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8.gif 조선 중기의 문신 이상길을 그린 그림. 비단바탕에 채색. 세로 185㎝, 가로 93㎝. 전라북도 남원시 덕과면 사곡리 이정기(李正基) 소장.

 

이상길(李尙吉)(1556∼1637)은 조선의 문신(文臣)으로 자(字)는 사우(士祐), 호(號)는 동천(東川)이다. 벼슬은 공조판서(工曹判書)에 이르렀으며, 인조(仁祖), 14년(1636) 병자호란(丙子胡亂)이 일어나자 묘사(廟社)를 따라 강화(江華)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청군(淸軍)이 강화에 육박하자 자결(自決)했다.

 

낮은 사모에 담홍색 단령(團領)을 입고 공수자세(拱手姿勢 : 두손을 마주 잡음)를 취하고 의자에 앉은 전신상이다.

상용형식면에서 단령의 양쪽 트임새로 살짝 내비치는 첩리(帖裡 : 철릭), 그리고 양쪽 어깨의 경사진 각도를 달리함으로써 앉음새를 매우 안정되게 나타내어 조선 중기 초상화의 전형적 특색을 보인다.

그러나 안면의 세부묘사에 있어서는 중기 초상화법이 이목구비를 선묘 위주로 그려내면서 안면의 도드라진 부위, 즉 골상학(骨相學)에서 말하는 이른바 오악(五嶽)의 중심부위에 옅은 홍기(紅氣)를 삽입시키는 것과는 달리, 이 초상화는 보다 후기의 초상화법을 채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3양(三陽), 3음(三陰), 누당(淚堂), 와잠(臥蠶)을 경계로 하여 선염기(渲染氣)를 짙게 안배함으로써 안면의 고자세를 나타내려는 도식화된 의도가 강하게 나타나 있어 이상길 재세시의 묘법보다는 좀더 후대의 화법을 보인다.

따라서, 이 영정은 원본을 충실히 모사한 이모본(移模本)으로서, 안면처리에만 이모시의 시대색이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