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수치만 보고 간이 건강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간 수치가 정상이어도 간질환을 앓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간수치를 측정할 땐 간세포에 다량 존재하는 효소인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AST),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T)의 혈중 농도를 측정한다. 이 값들은 간이 얼마나 건강한지 알려주는 지표가 아니라, 염증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는 수치일 뿐이다.
염증으로 간세포가 손상되면, 간세포의 세포막이 파괴되면서 AST·ALT 효소들이 혈액 속으로 빠져나와 혈중 농도가 상승한다. 염증이 없는 단순 지방간이거나, 이미 염증이 생기는 단계를 지나 간이 굳어버린 간경화를 앓고 있다면 간 건강이 안 좋아도 AST·ALT 수치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지방간 환자 10명 중 6명, 간경변 환자 2명 중 1명 정도는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세브란스 병원 자료도 있다. AST·ALT는 모두 40IU/L 이하일 때 정상으로 판단 되며, 급성 간염일 때 두 수치 모두 급격하게 증가한다.
간이 손상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려면 간 기능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혈액검사로 진행되는 간 기능 검사는 위 두 수치뿐만 아니라
▲알칼리인산분해효소(ALP)
▲빌리루빈
▲알부민
▲총단백질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GT)
▲젖산탈수효소(LDH)
▲프로트롬빈시간(PT) 등을 측정한다.
ALP는 간 아래 붙어 있는 쓸개관 속 효소다. 쓸개즙이 잘 배설되지 않을 때 주로 수치가 급증한다. 뼈에도 존재해 골질환이 있어도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담즙 구성성분인 빌리루빈은 간에서 처리하는 우리 몸의 대사 물질로, 간 기능이 저하되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혈액 속 농도가 올라간다. 노란색을 띠는 빌리루빈 수치가 높으면 황달이 생기기도 한다. 알부민은 간에서 합성되는 단백질로, 간 기능이 떨어지면 알부민 합성이 잘 안돼 수치가 오히려 낮아진다. 총단백질은 혈청에 있는 단백질의 총합을 나타내는 수치로, 간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장기의 상태까지 포함해 일반적인 건강 상태를 유추할 수 있게 돕는 항목이다. GGT는 AST·ALT와 함께 일반 건강검진으로 간 건강을 확인할 때 측정된다. 간, 신장, 췌장, 비장, 심장, 뇌 등에 분포하는 효소로, 세포막에서 질병을 방어한다. 간세포가 파괴되거나 결석, 암 등으로 담관이 막히면 GGT가 혈중으로 유출돼 수치가 올라간다. 당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인 LDH는 간세포를 비롯해 다양한 기관 세포에 함유돼 있다. 간질환으로 세포가 파괴되면 LDH 수치가 올라간다. PT는 혈액이 얼마나 빨리 응고되는지 초 단위로 측정한 수치다. 수치가 높으면 피 응고가 잘 안될 만큼 혈소판이 혈액 속에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간이 굳어 간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을 처리하는 비장(脾臟) 커지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장은 몸속 불필요한 혈소판을 제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