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남자들에게 성생활에 대해 물으면 "나는 아직 팔팔한데 아내가 섹스를 싫어한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남자들의 단순한 착각이다. 아내에 대한 배려와 애무 없이 큰소리치는 건 금물이다.
대개 남성들은 폐경기 이후 여성은 섹스를 원하지 않고 성욕은 물론 성적인 흥분도 하지 않는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폐경을 여성성의 상실로 보고 아내를 더 이상 여자로 대하지 않는다. 물론 여성에게 폐경이 오면 난소에서 여성호르몬 생산이 급격하게 감소해 질의 상피세포가 위축되고 얇아져 성적으로 흥분해도 질 분비액이 적게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페니스가 삽입됐을 때 통증을 느끼고 가벼운 상처가 있어도 출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성욕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폐경 여성이어도 성욕의 근원인 남성호르몬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상당량의 남성호르몬이 부신(副腎)에서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폐경기 여성은 임신할 염려가 없기 때문에 섹스를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다.
실제 사례도 있다. 할리우드 원로 배우인 74세의 제인 폰다는 "죽기 전에 꿈꿨던 만족스러운 성생활로 마치 30년 전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며, "70세 남자친구 리처드 페리 덕분에 육체적, 정신적 행복을 찾았다"고 영국신문의 <더 선(The Sun)>의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 역시 서른 살 연하의 댄서와 사랑에 빠졌다.
생리가 끊겼으니 "여자로서의 매력도 끝났다"고 체념하면서 남편과의 섹스를 민망해하고 망측해하는 아내들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이런 차이는 폐경을 받아들이는 인식과도 관련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까지의 섹스 습관이 만든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 남편과의 잘못된 섹스 습관이 섹스를 거부하게 만든 것이다. 사실 폐경이 아니라 해도 남편과의 섹스가 재미없으면 여자들은 섹스를 기피한다.
아내를 탓하지 말고 아내의 몸을 정확히 파악해라
흔히 성교통으로 힘들어하는 중년 여성들에게 전문가들은 윤활제 사용을 권한다. 하지만 남편과의 섹스가 재미없는데 윤활제까지 사용하면서 섹스할 여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섹스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남자들이 '아침 발기'가 되면 아내의 흥분 상태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서 삽입을 하는데 이는 아내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질 분비액도 나오지 않았는데 페니스를 삽입하면 통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섹스를 좋아할 여자는 없다.
만약 삽입 위주의 섹스에서 벗어나 충분한 전희 후 여자를 흥분시킬 수 있다면 질액은 얼마든지 분비될 수 있고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많은 남자들이 아내의 성감대가 어디인지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설령 안다 해도 언제까지 전희해야 하는지 모른다.
남자가 여자를 제대로 애무하기 위해서는 여자의 몸이 흥분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의 성의학자 마스터스와 존슨은 여자의 흥분 상태를 흥분기와 고조기로 나눠 설명한다. 먼저 여자가 흥분기에 도달하면 질 속에 분비물이 증가해 미끌미끌해지고 그것에 의해 육체는 더욱 성적인 욕망에 휩싸인다.
그러면서 젖꼭지가 단단하게 발기하고 유방도 점점 부풀어 오른다. 클리토리스는 딱딱하게 발기하고 질이 깊어지고 넓어진다. 이런 상태를 만들 수 있다면 성관계 때의 통증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경련이 일어나면서 몸이 뒤틀릴 때까지 전희해야
하지만 여자가 더욱 섹스를 즐기려면 이 상태에서 삽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애무해줘 흥분기에서 고조기로 넘어가야 한다. 고조기가 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급속히 상승하면서 호흡이 거칠어지고, 대음순은 점점 더 부풀어 오르게 된다.
소음순도 확장돼 색깔이 연한 분홍색에서 짙은 자주색으로 바뀌거나 조금 진한 포도주색으로 변한다. 부푼 자궁은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어 올리거나 치골 부분을 들어 올려서 실제로 자궁이 위로 치켜 올라가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질이 조여지면서 성적 자극을 예민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질 분비액의 농도는 진해진다. 또 클리토리스의 몸체와 귀두는 쏙 들어가고 오므라들어서 평소에 비하면 마치 없어진 것처럼 평평해진다.
이런 상태가 되면 무언가 받아들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고 골반 부분에서는 어떤 강렬한 느낌이 전해져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기게 된다. 서서히 깊고 넓은 황홀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면서 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 심장 박동과 호흡 그리고 혈압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고 강하게 경련이 일어나면서 몸을 뒤틀게 된다.
바로 이런 상태가 될 때까지 전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고조기에 도달하면 여성은 쉽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도록 조절하면서 오랫동안 머물면 여성에게는 엔도르핀과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그리고 노화방지호르몬인 DHEA의 혈중 농도가 5배로 증가하게 되고,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 분비된다.
여자의 흥분이 고조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이 필요로 하는 호르몬의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생기는 여러 신체적 변화를 바로잡아서 질이 건강해지고 질 분비액도 원활해진다.
'용불용설(用不用說)'이라는 말이 있다. 생물에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있어서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해 없어지게 된다는 학설이다. 꾸준한 성관계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다.
성관계를 꾸준히 해온 남자는 남성호르몬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더욱 정력적이 되고, 여자 역시 성적 쾌감을 즐기게 되면 호르몬의 균형으로 폐경 이후에도 열정을 다시 깨울 수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폐경은 부부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에디터 김련옥 / 글 조명준(섹스칼럼니스트) / 월간헬스조선 5월호에 실린기사
현재 행복한연구소 소장이자 성인채널 <펜트하우스TV> 고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미즈넷에 '아더의 Sex&Say' 칼럼 연재와 '궁금한 성 Q&A' 상담을 해 누리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섹스&남녀관계 전문가다. 저서로는 <지금은 섹스를 배울 시간> <이혼했으면 성공하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