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

두근두근 심장 빠르게 뛸 때, '여기' 누르면 된다?

문성식 2022. 12. 8. 18:33

두근두근 심장 빠르게 뛸 때, '여기' 누르면 된다?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지난 2월 한 방송에서 20초 만에 심박수를 60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며 경동맥 마사지를 소개해 화제가 됐다. 실제로 목에서 맥박이 느껴지는 부근을 10초 정도 꾹 눌러주면 손쉽게 심박수가 떨어진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자칫 잘못 사용했다간 뇌경색으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장 박동수, 자율신경계로 조절돼
'두근두근두근두근' 보통 심장은 분당 50~100회 사이로 뛰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간혹 100회 이상 빠르게 뛸 때가 있다. 빈맥이라고 한다. 이때 심장을 정상 속도로 돌아오게 하려면 자율신경계인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자율신경계는 우리 몸속 혈압, 맥박, 소화 등 속도를 가지는 작용을 조절하는 것으로,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보통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활성화하는 쪽이 교감신경계고, 반대작용을 하는 게 부교감신경계다.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혈압, 맥박이 내려가고 소화는 잘된다.
 
경동맥 마사지는 대표적으로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문정근 교수는 "목에 있는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가는, 우리 몸에서 굉장히 중요한 혈관"이라며 "이곳엔 혈압에 민감한 신경계가 굉장히 많이 분포해 있는데, 혈압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뇌혈압을 빨리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에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 된다"고 말했다. 경동맥 마사지의 의학적인 기전은 이렇다. 경동맥 마사지를 하면 목에 물리적인 자극이 가해져 혈관이 눌리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우리 몸은 혈압을 낮추기 위해 부교감 신경계를 매우 활성화시켜, 종국에는 맥박이 뚝 떨어지게 만든다.
 
◇경동맥 잘 못 누르다가 뇌경색 올 수도
의학적인 기전이 확실하다 하더라도 아무나 경동맥 마사지를 하면 안된다. 자칫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문정근 교수는 "경동맥 마사지는 의사들이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도하는 방법"이라며 "경동맥이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 있는데, 무방비 상태에서 눌렀다가 오히려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50대 이상이라면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주연 교수는 "경동맥은 동맥경화가 잘 생기는 혈관이라 잘못 마사지했다가 혈관에 붙어있던 혈전이 떨어져 나가서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며 "보통 고령 환자에게 경동맥 마사지를 할 땐, 동맥경화라면 청진으로 들을 수 있는 잡음이 있는데 그런 잡음이 들리는지 확인하고 실행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위험한 부정맥인 심실빈맥일 땐 근본적인 문제가 너무 커 경동맥 마사지로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해도 효과가 크지 않다.
 
다만, 병원에서 경동맥 마사지를 하라고 교육할 때도 있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으로 진단됐고, 동맥경화도 없는 게 확인된 환자일 때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은 심실 위쪽에서 심장 속 전기신호가 누전돼 심장이 빨리 뛰는 질환으로, 갑자기 심방 박동수가 분당 150~200회 정도로 매우 빨라지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곤란하고,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운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갑자기 생겼다 갑자기 없어지는데, 한번 생겼을 때 짧게는 수십초 길게는 수 시간 지속된다. 김주연 교수는 "응급할 때 쓰라고 상심실성 빈맥 환자에게 경동맥 마사지를 교육하기도 한다"며 "양쪽 다 누르고 있으면 뇌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심장빈맥 증상이 나타나면 제때 병원을 찾아 명확한 진단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주 심장 두근거린다면 경동맥 마사지 대신…
심장이 두근거릴 때 경동맥 마사지 말고 쓰면 좋은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너무 깜짝 놀라거나, 긴장할 때 흔히 심장이 두근거리곤 하는데 이땐 '478 호흡법'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4초 숨을 들이마시고, 7초 참았다가, 8초간 내뱉는 방법이다. 문정근 교수는 "숨을 들이쉬면 교감 신경이, 숨을 내쉬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된다"며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는 478 호흡법은 효과적으로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몸을 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불안증에 주로 사용되고, 심장내과에서도 혈압을 조절할 때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478 호흡을 6번 3세트 하도록 했더니, 심장박동수와 혈압이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는 태국 촌부리 부라파대 연구팀 연구결과가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발살바 조작(Valsalva maneuver)이 있다. 코와 입을 의식적으로 막고 숨을 내뱉으려고 하는 방법이다. 김주연 교수는 "흉강과 배에 압력이 올라가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돼, 역시 빈맥을 경험하는 환자에게 권하는 방법"이라며 "경동맥 마사지가 효과가 없을 때 발살바 조작을 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