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J비뇨기과/이웅희 원장
성의학회에 발표된 논문 중에 주목받은 주제로 ‘성행위와 뇌졸중’에 대한 논문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약 5,000 명의 뇌졸중 환자들 중에 성행위와 뇌졸중의 발병이 연관된 경우가 밝혀진 것만 1%에 이르고 그 증상은 단순 두통으로 시작된 경우가 60%로 가장 많았으며, 특히 뇌졸중 환자들에서 치료 후 회복과정에서의 성기능의 재활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의 발표였다.
65세 P씨는 뇌졸중 이후에 빠른 회복을 보이며 6개월째 비뇨기과 협진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배뇨증상과 성기능 문제를 상담하면서 뇌졸중 이전에 상대적으로 왕성한 성적 활동성을 가졌고, 재활 프로그램에서 다른 어떤 면 보다 성기능의 회복에 집착을 하고 있었다.
후유증으로 의사표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항상 부부동반으로 면담하던 터라 자연스럽게 성기능 장애의 치료에 대한 안내를 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번 비뇨기과 면담을 하는 날 P씨가 가장 의욕적이고 재활프로그램에 대해 적극적으로 힘을 내는 것에 부인도 만족하였다. 처음에는 어색하던 몇 번의 면담을 뛰어넘어 성생활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러워지면서 P씨의 뇌졸중이 성행위와 연관되었고 그러기에 더욱 성기능의 회복에 관심을 보이게 됨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현존하는 뇌졸중 자체의 후유증으로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것도 성적 장애의 요인이지만 항고혈압제 등의 약물영향도 기능장애의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이제 P씨 부부는 성기능이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의 요소들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운동요법, 심혈관센터 진료 등 다른 모든 재활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어떤 질병을 진단하는 의사는 무엇보다 병 자체의 치료과정, 예후 등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환자의 전체적인 신체적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나의 질병을 철저히 진단 치료하면서도 삶의 질에 관련된 재활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 일상생활에서 항상 부딪치는 일반적인 근력 활동 뿐만 아니라 성기능과 같은 환자의 관심사도 어우르는 재활치료를 동반해야 함을 환자, 보호자 그리고 치료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의 의료현실은 의사와 환자가 잠시 진료실에서 만나 ‘어디가 불편하신가’를 반복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1차원의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불행한 현실이다. 이제 21세기 우리 의료현실에서 ‘불편한 것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다른 불편함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한 차원 높여 의사와 환자의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성의학자의 지나친 바램일까?
모든 임상의사들이 공감하는 점이 있다면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환자가 질병에서 회복되는 과정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복귀하여 진심으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경과를 ‘환자와 함께 할 수 있을 때’ 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의 보람은 진단과 치료과정의 의사로서의 고뇌와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내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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