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12.jpg 강원도 철원군 동송면 관우리 도피안사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높이 4.1m.

 

2층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형성하고 그 위에 상륜부(相輪部)를 올려놓은 일반적인 형식의 석탑이다.

이곳이 6·25사변 때의 격전지였음에도 불구하고 탑의 상태는 상륜부 대부분과 3층 옥개석(屋蓋石)의 일부만이 손상되었을 뿐 전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탑의 구조는 정사각형의 지대석(地臺石) 위에 8각의 기단이 축조되어 있는데, 하층기단은 8각의 각 면에 안상(眼象)이 조각되고 그 위의 갑석(甲石)이 같은 돌로 이루어졌다.

갑석 위에는 1매석(一枚石)으로 조성된 높직한 8각연화대석이 놓였는데, 단엽 16판(單葉十六瓣)의 복련(覆蓮)이 둘러졌으며 정상면에 낮은 각형(角形) 2단의 굄을 각출하여 상층기단면석을 받고 있는데, 한 개의 돌로 조성된 면석에는 아무런 조식도 없다. 갑석은 아랫면에 낮은 각형 2단 받침과 단엽 16판의 앙련(仰蓮)을 조각하여 아랫부분과 대칭을 이루고 있다.

갑석 윗면에는 높직한 방형의 3단 굄을 마련하여 탑신부를 받고 있는데, 반전(反轉)으로 높직하게 표현된 굄대는 대체로 9세기경에 건립된 석탑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부분이다.

탑신부는 일반형 석탑에서와 같이 방형 중층인데, 옥신과 옥개부가 각각 한 개씩의 돌로 조성되었다. 각 층의 신석(身石)에는 양쪽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가 새겨졌을 뿐 다른 표면장식은 없다.

옥개석은 하면의 받침이 초층은 4단이고 2층과 3층은 3단씩이다. 낙수면은 평박(平薄)하나 받침이 낮아서 다소 둔중함을 면하지 못한 감도 있지만, 네 귀퉁이의 전각은 반전이 많아서 전체적으로는 경쾌한 느낌이 드는 구조이다. 상륜부는 노반(露盤)만 놓여 있을 뿐 다른 부재는 없다.

이 석탑은 기단부에서 특이한 양식을 보일 뿐만 아니라 옥개받침이 4단·3단으로 뒤섞여 있는 등, 각 부 양식상으로 과도기적인 위치에 있는 시대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건립연대에 대하여는 이곳 법당내의 주존불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鐵造毘盧舍那佛坐像, 국보 제63호)에 새겨진 ‘咸通六年乙酉(함통육년을유)’(865)의 명문으로 본다면 이 석탑도 이때에 함께 건립되었으리라고 추측되며, 석탑 자체의 양식 수법을 볼 때에도 그렇게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