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시,모음

내게 알맞은 얼굴

문성식 2022. 11. 11. 23:04




    내게 알맞은 얼굴 가을을 맞으면서 모든 것들이 제 자리를 찾아 새 모습을 알맞게 보여주고 있다. 나 또한 산만하던 정신이 맑게 조여들고 더위에 찌든 영혼이 서늘한 바람 속에서 눈을 뜬다. 이제 나도 나 자신에게 알맞은 얼굴을 지니고 싶다. 겉멋으로 일그러진 얼굴 아닌 작게 균형 잡힌 얼굴 잔재주가 빛나는 얼굴 아닌 소박함으로 낮아 있는 얼굴을 지니고서 안정된 삶의 속을 거닐고 싶다. 또 권력이나 금력 앞에 쉽게 비굴해지는 얼굴 아닌 평온함 속에 당당해 있는 얼굴 자신의 이해(利害)에 민감한 얼굴 아닌 어리석음 속에서 가치 있게 반응하는 얼굴을 지니고서 보다 의미 있는 삶을 비추어내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 내게 알맞은 얼굴이라면 그것은 작은 것들로 어울려 있음의 영혼 어리석어 보이는 것들로 알차 있음의 영혼 남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조용한 깊이의 영혼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크거나 화려한 것은 아예 내게 알맞지 않은 세계요. 똑똑함이나 높음 또한 내게는 맞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내 얼굴이 작고 소박한 것을 담고 있을 때 내 삶에 아름다움이 우러날 것이라 생각이 들고 또한 내 얼굴이 어리석고 조용한 영혼을 지니고 있을 때 내 삶에 진실이 자라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립다. 내가 나에게 알맞은 얼굴을 지니고서 나 자신에게 늘 순수한 기쁨을 베푸는 그 날이 그립다. 또 내가 내게 알맞은 얼굴로 이웃에게 작지만 안정된 위안을 늘 주는 삶이 그립다. =《그대 영혼에 물어 보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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