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 갈등, 곧 자녀의 고통으로 연결된다 ★
<부부크리닉 후(www.clinicwho.com)>를 인터넷에 등재시키고 난 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현상이 발견되었다. 여성들의 문의 사항이 많은 것이란 것은 예견된 사항이었지만 아이들의 문의 사항이 있으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침마당의 시청자코너에 가끔 자녀들이 부모의 부부싸움에 대한 출연 요청을 하는 적은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들이 직접 나서 부모의 부부싸움을 호소할 줄을 몰랐었다.
아이들의 당돌함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부모의 싸움이 그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는 의미이다. 부모의 싸움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극한 상황에서는 싸우는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가족들도 절망적이 된다. 그런 아이들은 심리검사 상 여러 이상 소견을 나타낸다. 자탔?존재를 무가치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부모로부터 거부 받았다는 점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고통을 받는다. 갈등 선상에 있는 부부는 상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반응이 주 증상이지만 아이들은 분노뿐 아니라 세상이 분열될 것 같은 공포를 느끼거나 자신이 부모로부터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점, 부모의 싸움의 원인이 되면서 싸움을 막지 못한 무능력과 자책감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
부부갈등이 부부의 문제를 넘어 아이들의 가장 고통스러운 고민 중 하나가 되는 시대가되었다. 과거의 부부들은 이혼할 가능성이 적었다. 그러나 현대의 부부는 다르다. 아이들은 자기 반에서 부모가 이혼한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부부의 얼굴 생김새가 다른 만큼 갈등은 존재한다. 문제는 갈등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있다.
싸움이 벌어지면 동물은 여러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으르렁거리며 싸우려고 하거나(공격) 도망을 친다. 왕초에게 굴복의 태도를 보일 수도 있고(복종) 고양이 앞의 쥐처럼 얼어버릴 수도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네 가지의 대표적인 반응을 한다. 소리 지르고 화를 내는 아버지나 흥분하고 들어 눕는 어머니가 대표적인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다.
집을 나가버리거나 술에 취해버리는 아버지는 도피형이고 무조건 따르는 경우는 복종형에 속한다. 얼어버리는 아버지도 있다. 이러한 공격-도피-복종-얼어붙음 의 네 가지 갈등들의 조합은 여러 다양한 결과들을 만들어 낸다. 공격-복종은 복종하는 쪽의 우울증을 유발시킨다. 공격-공격은 끊임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도피-도피는 술에 취해 소리지르고 다른 쪽은 가출을 해버릴 수 있다.
다행히 인간은 이들 반응이외에 다른 해결점을 갖고 있다. 이를 문제해결능력이라고 한다. 인간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갈등은 언어를 통한 대화로서만 만족할만한 해결이 가능하다. 언어와 함께 인간은 타협과 양보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보와 타협이 없는 문제해결은 존재할 수 없다. 자신의 의견을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시기가 있다. 이럴 때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치면서 양보의 수단을 사용하고 이것이 타협의 제스처가 된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 다시 지루한 긴장상태를 계속해야 한다. 늦은 귀가와 이에 맞선 신체화 장애(신경성에 의한 신체 증상의 출현)는 부부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지치게 만든다. 방법은 없다. 서로 상대의 양보만 기다리고 그러하지 않는 상대를 저주한다. 묘하게도 이러한 싸움의 양상은 매번 반복된다. 이 지루한 싸움을 효율적으로 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재미있는 실험이 있었다.
갈등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Luce 등(1957)은 한가지 실험을 통해 알아보았다. 이를 '수감자들의 딜레마게임'이라 한다. 장기형을 받을 수 있는 두 사람의 정치범들이 있다. 동료를 배반할 수도 있고 의리를 지킬 수도 있다. 두 사람이 모두 배반하면 둘 다 장기형을 살게 된다. 둘 다 의리를 지키면 단기형을 받는다. 상대는 의리를 지키지만 자신은 배반한다면 풀려날 수 있다. 반면 의리를 지킨 사람은 장기형을 받는 상황으로 설정된다.
이럴 때 어떤 전략을 취하는 사람이 제일 유리한지를 컴퓨터로 분석한다. 석방은 5점 단기형은 3점 그리고 장기형에는 0점을 부여한다. 결론적으로 시작은 협조적인 태도로, 상대가 배반을 안하면 계속 긍정적 태도를 취하고 배반하는 순간 바로 배반해버리는 이기적인 태도로 반응하는 것이 제일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다 상대의 태도가 바뀌면 즉각 태도를 바꿔 협조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계속 이기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이러한 실험은 부부사이와 같이 장기적인 인간관계를 가져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는 것이 본인에게 제일 유리하게 살 수 있느냐를 알려준다. 먼저 시작은 호의적인 태도가 유리하다. 관계 초기 상대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장기적인 인간관계에서 이익을 도출시킨다. 처음부터 끝까지 적대적인 경우는 실험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얻는다. 적대적인 접근은 경우의 수가 적을 때 유리할 수 있어도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가장 취약하다.
즉각적인 반응적 태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이루게 하였다. 상대가 한번이라도 양보하거나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면 즉각 긍정적인 반응을 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상대가 적대적으로 대하는데도 계속적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한다면 희생자로서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더라도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유리하고 앙갚음이나 공격적인 태도는 조금 더 적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부간에는 살면서 끊임없는 갈등의 소지를 안고 살아 갈 수밖에 없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나만을 주장하기보다는 상대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 볼 수 있어야만 긍정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있다.
갈등의 긍정적으로 해결이 될 때는 마치 수학문제가 풀어지듯이 또는 어려운 추리 소설을 읽고 난 후와 같은 후련함을 맛 볼 수 있다. 반면 자기 주장만 하는 경우는 그러한 통쾌함을 느낄 수가 없다. 어릴 적부터 고수해 온 자기만의 삶을 고집한다면 발전은 있을 수가 없다. 설사 한쪽 배우자의 뜻대로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다 하더라도 배우자의 불행과 함께 하는 부부생활이 온전할 리가 없다.
그러므로 부부간의 의견차이에 의한 대립이 있을 경우는 상대를 어떻게 제압하느냐 보다는 상대의 주장 속에 어떤 긍정적인 면이 있나, 구리고 그 긍정적인 면을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를 찾을 수 있는 가가 주요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받아들임이 이뤄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제점이 먼저 규정되어야 한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견해가 둘 사이에서 표현이 되어야만 한다.
많은 배우자들은 상대와 다른 의견을 내놓을 때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고 그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갖는 것이 두려워 이를 노출시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야말로 부부사이에 가장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만큼의 불행은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자기 삶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자기주장은 못하는 대신 엉뚱한 곳에서 화를 내거나 불행한 표정을 짓고 살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부부갈등은 없어야하는 것이 아니다. 있어야만하고 해결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