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어머니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1. 12. 22. 07:16

     
    
        어머니 어느 날, 가을 들녘이 보고 싶어 시골에 내려갔습니다. 어느 수도원의 손님방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제치고 창문을 여니, 가을 하늘 아래 뜰 가득히 피어난 코스모스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그 모습이 얼마나 청초하고 아름다운 지 잃어버린 옛 고향집을 다시 찾은 듯했습니다. 어릴 때, 그러한 아름다운 뜰이 있는 집에서 살아본 일이 없건만, 내 마음의 고향, 어머님의 모습이 그 꽃밭에서 미소짓는 듯했습니다. 어머니는 코스모스처럼 키가 후리후리하게 크신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젊었을 때에는 분명히 그렇게 수려한 분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해 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분, 나를 있게 하고 나를 가장 사랑해 주신 분, 나를 위해서는 열 번이면 열 번 다 목숨까지도 바쳤을 분, 그런데도 나는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머니의 사랑을 깊이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