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이른 아침, 남편이 산에 가겠다고 부스럭부스럭 준비를 하고 있기에, ‘도시락은 못 싸줘도 빵이라도 구워줘야지’ 하고 일어났다.
나가는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일요일의 달콤한 늦잠을 즐기려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기왕 깬 김에 그냥 일어나서 청소기나 돌릴까 잠깐 갈등했지만,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다. 그렇게 꼼지락대다 보니… 문득 섹스가 ‘땡긴다’. 그런데, 하필 이런 순간에 혼자라니~.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섹스 칼럼을 쓰면서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누군가 그랬다. 미혼 남성들 중에 마스터베이션을 하지 않는다는 남자가 있다면 99%는 거짓말이고, 1%는 성불구자일 것이라고. 기혼 남자들 중에도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통계도 있다.
평균적으로 20대 남성이 5분에 한 번꼴로 섹스와 관련한 생각을 한다지?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에 실려 가도, 섹시한 간호사를 보면 눈이 간다지? 그만큼 섹스에 관한 관심이 많은 남자이다 보니, 섹스를 못하는 상황일 때 자위로 욕구를 해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터. 한 설문조사에서 남자들이 자위행위를 할 때 가장 많이 상상하는 것은 전라의 8등신 미녀들에 둘러싸여 그룹 섹스를 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여자들의 성향은 무척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여자는 남자처럼 야한 사진이나 섹스 동영상을 본다고 무작정 흥분하지 않는다.
물론 잘나가는 남자 배우의 가슴 근육이나 남자 아이돌 그룹의 탄탄한 엉덩이와 잘생긴 얼굴을 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있지만, 여자들의 성적 욕구에 불을 댕기는 것은 겉모습에 국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자들은 원빈이나 강동원을 떠올리며 마스터베이션을 하지 않는다. 원빈이나 강동원과의 ‘로맨틱한 순간’을 설정하고 상상하며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것. 한 설문조사에서 여자들이 마스터베이션을 할 때 어떠어떠한 대상과의 만남에서 데이트, 섹스를 나누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위한 플롯을 정해놓는다는 것을 보곤 웃음이 나왔다. 나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불 속에서 야한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어떤 설정이 좋을까? 일요일 오후, 위층에 모르는 남자가 이사를 왔다.
“저… 죄송하지만, 망치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하다가 눈이 마주친다. 순간 둘은 불꽃같은 섹스를?? 아니, 이건 너무 허무맹랑해. 갑자기 강도가 들어와 위협하며, “돈은 뺏지 않겠다, 대신 니 몸을 뺏어야겠어!!!”라고 말하며 강제로 옷을 벗기는…? 흠, 역시 식상해. 이런 것은 어떨까? 어느 멋진 연예인이 평범한 가정주부와 사랑에 빠졌어(물론 그 가정주부는 상상 속에서 필자다). 그렇지만 둘 다 이런 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다고 결정, 이별 전 마지막 섹스를 나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머릿속으로 애절한(?) 섹스신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누군가 내 몸을 구석구석 부드럽고, 애절하게 애무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또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 남자가 되어 가질 수 없는 여자의 몸을 탐닉하는 기분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상상을 하며 동시에 손으로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몸이 서서히 흥분되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처럼 굳이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세하게 묘사하고 싶지만, 자체 심의를 거쳐 이번엔 여기까지. 꼭 삽입이 없더라도, 여자는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법. 어쨌든 왠지 바람을 피운다는 상상 속 스릴감 때문에 흥분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오르가슴으로도 이어졌다.
오르가슴 후 찾아오는 급격한 노곤함. 그 덕분에 제대로 늦잠을 잘 수 있었다. 일어나니 점심 식사 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을 보고는 괜히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상상 속이라지만, 멋진 남자하고 바람을 피웠으니, 찔려서일까? 오래간만에 영화도 보고, 좋아하는 샤브샤브도 먹으러 가자고 했다.
혹시 알아? 남편도 산에 갔다가 마주친 묘령의 여인을 생각하며 오늘밤 야한 상상을 해볼는지도…. 그렇지만 어찌됐든 상상보다는 실제가 좋다. 빅 허그를 해달라고 하며, 남편을 꽉 껴안았다. 그렇지, 이 실제감을 마스터베이션이 대신해줄 수는 없을 것 같다.
she is…
자신의 다양한 섹스 경험을 바탕으로 신문, 잡지 등에 연애&섹스 칼럼을 연재했으며 <사랑에 빠진 당신이 꼭 알아야 할 Love&Sex>를 펴내기도 했다. 현재 30대 중반의 결혼 3년차 미시로, ‘결혼 후 평생 오직 한 사람과 섹스를 나눠야만 하는가’란 해결이 불가능할 듯한 논제에 대해 고민 중. / 일러스트 이신혜 출처: 우먼센스
여성을 흥분시키는 남성’
여성을 흥분시키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몇년 전 미국의 여성잡지 ‘마드모아젤’지에 ‘여성을 흥분시키는 남성’에 대한 조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여성을 흥분시키는 남성으로 아이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를 싫어하는 남자, 말이 많은 남자, 말이 적은 남자, 따뜻한 남자, 두터운 입술의 남자, 굵직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 근육이 나온 남자, 금테안경을 쓴 남자, 스카프를 한 남자, 청바지 입은 남자, 춤 잘 추는 남자, 요리 잘 하는 남자, 공격적인 남자, 부끄럼을 타는 남자, 왼손잡이 남자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성의학사전, 이채, 2003)
만약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비슷한 대답도 있었을 것이고 아주 다른 대답도 나왔겠지만 아마도 유머있는 남자,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을 배려할 줄 아는 남자가 나왔을 것만 같다. 본능적으로 흥분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니 아기를 좋아하는 남자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도 리스트에 있지 않은가? 그러니 남성들은 나의 파트너가 어떤 점에 흥분하는지를 알려고 애쓰고(일반적인 여성의 그것에 관계없이 내 파트너에 집중하라) 알게 되면 반드시 익혀 실행해 주기 바란다.
그렇다면 여성의 흥분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거의 한번도 실수 없이 여성을 싸늘하게 하려면 일방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섹스 스타일을 시도할 일이다. 상대여성의 감정이나 요구에 상관없이 자신의 식성, 취향, 만족만을 향해 달려가는 태도는 확실하게 여성을 식게 한다.
섹스를 시작하면서 이제 천천히 흥분에 오르기 시작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이미 준비가 다 끝난 단계이긴 하다. 그렇다고 정성들인 애무도 생략하고 삽입섹스를 하게 되면 여성은 사랑하는 이와의 소통이나 즐거움은 고사하고 심지어 고통마저 느끼게 된다.
남성은 아직 준비도 되지 않은 여성의 성감대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다루고 혼자만 앞서간다. 섹스가 끝난 후에 자기혼자 벌떡 일어나 씻으러 가거나, 상대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등 돌리고 쿨쿨 자버리는 무신경함을 경계하자.
둘째, 여성을 식게 만드는 남성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남성이다.
너무나 남성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남성, 물리적인 힘이 남성다움이라고 믿는 남성, 그 힘을 약한 자를 제압하는 데 사용하는 남성이 여성을 식게 한다.
셋째, 여성의 흥분을 식게 하는 것은 불결한 남성이다.
‘남편이 퇴근해 손도 씻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고 나를 만지는 것이 싫다’는 아내의 불만이 적지 않은데, 청결하지 않은 남성은 여성을 식게 한다. 위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청결하지 않은 몸으로 섹스를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무례이다.
사랑도 섹스도 두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상대와 눈을 맞추고 진도를 맞춰주면서 함께 가는 것이지, 눈가린 한사람이 다른 사람이 끄는 대로 따라가는 일방적인 게임이 아니다. 배정원 (‘연세성건강센터’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