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가정,부부

가까이 지내다가도 역시 강 건너 먼 사이

문성식 2019. 1. 10. 15:21
     
      가까이 지내다가도 역시 강 건너 먼 사이 ▼ 내겐 너무나도 먼 당신의 이름은 시어머니 “오늘 내가 집 좀 치웠다” 퇴근 후 저녁 찬거리를 사서 집에 돌아와 보니 화분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오늘도 시어머님이 다녀가신 게다. 시어머님이 살림을 거들어주셔서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을 확 열어제쳐서 멍든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 시어머니는 교양이 철철 넘치시는 분이다. 반찬 하나를 만들어도 요리연구가를 능가하는 박식한 지식과 화려한 언변 때문에 나는 내내 보조요리사가 되어서 종종거려야 한다. 일년 열두달 제대로 쉬는 날 없이 바쁜 나에게 절대 김치나 밑반찬을 만들어주지 않는 분. 그러면서도 아들이 좋아한다며 게장 한 그릇 달랑 들고 와서 맛있게 먹는 아들을 바라보는 분. 그 옆에서 당신 아들이 제대로 못 먹어 꺼칠해졌다며 나 들으란 듯 혀를 끌끌 차는 분.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들어와 화분 위치 바꿔놓고 욕실의 수건을 바꿔 거는 분. 나는 그런 어머님이 하나도 고맙지 않다. 퇴근 후 깨끗하게 치워진 집에 들어설 때마다 “제발 나 좀 내버려두세요!” 하고 외치고 싶다. 완벽한 시어머니의 그늘 아래 부족한 이 며느리가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31세, 결혼 3년차, 아이 없음) “동서는 보물단지, 나는 애물단지” 남편은 나보다 한살 어리다. 교회 청년회에서 만난 우리는 남편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남편의 애정공세와는 딴판으로 시댁 어른들은 대놓고 나를 못마땅해하셨다. 이유는 내가 나이가 많고 고졸이라는 것. 남편 회사 때문에 춘천으로 이사를 가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눈물 없이 보낸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친정이 10분 거리에 있는데도 명절 때만 반나절 정도 다녀올 정도로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했고 친정에서 싸주는 선물을 가져오면 항상 싸구려라고 타박을 해댔다. 그러다 작년에 시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동서는 지방이지만 대학원까지 졸업했다고 한다. 당연히 시어머니는 동서와 나를 비교하기 시작했고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동서까지도 나를 무시했다. 이번 설에 시댁에 갔더니 동서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같이 음식을 만들어도 시어머니는 동서가 만든 반찬만 먹으며 칭찬을 해댔다. 이제 나는 더이상 시댁에 가지 않는다. 남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며느리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시어머니도 알아야 할 때다. (33세, 결혼 6년차, 아이 둘) “며느리는 파출부가 아니라구요” 벙어리로 귀머거리로 시부모와 3년을 함께 살고서 얼마전 분가를 했다. 며칠 편하게 지내나 싶었는데 시어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하셨다. 처음엔 ‘갑자기 허전해서 그러시려니’했는데 웬걸 갈수록 말하는 내용들이 가슴에 턱턱 걸렸다. 냉장고 속이 지저분하다느니, 현관이 어지럽다느니 하는 말들은 그나마 이해가 되었다. 이삿짐 챙기느라 제대로 정리를 못 하고 온 내 탓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시어머니는 한술 더 떠서 커튼을 빨아야 한다느니, 김치가 다 떨어졌다느니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오라가라였다. 이건 말만 분가지 두집 살림을 다 떠맡은 격이었다. 이불 빨래며 욕실 청소는 물론 주말이면 특식이라며 추어탕이니 삼계탕이니 해달라는 것도 많은 우리 시어머니. 아는 것이 많으면 먹고 싶은 것도 많다는데 왜 우리 시어머니는 바짝바짝 타는 내 가슴 속은 몰라주시는 걸까? 어머니, 전 파출부가 아니라구요. 저도 곱게 자란 남의 집 귀한 딸이라구요. 흑흑. (28세, 결혼 3년차, 아이 하나) ★ 시댁갈등 해소하는 노하우 ▷ 주요 경조사를 챙긴다 시댁 식구들의 생일, 제사, 조카들의 입학식 등을 꼼꼼히 달력에 적어놓는다. 남편이 잊더라도 미리미리 챙기면 시어머니 사랑은 따놓은 당상. ▷ 형편껏 한다 남들 눈치 보면 힘만 든다. 액수로 비교하지 말고 영화표를 끊어드린다든지 맛있는 음식을 해가는 식으로 자신만의 센스를 발휘한다. ▷ 역할분담을 확실히 해둔다 무엇이든 며느리가 알아서 할 것이라는 생각을 미리 깨야 한다. 요구가 과할 경우 미리 안 되는 것은 처음부터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 남편에게 도움을 구한다 갈등이 있을 경우 대부분 시어머니와 바로 부딪치면 오히려 갈등이 증폭된다. 이럴 때는 남편을 이용한다. 같은 의견이라도 며느리가 말하는 것과 아들이 말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 요구할 것은 요구한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 당신이 시집살이 하던 대로 며느리를 길들이려는 시대착오적인 시어머니는 드물다. 며느리의 말이 합리적일 경우 시어머니도 양보할 수밖에 없다. ▷ 손자, 손녀를 이용한다 아무리 며느리를 미워하는 시어머니도 손자, 손녀는 예뻐하게 마련. 아이들과 시어머니가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