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삶이 빛나는 것은 죽음이 있어서다

문성식 2022. 4. 16. 18:36


        삶이 빛나는 것은 죽음이 있어서다 스님의 말씀과 침묵 사람이 죽을 때 그 사람 혼자만 죽는 것이 아니다 그의 가족이며 친척과 친구, 그와 관계된 모든 세계가 함께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심지어 그가 지녔던 물건까지도 빛을 잃는다 그러니 한 사람의 목숨을 앗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에게 죽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죽음이 없다면 사람은 또 얼마나 오만하고 방자하고 무도할 것인가 죽음이 우리들의 생을 조명해주기 때문에 보다 빛나고 값진 생을 가지려고 우리는 의지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삶은 그 의미를 잃게 될 터이다 죽음이 삶을 받쳐주기 때문에 그 삶이 빛나는 것이다. 사람에게 저마다 고유한 삶의 방식이 있듯이 죽음도 그 사람다운 죽음을 택할 수 있도록 이웃들은 거들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일찍부터 삶을 배우듯이 죽음도 미리 배워둬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들 자신이 맞이해야 할 엄숙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죽음 쪽에서 보면 순간순간 죽어오고 있는 것 그러므로 순간순간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따라, 그것이 삶일 수도 있고 죽음의 길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지 죽기 위해서가 아니다 강물은 흘러 흘러서 바다로 들어간다 바다는 영원한 생명의 고향. 살 때는 철저히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를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는 털끝만치도 죽음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단 죽으면 조금도 삶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 사는 것도 내 자신의 일이고 죽음도 또한 내 자신의 일이니,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도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 꽃은 필 때도 아름다워야 하겠지만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 모란처럼 뚝뚝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게 얼마나 산뜻한 낙화인가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도 살아 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있다 자신을 삶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두면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도 크게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놓아두고 가기! 때가 되면, 삶의 종점인 섣달 그믐날이 되면 누구나 자신이 지녔던 것을 모두 놓아두고 가게 마련,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미리부터 이런 연습을 해두면 떠나는 길이 훨씬 홀가분할 것이다. = 법정 스님 <인생응원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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