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잘 걸리는 50~60대 복부초음파 검진을
몸무게 갑자기 줄고 소화 안될땐 의심
스트레스·과음·당뇨병·유전 등이 원인
췌장암 초기 증상 없어 발병땐 속수무책
애플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56)가 암 재발로 6주밖에 살지 못한다는 소문이 17일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췌장암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 스탠퍼드대 암센터에서 아침식사를 하러 가는 잡스의 사진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생무상을 느끼게 할 정도로 초췌한 모습이었다.
전문의들은 잡스의 몸무게가 80㎏에서 59㎏으로 급감한 것은 췌장암에 따른 급격한 근육 감소라고 분석하고 있다.
잡스는 2004년 췌장암 수술을 했고 2009년에도 스위스 바젤대 병원에서 미국 췌장암 환자의 1%가량만 걸린다는 `아일렛세포 신경내분비암` 치료를 받은 바 있다고 보도됐다. 지난 1월 잡스가 병가를 내면서 일반 췌장암이 아닌 희귀 췌장암에 걸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췌장암은 소화액과 소화효소가 나오는 췌관에 암이 생기는 외분비계암으로 췌관선암으로 불린다. 췌장암의 80~90%가 외분비계암으로 5년 생존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1년 안에 사망한다. 잡스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생성하는 세포에 암이 생긴 것으로 생존율이 췌관선암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잡스는 암이 발견됐을 때 간으로 전이되어 간이식을 받았는데도 재발했기 때문에 치료가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 췌장, 소화 돕고 당뇨병 안 걸리게 막아
췌장은 담낭과 함께 작지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췌장은 복부 뒤쪽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크기는 바나나 정도로 매우 연한 기관이다.
췌장은 하루 20여 종 효소를 함유한 췌액을 분비하며 소화를 돕는다. 분비되는 췌액은 무려 1500~3000㏄에 달한다. 또 췌장은 당분을 분해하는 인슐린 같은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으로 들어온 포도당을 우리 몸의 근육, 지방, 간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당뇨병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진다. 당뇨병을 앓는 환자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근육이나 지방조직, 간, 기타 다른 세포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다. 이와 함께 췌장은 강한 산성의 위산을 중화시키는 중탄산염을 분비해 위장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고마운 장기다.
담낭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을 저장하고 있다가 식사 후에는 담즙을 장(腸)으로 짜줘 지방 성분을 소화시키는 일을 한다. 음식물은 위에서 30분~1시간 머물며 소화하기 쉬운 죽과 같은 상태가 되어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담즙이 뿌려져 소화와 흡수가 더욱 촉진된다. 어떤 색깔의 음식을 먹든 음식물이 `똥색`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담즙이 산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담즙은 하루에 500~600㏄가 생성된다.
김용태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기 깊숙이 위치해 있는 담낭과 췌장은 숨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암에 걸렸을 때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 환자를 괴롭히는 야속한 장기"라고 설명했다.
◆ 췌장ㆍ담도암 누가, 왜 잘 걸리나
췌장암은 한국인의 암 발병 가운데 9위에 올라 있다.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20%로 다른 암에 비해 매우 낮다.
췌장암은 지난 20년 사이 발병률이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암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3~6개월로 공포의 대상이다.
췌장암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흡연이다.
췌장암은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발암률이 2~3배 높다.
만성 췌장염과 당뇨병도 췌장암 발생의 위험 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전체 췌장암 환자 중 5~10%는 유전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까운 친척이 췌장암을 앓았다면 발생 위험이 높다.
가족 중 유방암 대장암 등과 같은 다른 암을 앓은 사람이 있을 경우에도 위험이 높아진다.
췌장암 못지않게 위험한 암이 담도암과 담낭암이다.
담도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쓸개즙)을 담낭(쓸개)으로 흘려보내는 기관이다.
간의 중앙 부위에 파묻혀 있는 담낭은 40~50㎖ 크기로 길쭉한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다.
암이 담도에 생기면 담도암(담관암), 담낭에 생기면 담낭암이 된다.
담도ㆍ담낭암은 발병률이 전체 암 가운데 2.9%로 8위에 올라 있으며 5년 생존율이 20~40%로 췌장암보다 조금 낫다.
담낭암은 60~80세 여성에게서 주로 발병된다.
담낭암은 60세 이후 여성이 남성보다 발암률이 3~4배 높고 담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5~10배 이상 위험하다.
담도암은 40~60세, 여자가 남자보다 발암률이 1.3배 높다.
이동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ㆍ담도암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을 땐 손을 쓸 수 없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 췌장암 증상은 무엇…예방은 어떻게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별로 없다. 환자 대부분이 상복부와 등이 답답하다거나 왠지 속이 안 좋고 식욕이 없다고 호소한다.
췌장암의 대표 증상은 복통, 체중 감소, 황달 등이며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되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췌장암 진단은 주로 복부초음파로 이뤄진다.
초음파는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고 손쉽게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지만 민감도는 70%로 위장관 가스 등의 이유로 췌장을 잘 관찰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췌장ㆍ담도암은 다른 암과 같이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으로 치료하게 된다.
증상이 모호한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정기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50ㆍ60대는 1년에 한 번씩 검사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췌장ㆍ담낭ㆍ담도암을 예방하려면 췌장, 담낭, 담도를 건강하게 만드는 올바른 식습관이 필요하다.
뚱뚱한 사람은 규칙적 운동으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기는 사람은 육식을 적게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ㆍ섬유질 섭취를 늘리고 술과 담배는 멀리해야 한다.
류지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ㆍ담도암이 주로 발생하는 50ㆍ60대는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자신이 가진 나쁜 생활습관을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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