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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눈꽃 여행 - 가장 높은 추전역 협곡의 승부역… 열차에서 내려 주변 산책할 수 있어

문성식 2012. 1. 7. 17:06

태백 눈꽃 여행 - 가장 높은 추전역 협곡의 승부역… 열차에서 내려 주변 산책할 수 있어

 

순백 세상… 나도 하얗게 탈색이 된다

가장 높은 추전역 협곡의 승부역… 열차에서 내려 주변 산책할 수 있어

험하지 않은 태백산 최적의 트레킹 코스… 제대로 즐기려면 1박해도 좋아

 

눈꽃이 핀 산에 올라서면 모든 것이 평등하다. 흰 눈에 파묻혀 나무도, 바위도 모두 흰색으로 서로에게 등을 기댄다. 각양각색으로 빛나던 모습 대신 모두 한 가지 색의 동일한 빛을 낸다. 그 속에 들어간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낮은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은색의 산호숲. 능선을 따라 하얗게 늘어선 눈꽃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다. 하늘과 맞닿은 태백준령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파랗고 맑은 하늘과 맞닿은 거대한 산 그림자가 겹겹이 그림처럼 펼쳐지다가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운해(雲海)를 만들어낸다.

새하얗고 깨끗한 눈이 산 위의 바람을 만나 만들어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설국(雪國)이 펼쳐져 있다. 지난 겨울 눈덮힌 태백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능선을 오르고 있다.

 

 

◇눈꽃 찾아 떠나는 열차 여행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과 눈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오지인 봉화군 승부역, 그리고 태백역을 경유하는 눈꽃열차는 겨우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눈꽃열차는 출발부터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온통 설레는 표정이다.

첩첩산중 강원도의 오지 태백. 태백산을 중심으로 산들은 화려하고, 능선에 앉은 들은 순하고 소박하다. 돌부리가 젖어 반짝거리는 물줄기는 얼음처럼 투명하고, 승부·철암 등 탄광촌은 주름살 깊게 파인 광부의 얼굴마냥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각자의 생김대로 둥지를 틀고 있다.

눈으로 시작해 눈으로 끝나는 태백의 겨울은 태백산이 먼저 연다. 바람이 많고 적설량이 많아 겨우내 눈밭이다. 높되 험하지 않아 겨울 눈꽃 트레킹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마치 동화 속의 눈꽃나라에 들어선 것처럼, 주목과 어우러진 설국의 순백풍경이 일품이다. 눈꽃열차의 종착역인 태백은 동해 일출과 백두대간의 장쾌한 능선도 조망할 수 있다.

경북 봉화군의 낙동강 상류 강변에 있는 '승부역'. 동대구와 강릉을 오가는 열차를 타면 봉화와 태백의 낙동강 상류를 지나는 구간에 있는 작은 역이다. 승부역은 겨울이면 운행하는 '환상선 눈꽃열차'의 중심 역이 되면서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된 첩첩산중의 산골 역이다. 협곡의 강안 바위벽을 절개해 겨우 확보한 공간에 들어선 철로와 역(驛)은 낮은 지붕의 벽돌건물 역무실과 플랫폼만 설치한 한 평 반짜리 대합실이 전부다. 역과 마을 사이에 낙동강이 가로놓여 역을 오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최근에야 튼튼한 현수교가 놓였다.

주변 승부리 마을의 가구 수는 30여 호. 화전민이 일군 산기슭 밭에 주로 배추·무를 재배하는데 밭고랑에 줄지어 선 대추나무 풍경이 인상적이다. 이 마을과 외부를 잇는 길은 낙동강 상류 석포면에서 진입하는 비포장도로가 유일한 길. 하류의 봉화 쪽은 험한 산세와 낙동강에 가로막혀 아직 길이 없다.

앞으로는 낙동강, 뒤로는 절벽, 주변은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들리는 건 물소리 바람 소리요, 보이는 건 산과 강뿐. 유일하게 숨통 틔워주는 것이 하늘인데 그나마도 협곡지형에 하늘도 가린다. 한국의 융프라우라는 정선 땅을 지나 태백으로 가는 길은 천지가 눈이다. 하늘도, 산도, 들도 새하얀 설국(雪國)의 땅 정선과 태백. 이른 겨울부터 순백의 아름다운 눈꽃을 간직한 동화 속 나라 같은 풍경 속으로 눈꽃열차는 달리고 또 달린다. 기차는 덜컹덜컹 터널을 지나 태백에 도착한다.

눈의 나라를 선물했던 환상선 눈꽃기차는 다시 귀로에 나서 어둠 속을 달린다. 서둘러 찾아온 어둠이 기차를 감싸자 여기저기서 포근한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시나브로 온 가족이 눈(雪)으로 즐긴 눈꽃여행은 막을 내리고 도시로,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낙동상 상류 강변에 있는 봉화 승부역. 매년 1월 말 태백으로 가는 눈꽃열차가 머무는 곳이다.

 태백산의 설경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서 하차해 하루 정도 더 머무는 것도 좋다. 눈꽃 산행을 즐기는 여행객들은 태백역에서 내려 삼삼오오 모여 택시를 타고 태백산으로 가도 된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태백산 정상까지 1시간 남짓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번 겨울 태백산 눈축제는 내년 1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열린다. 눈축제장에 오봉썰매타기, 이글루 카페 체험 등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마련된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5

여행수첩

환상선 눈꽃열차는 코레일에서 내년 1월 7일부터 2월 19일까지 운행한다. 당일 왕복열차이고, 코레일투어(1544-4590)를 이용하면 4만7000원에 예약할 수 있다. 정말 추우니까 옷을 든든하게 챙겨 입어야 한다. 아침 겸 점심으로 김밥이나 간단한 식사, 따뜻한 음료 등을 준비하면 좋다.

그 밖의 눈꽃 여행지

 

지난해 태백 눈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얼음조각 앞 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 유철상 여행작가

▲선자령: 사방팔방 파노라마 눈꽃 트레킹

선자령 눈꽃 트레킹 등산로는 동네 뒷산 가는 길만큼 평탄하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설원에서 눈꽃을 감상하고 하산길에는 엉덩이썰매를 즐기며 내려올 수 있어 가족단위 산행으로 알맞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는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산들의 파노라마. 정상에 올라서면 눈을 덮어쓰고 있는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바라다보인다. 맑은 날에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 전망이 일품이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평창군청 033-330-2771

▲덕유산: 곤돌라 타고 은빛 산호초 눈꽃감상

덕유산 설천봉에 오르면 눈꽃이 먼저 마중 나온다. 해발 1100m 지점을 지나면서 구상나무, 단풍나무 가지에 온통 설화가 내려앉았다. 설천봉은 덕유산에서도 손꼽히는 전망 포인트다. 솜털 같은 눈꽃이 바삭거리며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는 모양이 묘한 희열을 일으킨다. 소담스레 핀 순백의 눈꽃, 뽀득뽀득 밟히는 푹신한 눈길. 향적봉의 주목 군락지가 중봉 능선에 꽃핀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하고 30분 정도 눈꽃능선을 오르면 덕유산 정상 향적봉이 나온다. 곤도라는 오전 9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운행하고, 이용요금은 왕복 1만2000원. 전북 무주군 설천면 만선로 185, 무주덕유산리조트 063-322-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