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적인 사람이란?
종교 인구는 많아도 진정한 종교적인 사람은 귀합니다.
그럼 어떤 것이 종교적인 사람인가?
제가 오늘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이것입니다.
첫째, 종교적인 사람이란
어떤 존재를 받들고 무엇을 숭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흔히 우리는 부처님을 받들고 예수님을 받들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판에 박힌 종교인이지 종교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종교적인 사람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끊임없이 묻는 사람입니다.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스스로 묻는 사람입니다.
그는 영원한 구도자입니다.
구도자는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습니다.
둘째, 종교적인 사람은
온갖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해방시킨 사람입니다.
자기중심주의로부터,
이기심과 야심으로부터 자신을 풀어 놓은 사람입니다.
셋째, 종교적인 사람은
물질적인 빈부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가난한 사람입니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탐욕을 부리지 않는 맑은 상태입니다.
마음이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때, 가난은 미덕이 됩니다.
흔히 우리는 가난을 악덕으로 생각하는데,
마음이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때 가난은 미덕이 됩니다.
여기에서 꼭 물질적인 빈부를 연상하지 마십시오.
맑은 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분수 밖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앙인들은 내면적으로 가난해야 합니다.
안으로 가난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무 욕구도 욕망도 없습니다.
내면적인 가난을 통해서 삶의 진실을 볼 수 있고,
그때 거기에는 아무 갈등도 없습니다.
이와 같은 삶은 어떤 교회나 사원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축복입니다.
내면적인 가난을 지니지 않을 때,
외부적인 과시와 허세, 재산과 권력의 소유물에 빠져듭니다.
허세를 떨고, 과시하고, 재산을 자랑하고,
권력을 부리는 분들은 그만큼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즉 감정이 공허할 때, 우리는 물건을 사들입니다.
분명히 그렇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결국 귀찮은 쓰레기로 남고 맙니다.
물론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은 그때그때 사야 하지만,
없어도 좋은 물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적어도 신앙인들이라면 그런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좀 모자라게 살아야 갖고 싶은 희망도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투철한 자기 삶의 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맑은 가난을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눈이 열립니다.
맑은 가난을 지니지 않고는 눈이 열리지 않습니다.
종교가 무엇입니까?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화 현상 중 하나가 종교입니다.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종교를 통해 내 삶이 풍요로워져야 합니다.
그것만이 다라고 생각하고 매이게 되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지금의 시대는
모든 종교가 다른 종교들과 섞여 있고 교류하고 있습니다.
편협하고 의심에 찬 사람들만이 자신의 종교를 우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너무 늦게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세상을 정복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가르침이 모든 종교의 근본입니다.
- 법정 스님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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