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 정보

[백두대간 1박2일 야영산행 코스가이드ㅣ부항령~삼도봉~질매재(우두령) 20km] 삼도에 걸친 고산준령을 밟아 나가는 맛

문성식 2015. 8. 31. 23:51
[백두대간 1박2일 야영산행 코스가이드ㅣ부항령~삼도봉~질매재(우두령) 20km] 삼도에 걸친 고산준령을 밟아 나가는 맛

부항령은 경북과 전북을 연결하는 옛길이다. 김천시 부항면과 무주군 무풍면을 잇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의 오래된 고갯마루인 이곳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부항현’으로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 때 부항령 남쪽의 덕산재에 도로가 나기 전만 해도 김천과 무풍의 주민들 대부분은 부항령을 오고갔다. 하지만 이제는 고개의 구실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아래로 삼도봉터널이 뚫렸기 때문이다. 고갯마루 일대에는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산행은 부항령 아래 삼도봉터널에서 시작한다. 백두대간에 닿기 위해서는 지그재그 오르막 등로를 오른다. 많은 사람이 다녀서 제법 널찍하다. 잠시 비탈길을 오르면 백두대간 마루금에 접어든다. 질매재까지는 먼 여정이니 서둘지 말고 천천히 가야 한다. 중간에 능선 위에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라면 더욱 여유를 부려도 좋을 것이다.



	삼도봉 정상에서 대덕산을 바라본 모습.
▲ 삼도봉 정상에서 대덕산을 바라본 모습. 모난 데라고는 없는 부드러운 능선이지만 그 사이로 깊은 골짜기를 안고 있다.
부항령에서 삼도봉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를 두 개나 거푸 넘어야 하기 때문인데, 무더위가 완전히 꺾이지 않는 9월 한낮에는 매우 힘겨울 수밖에 없다. 수풀이 짙은 곳도 있지만 길은 뚜렷한 편이다. 게다가 산길 나뭇가지에는 수많은 리본이 꽃이 피듯 매달린 곳도 있어 길 찾기는 쉽다.

잡목으로 우거진 산길을 지나다 보면 공터 같은 오래된 묏자리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조망이 터지는 970m봉에 오르고 곧이어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시원하게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잠시 뒤 오르는 백수리산(1,034m) 정상은 헬기장과 이어져 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암릉 오름길을 따라 진행한다.

1170봉을 앞두고 다시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굵은 산줄기가 그려내는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1170봉을 넘어 정북으로 뻗은 능선을 1시간가량 따르면 능선 상의 사거리에 닿는다. 동쪽은 김천시 부항면 해인동, 서쪽은 무주군 설천면 미천리다. 여기서 하산하려면 동쪽 해인산장으로 내려서는 것이 편하다. 초입부가 매우 가파르지만 거리는 가까운 편이다.

부항령에서 출발해 삼도봉이 가까워질 즈음 11시 방향으로 유난히 뾰족하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보인다. 바로 석기봉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인기 있는 산이다. 하지만 백두대간 줄기에서 떨어져 있어 따로 찾아야 한다. 민주지산과 연결해서 석기봉과 각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즐기는 팀들도 많다.

삼도봉이 올려 보이는 안부에 다다르면 하늘이 탁 트이는 가파른 오르막 능선길에 설치된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길게 이어지는 계단 길을 따라 오르면 삼도봉 정상에 선다. 부항령에서 삼도봉까지는 3시간 남짓 거리다. 느긋한 걸음으로 이동하며 중간에 한 끼를 해결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백두대간 부향령~질매재(우두령) 개념도
▲ 백두대간 부향령~질매재(우두령) 개념도
삼마골재 인근 헬기장이 야영지로 적격

민주지산의 한 봉우리로 백두대간의 줄기를 이루는 삼도봉(1,177m)은 경북(김천), 전북(무주), 충북(영동)에 걸쳐 있다. 지리산의 삼도봉(날나리봉)이 전남·북과 경남, 대덕산 전의 삼도봉(초점산)이 경남·북과 전북으로 불완전한 삼도인 것에 비해 이곳은 온전한 삼도봉이다. 정상에 있는 삼도봉 화합탑에는 ‘대화합의 새로운 장을 열면서 소백산맥의 우뚝 솟은 봉우리에 인접 군민의 뜻으로 이 탑을 세우다. 영동군, 무주군, 금릉군’이라고 적혀 있다. 우뚝 솟아 있는 삼도봉은 주변 산줄기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장소다. 특히 굵고 뚜렷하게 뻗은 백두대간 줄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산줄기를 종주하는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삼도봉에서 충분하게 휴식을 취한 다음 동쪽으로 뻗은 대간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10분쯤 가면 물한계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계곡을 따라 5분쯤 내려가면 샘물 같은 계곡물을 만날 수 있다. 부항령에서 질매재 사이에 물을 구할 수 있는 확실한 곳이다.

삼도봉에서 내려와 물한계곡으로 이어지는 삼마골재 인근의 넓은 헬기장은 하룻밤 야영지로 안성맞춤인 장소다. 때로는 바람이 심하게 불기도 하지만 백두대간 능선 위에서 이렇게 넓고 평탄한 곳은 찾기 쉽지 않다. 물한계곡 방면의 등산로는 비교적 유순해 탈출이 필요한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삼도봉 오름길.
▲ 삼도봉 오름길. 키작은 참나무와 억새숲 사이로 편안한 길이지만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하는 가풀막이다.

	경북(김천), 전북(무주), 충북(영동) 삼도에 걸친 삼도봉 정상에 선 삼도봉 화합탑.
▲ 경북(김천), 전북(무주), 충북(영동) 삼도에 걸친 삼도봉 정상에 선 삼도봉 화합탑.

삼마골재 부근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계곡에서 물을 보충하고 다시 대간 위에 선다. 40분가량 진행하면 지도에 1,123.9m라고 표기된 봉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내려서자 밀목재를 알려 주는 팻말이 보인다. 이 구간 산길 주변은 억센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몸으로 나뭇가지를 밀며 진행할 수밖에 없어 반팔 티셔츠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밀목재를 지나쳐 오름길을 통과해 뾰족하게 솟은 1175m봉에 오르면 멀리 화주봉이 눈에 들어온다. 지형도로 보면 그리 멀지 않은 봉우린데 실제로 거리가 만만치 않다. 봉우리를 지나면 길은 다시 고도를 낮추며 완전히 수직벽 같은 내리막 구간이 나타난다. 굵은 밧줄을 길게 늘어뜨린 바위지대를 조심스럽게 통과하면 안부로 내려선다. 비가 내리거나 바위가 젖어 있을 때는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계속 이어지는 전형적인 능선 길을 걷다 보면 해발 1,207m 화주봉에 오른다. 한 동호회에서 ‘석교산’이라는 정상석을 세워뒀다. 정상에서 뒤돌아보면 조금 전에 지나온 1175m봉이 날카롭게 하늘을 향하고 있다. 사방으로 시원하게 터진 조망을 즐기며 잠시 숨을 돌리기 좋은 곳이다.

화주봉을 지나면 헬기장을 거쳐 질매재로 향하는 능선이 이어진다. 대간길 좌우로 들어선 잡목 사이로 저 멀리 아래 도로가 보인다. 질매재로 이어지는 901지방도로다. 잠시 뒤면 이 구간의 종점인 질매재(730m)에 닿는다. 이곳은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을 이어 주는 고갯마루로 차량 통행은 그리 잦지 않다.

‘질매’라는 이름은 이 고개의 생김새가 마치 소 등에 짐을 싣거나 수레를 끌 때 안장처럼 얹는 ‘길마’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질매는 길마의 이 고장 사투리다. 이 말이 한자화해 우두령(牛頭嶺)이라고도 불리는데,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는 두 이름이 별개인 양 둘 다 표기돼 있다. 대간 길의 날머리를 벗어나면 커다란 소 한 마리 석상이 종주객을 반긴다. 


교통 부항령에서 질매재로 이어지는 내륙의 산들은 접근이 무척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종주자들은 대중교통이 닿는 곳까지 와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이용한다. 여관이나 민박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것도 상당히 불편하다.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은 구간이다.

부항령이나 질매재(우두령)는 대부분 교통이 편한 김천에서 접근한다. 산 아래 김천시 구성면 마산리(질매재 아래)나 부항면 어전리(부항령 아래) 마을까지 버스가 간간이 다니지만, 마을에서 한참 걸어야 고갯마루에 올라설 수 있다. 김천에서 부항령 아래 삼도봉터널이나 질매재까지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속 편한 방법이다. 택시 요금 3만~4만 원. 고개에서 택시를 부를 때는 하산시간에 맞춰 예약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문의 김천택시 011-820-9915 / 김천 지례콜밴택시 011-542-4717, 054-435-1862.

숙식 부항령이나 우두령에서 가까운 곳은 숙식할 곳이 마땅치 않다. 삼도봉에서 가까운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의 해인산장(054-437-1991, 2991)이 백두대간 종주객들이 가장 애용하는 곳이다. 산으로 드나드는 길에 김천 지례흑돼지를 맛보는 것도 좋다. 지례돈으로 학명이 붙은 작고 털빛이 검은 토종 돼지로 조선시대 때 궁중에 진상되었던 유명한 고기다. 지례면 상부리, 교리 일대에 지례대자연한우식당(054-431-9229), 지례흑돼지식육식당(054-435-0011) 등 10여 개 식당이 몰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