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나무 꺾이는 소리

문성식 2016. 1. 28. 11:17

 
      나무 꺾이는 소리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산에 살아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인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앓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가볍고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올 때 나는 잠을 이룰 수 없다. 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 앞에서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ㅡ 법정 스님<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