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8.jpg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 은해사 백흥암에 있는 조선시대의 불단. 높이 1.25m, 너비 4.13m.

 

수미단이란 불상을 안치한 일종의 대좌(臺座)와 같은 형식으로, 불당내의 천개(天蓋)와 더불어 장엄한 불세계를 묘사한 것이다.

수미산(須彌山)이라는 불교세계의 중심을 밑에 두고 앉아 있는 불타(佛陀)의 보다 높은 격(格)을 상징화시켜, 수미단을 불상대좌로서 표현한 것 같다.

이 백흥암 수미단은 삼존(三尊)을 봉안한 장방형 불단으로서, 맨 하단 받침부와 위로 3단의 신부(身部), 그리고 상부 1단을 각출(刻出)한 장방형 판(板)으로 구성하고, 위에는 공양상(供養床)과 삼존상을 올려놓은 형식이다.

하단 받침 부분은 신부보다 그 내면을 약간 앞으로 돌출시켜 둥글게 깎아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구획지었다. 구획마다 안상(眼象)을 만들고, 그 내부를 깎아 귀면(鬼面)으로 장식하였는데, 특히 전면(前面) 5구 중 중앙의 3구에는 용(龍)이 조각되었다.

신부는 3단으로 구분되며, 1단과 2단을 동일하게 정면 5칸, 측면 각 2칸으로 구획하였다. 맨 아래쪽 1단에는 코끼리·사슴·사자·인어(人魚)·물고기 등이 조각되었고, 제2단에는 동자(童子)·물고기·용·개구리 등을 연꽃이나 기타의 화문(花文)들과 더불어 빽빽히 장식하였다.

1769.jpg 상단부인 3단에는 전면이 1·2단과 구획을 엇갈리게 5구 배치하고, 그 내부에 꿩·봉황·학·공작 등 하늘을 나는 동물들을 꽃과 함께 빈틈없이 조각하여 놓았다. 또 이 위에 단청안료(丹靑顔料)로써 청·홍·녹·흑·백색을 부분마다 채색하여 한층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

3단의 층급(層級)을 이룬 상부면은 신부보다 밖으로 돌출된 장판형(長板形)이고, 그 위에 탁자와 같이 생긴 3개의 상이 놓여 있다. 상의 다리는 짧고 굴곡진 형태이며, 그 연결부분을 안상형(眼象形)으로 조각하였다. 이 상은 향(香)이나 차(茶), 정병(淨甁)이나 꽃병을 올려놓는 공양상이라 생각되며, 그 뒤편으로 수미단 위에 앉은 삼존을 두었다.

불단에 화려하게 장식된 가지가지 기화요초(琪花瑤草:옥같이 고운 풀에 핀 구슬같이 아름다운 꽃)와 서수(瑞獸:기린 따위의 상서로운 짐승), 그리고 귀면 등은 수미산이 7산8해(七山八海)에 위치하며, 물 속에 잠긴 8만유순(八萬由旬 : 由旬은 고대 인도의 거리 단위), 물 위에 나타난 8만유순의 세계를 단계별로 형상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백흥암 불단은 그 세부장식의 화려함과 투각기법(透刻技法) 등에서 한층 돋보여, 조선시대의 여러 불단 중 가장 으뜸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