 연인원 6만 명에 이르는 한센인들에 의해 조성된 곳이다. 공원이 제대로 조성되기까지 환자들에게는 지옥 같은 세월이었던 셈이다. 공원 숲속에 세워진 여러 탑 중 구라탑(救癩塔)은 한센인들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탑이다. ‘한센병은 낫는다’는 글귀가 새겨진 구라탑은 자신의 임기(1933년 9월 1일~1942년 6월 20일) 동안 실험실과 공원 등을 만들기 위해 한센인들을 강제 노역시킨 슈호 원장의 동상 자리에 세워진 탑이다. 슈호는 1940년 자신의 동상을 세우고 매월 20일을 보은감사일로 정한 다음 동상 앞 요배석에서 한센인들에게 참배케 했으나 1942년 6월 20일 ‘몽당손’ 한센인 이춘상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다.


이렇게 한센인들의 한이 서려 있는 중앙공원에는 방사한 사슴 2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하나 여간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록대교 개통에 맞춰 일반인들에게 중앙공원이 개방된 이후 한센인들은 일반인들의 눈길을 피해 섬 남단에서 잘 벗어나지 않는다 하니 한센인들의 서글픈 삶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고흥반도 개념도

일주도로 따르며 탐승하는 거금도 해안 경관
소록도를 빠져나올 때에는 승용차 따로 몸 따로 거금대교를 건널 일이다. 공사 9년 만인 지난해 12월 16일 개통한 거금대교는 2,028m 길이의 사장교로 국내 최초의 2층 다리다. 2층은 차량 전용도로이고, 1층은 사람 전용도로다. 자전거가 있다면 바다 풍광을 즐기면서 한결 쉽게 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이다.


공원 주차장 끄트머리의 펜스 문 뒤편 길을 따르면 자연스럽게 거금대교로 들어선다. 청정계곡의 소를 보는 듯 맑은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남해바다와 파랑도, 이어도 같은 분위기의 작은 섬을 바라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면서도 시심을 돋게 하는 구간이다.


거금대교 건너 거금도(巨金島)는 고흥군 금산면이다. 한때 7번째로 큰 섬이었으나, 간척 사업으로 인해 땅이 넓어진 섬들이 등장하면서 11번째로 밀려났다. 다리를 건너면서 고흥7경으로 꼽히는 거금도 해안선이 이어진다.


▲ 거금도 명천마을 포구에 위치한 쌍굴.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는 모습이 신비롭다.

40km 길이의 해안일주도로가 나 있는 거금도는 우선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와 조망 명산 적대봉(積臺峰·592.2m)으로 이름난 섬이다. 맑은 날에는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할 만큼 다도해 풍광이 일품인 적대봉은 산 북쪽 금산정사에서 출발해 봉수대 자리인 정상에 올랐다가 마당목재를 거쳐 남쪽 바닷가 오천마을로 내려서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자동차로 파상재에 올라서면 2시간 반이면 정상에 올랐다 내려올 수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 프로레슬링은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였고, ‘박치기 왕’ 김일은 국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선수였다. 그의 생가는 면소재지 남단의 도로가에 있고, 생가 옆에는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그 뒤편 멀리에 조성 중인 기념체육관에는 김일 선수가 생전 경기 때 입었던 옷과 챔피언 벨트, 우승컵, 사진 등을 전시할 전수관도 들어설 계획이다.


김일선수공덕비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르노라면 왼쪽으로 꺾어지고 이후 백사장이 내려다보인다. 거금도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모래사장을 갖춘 익금해수욕장이다. 활처럼 곡선을 그린 채 남해바다를 껴안을 듯 부드럽고 넉넉한 분위기의 익금해수욕장은 봄철 모래밭을 거닐며 바다 풍광을 누리기에 적합한 곳이다.


▲ 1 고흥10경 중 하나인 거금도 해안도로. 40km 길이의 도로가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2 거금도 월포문굿농악전수관 앞의 250년생 팽나무.

예서 승용차로 5분쯤 더 달려가면 적대봉 코스 기점 중 한 곳인 오천마을. 동화 속 오두막집처럼 앙증맞은 모습의 하얀파도펜션(061-844-1232, hayanpado.ivyro.net) 아래로 몽돌해안이 펼쳐진다. 여느 몽돌해안과 달리 커다란 호박돌이 잔뜩 쌓인 해안이라 독특하다. 특히 사리 때면 몽돌해안이 가장 넓게 드러난다고 한다. 몽돌해안 가까이 있는 오천포구는 제주의 작은 포구를 보는 듯 아름다운 곳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전하는 청석 마을
거금도 해안일주도로는 이후 청석 몽돌해안과 100년생 재배나무가 빼곡한 청석 방풍림을 지나 명천 정보화마을에 닿는다. 예서 바닷가 방파제로 나가면 바위섬으로 이어지는 계단길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해안 절벽 위에 올라서면 협곡처럼 생긴 두 가닥 굴이 보인다. 해안침식에 의해 형성된 20여m 길이의 쌍굴 안으로 파도치는 모습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명천 마을을 지나면 도로는 언덕배기로 올라붙기 직전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 마을길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전하는 홍련마을로 들어서는 길이다. 거금도 내 35개 마을 중 유일하게 바닷가를 벗어난 이 마을은 옛날 호랑이 눈썹을 구할 수 있었다는 곳이다. 이 마을에서 재배하는 홍리초(담배·홍리는 홍련의 옛 이름) 냄새가 나면 산중의 호랑이가 마을로 내려와 넋을 잃었기에 그 때 눈썹을 뽑아냈다는 것이다. 마을 위쪽의 고산목(孤山木)은 고산 윤선도 선생이 거금도 풍광에 대한 소문을 듣고 1643년 찾아와 여러 날 머물면서 ‘산중신곡’을 펴냈고, 이곳에서 지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심어놨다는 느티나무다.


▲ 1 녹동 수산물공판장. 남해의 싱싱한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경매 장면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2 녹동 수산물공판장 부근의 어시장. 건어물이 주를 이룬다.

다시 삼거리로 나와 고개를 넘어서자마자 만나는 마을은 월포문굿농악으로 이름난 월포마을이다. 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월포문굿은 임진왜란 때 아군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한 승전악(勝戰樂)으로 유래했다 전하며, 움직임이 민첩하고 활기가 넘친다 한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전수관 앞마당의 수령 250년생 팽나무는 나무를 중심으로 지름 30여m 폭으로 가지를 펼친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나무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하다. 전수관 앞 개펄 일원은 겨울철에서 이른 봄까지 매생이를 생산하는 곳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하더라도 고흥만 탐승을 시작으로 소록도와 거금도를 거쳐 녹동으로 돌아오면 점심때를 훌쩍 넘기 마련. 녹동 일원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나면 수도권 등산인이라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각이다. 하지만 고흥이나 보성 일원에서 하룻밤 더 묵을 계획이라면 우선 나로도부터 가볼 일이다.


▲ 이순신 장군이 관직을 박탈당한 뒤 1년 반 동안 머물렀다는 발포포구.

90년생 삼나무 울창한 외나로도 봉래산
녹동에서 나로도는 약 24km 거리. 하지만 지루할 겨를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 줄곧 이어진다. 도중에 이순신 장군이 역모에 휘말려 관직을 박탈당한 이후 1년 6개월간 머물렀다는 발포포구에 들러 수심에 가득 차 있었을 이순신 장군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나로1대교를 건너기 전 조망대에 올라서면 내나로도는 섬이 아닌 거대한 산릉으로 접어드는 듯 웅장하게 바라본 뒤 다리 건너 내나로도로 들어선 다음 두 번째 다리인 나로2대교를 건너면 봉래면소재지다.


이후 찻길은 언덕으로 올라붙다가 고갯마루에서 삼나무숲으로 유명한 봉래산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고 이후 다시 급격히 내려간다. 그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우주천문과학관이 세워져 있다.


우주천문과학관에는 나로도우주센터,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와 함께 우리나라 우주천문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사람 눈의 1,300배가 넘는 집광력을 지닌 800mm 주망원경을 비롯해 7대의 보조망원경과 12대의 교육용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 60석 규모의 천체투영실은 천정반구형 스크린에 밤낮, 날씨에 관계없이 밤하늘을 재현할 수 있으며, 전시실에는 선조들의 과학기술이 담겨 있는 고천문 관측기기 조형물이 다수 전시돼 있다.


▲ 1 지난해 12월 개통된 거금대교. 2,028m 길이의 사장교로 국내 최초의 2층 다리다. 2 옛 기술부터 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천체과학기술의 모든 것을 살필 수 있는 우주천문과학관.

관람시간 14:00~22:00, 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 1월 1일, 추석은 휴관. 요금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문의 061-830-6691~5. star.goheung.go.kr.


나로도는 우주센터 외에도 삼나무숲 우거진 봉래산(蓬萊山·410m) 명성으로도 이름난 곳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경 시험림으로 조성된 삼나무 숲은 66만여㎡(약 20만 평) 규모를 자랑한다. 대부분 수령 90년을 넘어선 삼나무들은 몇 아름의 굵기로 30m 높이로 빽빽하게 자라 멀리서도 검은빛을 띨 정도다.


삼나무숲 트레킹은 산허리를 가로지른 오솔길을 따른다. 삼림욕에 효험이 높다는 숲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 봉래산 북쪽 고갯마루인 시름재 부근에서 시작하는 게 접근이 쉽다. 시름재는 우주천문과학관이 위치한 예내리 마을길과 연결되는 임도를 따르는 것이 가장 쉬운 접근법이다. 물론 봉래면소재지로 향하다 고갯마루 위쪽 무선기지국에서 산허리를 가르는 소로를 따라 숲으로 들어설 수도 있다. 무선기지국을 기점으로 삼는 봉래산 산행은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줄거리 떠올리는 벌교 문학기행길


▲ 태백산맥 문학관과 현부잣집 사이에 위치한 조정래 등산길. 제석산(555m) 정상으로 이어지는 3시간 코스다.

고흥반도를 빠져나오면서 벌교읍의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을 걸어보자. 벌교를 대표하는 소설가 조정래의 대표작인 <태백산맥>은 1948년 여순사건을 시작으로 1953년 한국전쟁이 종료될 때까지 벌교를 무대로 일어난 수많은 비극적인 일들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규명해 나가고자 하는 내용의 장편소설이다.


문학기행길은 바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거처나 이들의 한이 서린 학교, 병원, 관공서 등으로 이어진다. 소설 속 빨치산들이 경전선 철길을 내려다보며 언덕을 올라오는 군용열차를 털 생각을 했다는 회정리 진토재(도랫등)에서 시작하는 문학기행길은 조정래의 육필원고와 취재수첩, 작가가 직접 그린 벌교 읍내와 지리산 일대의 약도 등, 4년간의 자료조사와 6년간의 집필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입장료 무료, 09:00~18:00 개관, 월요일 휴관, 061-858-2992, tbsn.boseong.go.kr)으로 이어진다. 문학관 옆에 일본식을 가미한 한옥은 소설 속 첫 장면에 등장하는 집이고, 그 옆의 자그마한 소화의 집은 전속무당이나 다름없는 월녀와 소화가 거처하던 곳이다.


▲ 김범우 집 골목길. 고즈넉하면서도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학기행길은 현재 어린이집으로 변신해 있지만 소설 속 인물 서민영이 야학을 하던 벌교교회, 학살의 현장인 소하교(부용교) 돌다리, 민족주의자로서 좌우갈등 속에 살았던 인물인 김범우의 집, 보물 제304호 홍교, 소설 속 인물 안창민이 치료를 받다 도망친 자애병원, 금융조합 등으로 이어지다 벌교역 앞을 지나 여자만 간척사업을 위해 쌓은 4km 길이의 중도방죽으로 이어진다.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은 10km 남짓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떠올리고, 벌교의 옛 모습을 상상하면서 걷노라면 하루종일도 걸리는 코스다. 문의 보성군청시설과 850-5959, 태백산맥문학관 852-2992, 김옥자 해설사 010-7658-1478.


숙식(지역번호 061) 고흥읍내와 각 면소재지에는 장급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고흥읍내 여관하얏트(834-4800) 그린파크모텔(832-0575), 녹동항 부근 녹원장여관(842-7779) 수암장여관(842-5333), 봉래면소재지의 진보각여관(833-6415) 동백장여관(835-0100) 프라자모텔(833-6599), 나로도 우주천문과학관 부근의 예당마을 예당펜션(833-8314)과 대주민박(835-9396) 등.


녹동항 주변에 식당들이 여럿 있다. 장어탕(1인분 8,000원)을 주메뉴로 취급하며, 어판장에서 회를 떠온 뒤 1인당 6,000원을 내면 야채와 초장을 곁들인 회와 밥을 포함한 매운탕도 먹을 수 있다. 인원이 많거나 조망을 즐기고 싶으면 어판장 2층 식당을 이용토록 한다. 문의 7호 수산 010-4660-8742.


읍내나 면소재지 일원에 이름난 식당도 좋지만 기사식당도 이용할 만하다. 과역면소재지의 동방기사식당(832-9495)은 지나는 길에 들러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식당이다. 10여 가지 반찬이 곁들여진 삼겹살백반이 먹을 만하다.


고흥반도 길목에 위치한 벌교는 꼬막요리와 짱뚱어탕으로 이름난 고을이다. 전문식당이 도로 가에 즐비하지만 음식값은 대동소이하다. 회·무침·전과 함께 반찬이 곁들여지는 꼬막정식이 가장 인기다. 값 1만3,000원, 꼬막회 1만 원, 짱뚱어탕 8,000원, 짱뚱어전골 1만5,000원. 역전식당(857-2073).


▲ 꼬막 정식과 짱뚱어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