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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능선종주 산행은 지리산 주능선에 비해서는 짧지만, 장쾌한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또한 사철 등산인들이 많이 몰려 사뭇 어수선할 뿐만 아니라 대피소 예약을 안 했을 경우 공단 직원에 의해 도중에 강제 하산해야 하는 지리산 주능선 코스에 비하면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종주산행을 즐길 수 있는 대간 줄기다.
- ▲ 무롱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남덕유산. 삿갓봉이 중간 지점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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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내에서는 정해진 장소 외에는 취사와 야영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중간 야영지를 삿갓재대피소로 잡아야 한다. 그로 인해 텐트 야영의 즐거움은 누릴 수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지만 반면 단출한 행장으로 산행을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지는 산줄기이다. 한가위 보름달맞이는 삿갓재대피소 앞마당에서 즐기는 것이 적당하다.
백두대간 덕유산 구간의 능선 길이는 제법 긴 편이다. 19번국도가 가로지르는 육십령에서 37번국도와 터널이 나 있는 빼재에 이르기까지 31km가 넘는다<육십령~남덕유 8km, 남덕유~백암봉(송계삼거리) 12.3km, 백암봉 신풍령(빼재) 11km>. 하지만 여느 백두대간 구간종주 코스가 그렇듯이 출발 기점인 육십령의 고도가 해발 734m에 이르러, 첫날 오르는 남덕유 정상(1,507.4m)까지 표고차가 770m밖에 나지 않고 이후 백암봉에 이를 때까지의 능선 길이 유순한 편이어서 체력적으로 큰 힘이 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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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마루 양쪽에 휴게소가 자리한 육십령에서 터널 위로 올라서면 대간이다. 잠시 데크 길을 따르다가 무명봉 두 개를 넘어선 다음 된비알 능선을 올려치면 할미봉(1,026.4m) 정상이다. 남쪽으로 괘관산, 지리산 천왕봉, 백운산, 깃대봉, 영취산, 장안산이 파노라마를 이루는 망대 같은 봉우리다.
이후 안전로프를 붙잡는 등 제법 험난한 바윗길 따라 할미봉 바윗길을 내려서면 부드럽고 고즈넉한 숲길이 덕유교육원 갈림목(육십령 5.2km, 덕유교육원 1.6km, 서봉 2.13km, 남덕유 3.6km)까지 이어지고 이후 서서히 가팔라진다(덕유교육원 길은 통제구간임). 된비알 능선길은 뒤돌아서면 할미봉이 빳빳이 고개를 들고, 그 뒤로 계관산, 백운산, 장안산이 당당하게 일어서 있는가 하면 남덕유(1,507.4m) 아래 함양군 서상면 일원은 지상낙원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능선 구간이다.
이후 고도가 높아지면서 소나무, 참나무는 사라지고 사면을 빼곡이 채운 싸리나무 숲이 대신한다. 여름이면 싸리나무가가 자줏빛 꽃을 화사하게 피우고, 원추리 노란 꽃은 환하게 웃음짓는 구간이기도 하다.
바위 구간을 지나 서봉(1,492m) 정상에 서면 월성재 뒤편에 우뚝 솟은 삿갓봉(1,419m)이 바라보인다. 서봉에서 약 40분 거리인 남덕유 정상에서 삿갓골재까지는 은근히 진을 빼게 하는 구간이다. 그에 앞서 빤히 보이는 남덕유도 다가서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 남덕유 정상을 15분 정도 남겨놓고 대간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대간 길을 따르면 남덕유 정상 북쪽의 주능선 삼거리로 이어진다. 물론 대간 등날을 고집한다면 남덕유 정상까지 내리 뽑은 다음 왼쪽 대간 길을 따르도록 한다.
육십령을 출발해 남덕유산 정상까지는 약 8.0km 거리에 4시간 정도 걸린다. 간간이 잡목 우거진 구간이 나오지만 능선이 북으로 곧게 뻗어 도중에 길이 헷갈릴 만한 지점은 거의 없다.
남덕유 정상~월성재~삿갓골재는 약 2시간30분 거리. 삿갓봉 정상 외에는 숲이 우거지고 굴곡이 심하지는 않지만 육십령 출발 이후 한나절 이상 걸은 이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힘겹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삿갓재대피소는 정원 46명 규모로서 주로 덕유산 남북종주나 대간 산행객들이 이용하는 숙소다. 삿갓재대피소에서 체력적으로 무리다 싶으면 남쪽 산길을 따라 황점으로 내려서도록 한다(약 1시간).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황점에서는 북상과 위천을 거쳐 거창읍내로 다니는 노선버스가 운행한다(07:10, 08:50, 10:35, 12:05, 14:35, 16:35, 18:40, 19:40. 요금 3,700원. 문의 서흥여객 055-944-3720). 황점 지구 산행 문의 영각통제소 055-962-1508.
- ▲ 1 백암봉에서 바라본 무룡산~남덕유 능선. 2 ‘송계삼거리’라 불리는 백암봉 정상. 백두대간은 여기서 향적봉 능선과 헤어져 신풍령(빼재)으로 뻗어 나간다. 3 육십령 생태통로. 4 신풍령 아래 뚫린 빼재터널. 전북 무주와 경남 거창을 잇는 터널이다. 5 삿갓재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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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재대피소에서 무룡산 정상까지는 2.1km 거리로, 1시간 정도 꾸준히 올라야 한다. 숲이 우거져 시종 답답한 분위기이지만 무룡산 정상에 오르기 얼마 전부터 숲이 벗겨지면서 장쾌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무룡산에서 순한 내리막을 이루는 대간 길은 동엽령 직전 곤두박질치다가 곧추서듯 솟구치면서 백암봉(1,480m) 정상으로 올라선다. 남쪽으로 지리산 연봉, 동쪽으로 가야산 정상이 첩첩 산 그림자 위로 하늘에 머리를 담그고, 북쪽으로는 중봉을 향하는 덕유평전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 가장 덕유산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봉우리다.
이곳에서부터 백두대간은 덕유산 능선과 작별을 고하고, 이후 동쪽으로 크게 휘돌아 차츰 고도를 낮추며 잦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귀봉을 지나면 송계사 갈림목인 횡경재(백암봉에서 3.2km)에 닿는다. 동남쪽으로는 송계사, 그 반대쪽은 백련사다. 단 백련사 쪽 길이 희미하게 남아 있지만 통행은 금지돼 있다.
송계사 갈림목인 횡경재(대봉까지 4.2km)에서 지봉(池峯·못봉·1,302.2m)까지는 허기지고 지친 자에게는 야속할 정도의 가파른 능선길이다. 정상 직전에 헬기장이 닦여 있다. 지봉에서 바라보는 대봉(약 1,190m)은 또 한 번 지친 다리의 맥을 풀어 놓는다. 까마득히 떨어졌다가 솟구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계단처럼 경사각을 접어가며 오르기 때문에 오히려 지봉 오름길보다 쉽다.
- ▲ 6 육십령 가는 길. 바위 지대가 많은 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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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경재에서 체력이 떨어진 사람은 약 3km 거리인 남덕유분소로 하산하도록 한다. 송계사계곡을 만날 때까지 매우 가파른 사면길을 따라야 하므로 낙상에 주의해야 한다. 남덕유분소(055-943-3174)에서 거창행 노선버스는 07:00, 08:30, 10:10, 11:40, 13:40, 15:10, 17:10, 18:50. 50분. 3,200원. 문의 서흥여객 055-944-3720.
대봉(빼재 3.6km)에서 40분쯤 나아가면 갈미봉(1,039.3m) 정상. 이 봉우리에 서면 빼재가 눈 아래 걸린다. ‘다 왔다’는 안도감이 들기는 하지만 손에 닿을 듯한 그 거리가 보통이 아니다. 더욱이 육십령에서 산행을 시작했다면 거의 다 체력이 바닥나 있기 십상. 때문에 한 시간 반 가까이 걸어야 하는 거리다.
지역 주민들에게 ‘빼재’라는 지명으로 불리는 신풍령은 경북과 전북을 연결하는 국도 37호선이 가로지르는 고갯마루였으나 2013년 10월 30일 신풍령터널(길이 1,765m) 완공 이후 드라이브 족 외에는 차량으로 올라서는 이가 거의 없는 곳이다. 여기서 서울이나 전북 방향으로 가려면 무주구천동 입구인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까지 가야 하는데 노선버스가 없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신풍령~삼공리 약 9.km, 2만 원. 문의 무주구천동택시 063-322-3105.
신풍령에서 거창이나 김천 방면으로 나가려면 고갯마루에서 남쪽으로 구도로를 따라 약 2.5km 거리인 거창군 고제면 개명리 개흥마을까지 걸어 내려가서 거창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도록 한다. 개흥에서 거창행 버스는 08:35, 11:25, 13:55, 17:05 출발, 요금 2,700원. 문의 서흥여객 055-944-3720.
산행문의 덕유산국립공원 본소 063-322-3174~5, 구천동탐방지원센터 063-322-3473, 안성탐방지원센터 063-323-0577, 남덕유분소 055-943-3174, 영각통제소 055-962-1508. 덕유산국립공원 홈페이지 http://deogyu.knps.or.kr.
숙식 육십령 고갯마루 남쪽(함양) 육십령휴게소(055-963-0610)에서는 돼지주물럭(1인분 1만 원), 찌개류(6,000원) 같은 음식을 내놓으면서 민박도 친다. 4인 기준 5만 원.
장수 쪽 육십령휴게소에서는 프랑스 음식을 전공하고 서울 특급호텔에서 셰프로 지내던 요리전문가가 장수돈까스(9,000원), 돈까스(7,000원), 토마토스파게티(7,000원), 닭계장(7,000원) 등의 음식을 내놓는다. 문의 063-353-1964.
덕유산국립공원 내의 산중 숙소로는 삿갓재대피소(수용인원 46명·010-5423-1452)와 향적봉대피소(수용인원 38명·063-322-1614) 2개소가 있다. 사발면, 라면, 햇반, 과자류, 가스, 음료수 등을 팔고 있으며, 이용료 8,000원, 담요 대여 1장당 2,000원이다. 국립공원 홈페이지(www.knps.or.kr)를 통해 예약을 받으며, 원칙적으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하다.
삼공리 구천동계곡 가에 있는 덕유대야영장은 7개 구역 500동 규모의 대형 캠핑장으로서 샤워장, 급수장, 화장실, 매점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 있다. 주차료(승용차 기준 비수기/성수기) 4,000원/5,000원. 캠핑장 이용료 소형 5,000원/7,000원, 중형 7,000원/9,000원, 자동차야영장 1만3,000원/1만6,000원. 자연의 집 3인용 6만5,000원/7만 원, 6인용 8만 원/9만 원~9만 원/10만 원, 8인용 10만 원/12만 원. 전기이용료 2,000원/3,000원, 릴선 사용료 2,000원. 인터넷(덕유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예약. 문의 야영장 매표소 063-322-3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