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사람 노릇해야 / 법정 스님

문성식 2011. 10. 31. 12:00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사람 노릇해야 오늘날 우리 사회 일각에서 드러나고 있는 비정한 일들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의 방향을 돌려서 살펴볼 수도 있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양식과 사고에 허술함은 없었는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삶의 부피에만 헛눈을 파느라고 삶의 질을 까맣게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 그릇이 있다. 그릇이 차면 넘치게 마련이다. 이것은 도리요 우주 질서다. 사람들은 자기 분수인 그 그릇을 모르고 함부로 과욕을 부리다가 그 과욕에 스스로 치여 넘어진다. 이런 이치는 개인이나 집단이나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또 명심할 일은, 어떤 사회현상을 그 단면만 보고 성급히 속단해서는 안 된다. 전체의 흐름 위에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좀더 시야를 넓힌다면 인류 역사의 진행 과정으로 내다볼 줄도 알아야 한다. 어떤 위정자들이건 간에 체제 유지에만 급급한 나머지 전체의 흐름을 내다볼 줄 모른다면, 그때 그때 미봉책으로 땜질만 하다가 마침내는 전체의 흐름 앞에 넘어지고 말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거짓이나 임시방편에는 더 속지 않을 만큼 많이 성숙해졌다. 제도화된 일부 신문이나 방송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극히 소수의 현실 인식이 박약하거나 낙관밖에 할 줄 모르는 그런 계층뿐이다. 사회가 어지러울 때일수록 더욱 솔직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정책이 일반 국민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책상을 한번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식의 상투적인 속임수에 속을 국민은 이제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허위에 찬 책임 있는 공직자의 이런 말도 또한 한낱 연기와 재로 사라지고 말 것이 아닌가. 어디 말 뿐이겠는가. 우리들 자신도 언젠가는 한줄기 연기와 한줌의 재로 이 땅에서 사라져갈 것이다.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가둔 자건 갇힌 자건, 다스리는 자건, 다스림을 받는 자건, 그 누구를 물을 것 없이 모두 다 사라져갈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돕고 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길 아니겠는가. 너무 비관할 것 없다. 그렇다고 자만도 금물이다. 그저 사람 노릇 잘하면 사람이 된다.(1987년) - 법정 스님 < 텅빈 충만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