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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거리에 서서 / 이 보 숙

문성식 2015. 12. 30. 20:28

눈 내리는 거리에 서서 / 이 보 숙
바람은 담벼락에 앉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날아간다
거리에 나 뒹굴던 
검은 비닐봉지 하나
덩달아 나풀대며 따라나선다
그대가
못 견디게 그리운 나는
어두워지는 거리를 날고 있다
기다림, 기다림 덧없이 많은 날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가
잊히는 그대 얼굴에 날 비비면
보고 싶은 마음은 눈처럼 쌓이고
메마른 눈물 샘가에 눈이 갓 녹아 
눈물 새로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