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무와 같다
끊임없이 물을 주어야 살아갈 수 있는게 나무이며,
그것은 사랑이기도 하다.
척박한 사막의 땅에서도 나무는 물이 있어야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한그루의 나무는
오랜 고통과 질식을 견디어 내며 물을 기다린다.
자신의 내면에 자신이 포용할수 있는 한계에까지 물을 담아
조금씩 조금씩 아끼고 아끼며,
하늘이 가져다 줄 물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사랑은 기다림이기도 하다.
묵묵히 한줄기 비를 기다리는 사막의 나무처럼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랑이다.
늦은 저녁 쓰러져 가는 초가집이지만
작은 소반에 한두가지 반찬을 준비하고,
행여나 밥이 식을까 보아
아래목 이불속에 밥주발을 덮어 놓은
아낙의 촛불넘어 흔들거림에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가.
한마디의 말도 필요없는 다소곳한 기다림에서
진하고 격렬한 사랑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흐르며 조금씩 스며드는 나무의 사랑을 읽을 수 있다.
사랑은 나무와 같다.
끊임없이 물을 주어야 살 수 있는 나무와 같이
부족하지 않은 물을 주어야만 한다.
관심과 흥미라 불리우는 사랑의 물은
하루라고 쉬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의 목마름은 하나의 시든 잎을 만드는 것과 같이
하루의 무관심은 하나의 실망을 가져다 주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나무와 같다.
너무많은 물을 주게되면 나무의 뿌리가 썩는 것처럼,
너무 많은 관심은 간섭이 되어
의부증이나 의처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무가 움직여 자리를 옮기면
쉽게 시들고 힘이 없어 비틀거리는 것 처럼
사랑의 자리를 옮기면
쉽게 시들고 쉽게 비틀거리게 되기 마련이다.
옮겨진 나무에는 더욱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 듯
옮겨진 사랑에는 작은 상처 하나에도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만 한다.
때때로 오랜 가뭄을 묵묵히 견디어 내는 나무와 같이
심한 갈증이 온다 하더라도 묵묵히 견디어 내야 할 때도 있다.
때때로 심한 바람에 온몸이 흔들린다 하더라도
깊게 뿌리내린 나무와 같이 묵묵히 견디어 내야 할 때도 있다.
오래도록 참을 수 있는 기다림과 끊임없는 관심의
두가지를 모두 가져야만 하는 나무.
그리하여 사랑은
바로 나무 같지 아니한가.
ㅡ 이해인 수녀님의 글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