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저하가 나타나기 전에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엉킨 타우 단백질이 있다면 향후 인지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서서히 악화하는 병이다. 지금까진 명확하게 인지 저하가 확인됐을 때만 진단 후 치료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이 있으면 바로 알츠하이머 환자로 진단해, 조기에 퇴행성 변화를 늦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가 더해졌다.
알츠하이머병 유력 원인은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엉킨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경병리학적 특징이 관찰된다고 해서 무조건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대규모 연구에서 아직 인지 저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 중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엉킨 타우 단백질이 관찰된다면 향후 치매 발병 소지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
스웨덴 룬드대가 주도한 대규모 다기관 국제 연구팀은 인지 저하가 없는 실험 참가자 1325명을 대상으로,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엉킨 타우 단백질이 있을 때 경도 인지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과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7개 코호트 연구 자료를 분석해 조사했다. 또, 연구팀은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스캔으로 뇌 속 타우 단백질과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시각화했다. PET 스캔은 특정 원소에 활발히 반응하는 부위를 방사성동위원소로 촬영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후 22.9~60.7개월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뇌 속 타우 단백질과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모두 관찰된 그룹에서 뚜렷하게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았다. 이상이 없었던 그룹에선 3.3%,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만 관찰된 그룹에선 8.9%만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했지만, 둘 다 관찰된 그룹에선 약 50%가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 이들은 관찰된 지 약 43개월 만에 경도 인지 장애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데이터를 이용한다면 향후 몇 년 안에 환자마다 얼마나 상태가 악화할지 예측 가능할 것으로 봤다.
연구에 참여한 룬드대 의대 신경과 오스카 핸손(Oskar Hansson) 교수는 "환자가 뚜렷한 증상을 경험하기 10~20년 사이에 뇌 변화가 일어나는데, 타우 단백질이 축적됐을 땐 증상이 없다가 퍼지기 시작해 신경세포가 죽어야만 인지적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며 "초기 단계에서 진단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제1저자인 룬드대 의대 신경과 릭 오센코펠레(Rik Ossenkoppele)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뇌에 있으면 3~5년 안에 인지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며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단순 위험 인자가 아닌 알츠하이머 진단 기준으로 간주한다면, 뇌 검사로 즉시 알츠하이머 환자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츠하이머병을 인지 장애가 시작되기까지 진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암 진단과 비교해보면, 암은 생검으로 암세포를 발견하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암으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핸손 교수는 "인지 문제가 나타나기 전 진단할 수 있다면, 매우 이른 단계에서 질병을 늦추는 데 치매 신약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신체 활동과 영양 섭취로 미래 인지 장애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기억력 감퇴가 일어나지 않은 사람에게 치료를 권고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는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