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안에서 동트는 새날
어떤 성자가 제자들을 모아 놓고
"밤의 어둠이 지나고 새날이 밝아온 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갑이라는 제자가
"동창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 압니다."라고
대답하자, 스승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을은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아
어두운 그림자 같은 사물의 형체가 드러나고,
나무도 보이고 풀도 보이면
새날이 맑아온 것을 압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스승은 다시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제자들은 여러 가지로 답을 했지만,
스승은 다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스승은 '지나가는 사람,
만나는 모든 사람이 네 눈에 형제로 보일 때,
그때 밤의 어둠이 걷히고 새날이 밝아온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에게 있어서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새날, 진리, 정의, 사랑,
생명과 빛으로 가득한 새날은
우리 모두의 마음의 눈이 뜨이고 모두가
우리 이웃을 형제와 같이 볼 수 있을 때에 옵니다.
그리고 그만큼 형제적 사랑을 살 때 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