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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의 섬 세어도와 정서진으로 떠나는 해넘이 여행-한 시간 돌아가던 섬, 십오 분 만에…멀리 머물던 섬 가까이 파고들다|

문성식 2012. 1. 7. 17:42

한 시간 돌아가던 섬, 십오 분 만에…멀리 머물던 섬 가까이 파고들다

'서쪽에서 멀리 머물다'라는 뜻을 지닌 '서유(西留)'에서 비롯된 세어도(細於島). 이름도 생소한 그 섬이 세상을 향해 품을 활짝 열었다. 서구에 선착장이 없어 동구 만석부두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을 돌아가야 했던 세어도가 정서진 선착장이 생기면서 뱃길이 단 십오 분으로 가까워진 것이다.

그렇게 서쪽 바다 한편에 머물러 있던 그 섬이 새 바닷길 따라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정서진 테마공원에서 바라본 서해의 일몰.

강화 남단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 끝자락에 정서진 선착장이 나온다. 입구에 출입항통제사무소가 있고 바다와 길 사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지만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섬은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이서 어서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출입등록을 마치고 행정선 정서진호에 몸을 싣자 배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수면 위를 미끄러진다. 창밖으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이 물결치고 그 위에 섬들이 꿈꾸듯 잠겨 있다. 그렇게 15분이 지났을까, 물결 위를 가로지르던 배가 벌써 섬에 다다랐다.

정서진 선착장에서 육안으로도 보이는 세어도(오른쪽).

선착장에 내려 언덕을 오르자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섬마을이 펼쳐진다. 총면적 52만8천㎡, 둘레가 1천 걸음에도 못 미치는 이 섬에는 27가구 38명이 오롯이 살아가고 있다.

세어도 역시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세곡선이 기항해서 한참 경기가 좋았던 구한말까지는 80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세어도의 채수정 선장은 "바지락, 송어, 농어가 풍년을 이뤘고 농어철이면 '농어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어텃밭을 이뤘다"고 말했다.

정서진선착장에서 행정선인 정서진호에 오르는 사람들.

우선 선착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현재 세어도에는 2.7㎞ 코스의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는데, 길도 인위적으로 내지 않고 주민이 다니던 오솔길 그대로라 운치가 더했다.

천천히 길을 걷다 보니 길 주변에 식생도 다양하고, 중간중간 바다가 내다보이는 뷰포인트도 여럿이다.

가장 좋은 것은 소음이 없다는 것. 고요함 속에서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간간이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들렸다. 올해는 낙엽을 밟을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바스락바스락. 원없이 낙엽을 밟았다.

세어도 주민들이 이용하는 오솔길을 그대로 둘레길로 만들었다.

30분쯤 걸으니 섬 반대쪽 끝에 다다랐다. 썰물 때라 저 멀리까지 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난 경치를 보니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길을 걸었다. 주의할 것은 이제부터는 사람 한명이 지나갈 수 있을 비좁은 길이라는 것. 해안을 따라 나있는 길은 마치 원시림의 느낌이다.

세어도 전망대에서 해안를 따라 나있는 오솔길.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쯤 세어도의 자랑거리인 갈대밭이 나타난다. 세어도 남쪽으로는 갈대가 증식하고 있는데, 갯벌과 맞닿은 곳에 이렇게 넓은 갈대밭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시간이 흐른 뒤 관광 인프라가 활성화되고, 갈대밭도 더욱 멋지게 증식해 순천만 갈대밭처럼 손꼽히는 명품 출사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볼만 하다.

세어도 남쪽에 조성된 갈대밭은 갯벌과 맞닿아 있다.

섬을 완주한 뒤 마을로 돌아오자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난다. 바로 정서진호를 운행하는 채수정 선장이 숭어와 동어를 굽고 있었다. 채 선장은 "외지에서 왔는데 굶지 말고 이리와 어여 먹어."라며 "지금이 제철인데 딱 이때가 아니면 맛이 없어."라고 말했다.

이젠 섬에 유일했던 초등학교도 사라졌고 젊은 사람들도 모두 육지로 빠져나간 지 오래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깨끗한 자연과 푸짐한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다.

세어도 선장님이 직접 구워주신 숭어.

주민과 함께 식사를 하며 외딴 섬에 살며 힘들지 않느냐 물으니 이곳 주민은 그래도 세어도 만한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박정옥씨(81·여)씨는 "30년 전 악성위궤양으로 요양하러 세어도를 찾았다가 자연에 반해 이곳에서 살게 됐어요"라며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은 어느 깊숙한 산골 못지않게 공기가 깨끗하죠"라고 말했다.

주민 장혜숙(54·여)씨는 "세어도에 관광객이 오더라도 놀고먹고 쓰레기 버리고 가기보단,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꺾어가지 않을 그런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어도 마을 어귀에도 갈대밭이 조성돼 있다.

해돋이는 정동진, 해넘이는 정서진

세어도를 나오며 정서진에 들러 일몰을 보기로 했다. 최근에 시험운항을 시작한 경인아라뱃길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 위치한 정서진(正西津)은 강원도 강릉에 정동진(正東津)의 반대개념이라 할 수 있다.

수향8경 중 2경으로 지정된 정서진에 위치한 인천아라여객터미널.

소문은 익히 들어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라인천여객터미널은 꽤 멋지게 잘 만들어졌다. 수자원공사는 수향8경 중 두 번째로 지정해 터미널을 하나의 테마공원으로 조성했다.

다양한 조형물과 인공연못, 전망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만큼 일출명소 정동진이 있다면 일몰명소 정서진이 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기를 살며시 기대해본다.

정서진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의 일몰.

그 섬에 가려면 - 정서진선착장에서 행정선 정서진호를 탄다. 섬까지 10분이 채 안 걸린다. 현재 선착장에 해경이 주둔하면 출입을 자유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처럼 만석부두에서 행정선을 타고 가도 된다. 이렇게 가면 섬까지 40분 남짓 걸린다. 배는 바다 상황에 따라 하루 두세 번 운항하며, 미리 서구청에 문의해야 한다.
tel : 서구청 032-560-4161

민박 마을회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비용은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 마을회관에서는 샤워시설과 주방시설을 갖춘 현대시설이 갖춰져 있으나 식당 및 생필품을 파는 가게가 없기에 미리 철저히 준비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