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내려놓다 / 이 보 숙
한사코
뿌리치고 가는 너에게
무언가 있지, 싶은
가을날 해거름 녘
방마다 밝힌
등불이 너무 환해
밤이 오히려 어두워라
내 창백한 얼굴 바라보는
잠들지 않은 별 하나
사랑한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가 잊히지 않아
등불 켜고 누워 멀뚱멀뚱
눈동자만 슴벅이는 깊은 밤
이제는
사랑의 몽상을 끝낼 시간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불꽃 같은 그리움도 이제 그만
잠든 도시 등 뒤로 하고
홀로 길 떠나야 하리.
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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