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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로망스 / 이 보 숙

문성식 2015. 12. 13. 11:09

겨울 로망스  /  이 보 숙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다는 아침에 슬피
나보다도 더 슬피 함박눈이 내려
어느 쪽 어느 버스로 갔는지
조그만 발자국도 찾을 수 없어
그 사람을 잡지 못했습니다
다시 오실 것을 알기에
기다린다는 걸 그 사람은 알기에
함박눈 속에 그리움을 묻으며
추억을 묻으며 얼어붙은 발도 묻으며
사방이 온통 하얀 동화 속 눈나라에
얼어 붙은 체 서 있습니다
눈아, 함박눈아
쉬지말고 내려다오
발목을 덮고 무릎까지 오르렴
나의 반쪽 그 사람 다시 오면
내 곁 못 떠나게 발목을 잡을 거다
다른 사람에게 갈 수 없도록
운명의 끈을 꽁꽁 묶을 거다
쉬지 말고 내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