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이 많은 사람
재능이 많은 사람을 일본에서는 ‘서랍이 많은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크고 작은 서랍들을 가진 4단 혹은 5단 서랍장처럼
크고 작은 재능이 담긴 서랍을 많이 가진 사람,
참 부러운 사람이지요.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심지어 성격까지 좋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무엇하나 변변하게 해내는 것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은 참 불공평합니다. 이런 서랍을 원합니다.
어떤 흐느낌도 잠재울 수 있는 포근한 목소리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요리를 잘해서 배고픈 사람은 물론 마음이 헐벗은
사람들마저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서랍을 원합니다.
닫힌 마음도 거침없이 열 수 있는 따뜻한 손길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누군가의 얼굴위로 흐르는 눈물을 그치게 할 수 있는 손수건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지쳐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굳센 팔뚝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타인의 상처를 잘 꿰매 줄 수 있는 바늘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신이 주시지 않는다면 제 스스로 톱을 들고 나무를 자르겠습니다.
망치와 못으로 나무를 이어 붙여서 아름다운 서랍을 만들겠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서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랍이 많은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재능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진 서랍이
좀더 많은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신이 준 열쇠를 부주의하게 잃어버려 더는 ‘신의 서랍’을
열 수 없게 될지라도 스스로 만든 서랍을 하나씩 늘려 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