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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아웃도어 | 수도권 자전거 캠핑] 문화 유적이 곳곳에 숨은 보물 같은 섬

문성식 2015. 5. 28. 15:44
[시즌 아웃도어 | 수도권 자전거 캠핑] 문화 유적이 곳곳에 숨은 보물 같은 섬
강화도 해안 따라 석모도까지 자전거 캠핑 여행

“끼이익~ 쿵~! 아이고 팔이야!”

주변 풍경에 잠시 정신을 팔다가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는 시점을 놓쳤다. 가까스로 앞 자전거 트레일러와 추돌은 피했지만, 신발 고정 장치가 풀리지 않아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며 팔을 긁혔다. 다행히 상처가 크지 않았지만 기분은 찜찜했다. 이제 막 강화도 자전거 투어를 시작했는데 초반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른 느낌이다.

강화도는 수도권 자전거 동호인의 여행지로 상당히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 온  곳이다. 드넓은 갯벌과 바다가 보이는 생소한 지역을 여행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해안의 돈대와 고인돌 등 다양한 문화 유적을 접할 수도 있다. 서울에서 가깝고 도로가 좋아 접근이 쉬운 것 역시 매력이다. 가벼운 채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이다.



	동막해변에서 후포선착장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바라본 강화도 갯벌.
▲ 동막해변에서 후포선착장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바라본 강화도 갯벌.
강화도의 여행지로서의 가치는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펜션이 해안을 따라 들어서 있고 음식점과 체험시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여전히 자전거 여행객들에게 강화도는 최고의 여행지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전거 길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쪽은 찻길을 타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강화도 동부 해안과 외포리 주변, 섬의 동서를 연결하는 도로 일부에는 자전거 길이 도로와 함께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동검도 입구~동막해변~후포항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남쪽 해변에는 찻길밖에 없다. 게다가 이 지역은 관광지가 모여 있어 주말과 휴일이면 교통량이 크게 늘어난다.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찻길로 이동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강화도 자전거 길은 찻길과 확실히 구분되어 있어 안전하다.
▲ 강화도 자전거 길은 찻길과 확실히 구분되어 있어 안전하다.
1박2일이면 여유 있는 일정

강화대교에서 시작해 남부 지역을 거쳐 외포리로 이어지는 해안을 자전거로 여행하기로 했다. 갑곶돈대와 광성보, 초지진 등을 돌아보고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을 구경하기 좋은 코스로 잡았다. 덤으로 외포리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가 캠핑을 즐기기로 했다. 1박 2일 동안 강화도 곳곳을 돌아보는 여유 있는 일정이다.

강화대교를 넘자마자 왼쪽에 나타나는 갑곶돈대 입구에 차를 세웠다.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 지역에 돌이나 흙으로 쌓은 소규모 관측방어시설이다.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거나 적이 침략할 때는 방어전을 펼치는 장소다. 조선시대 강화도 해안에 돌로 쌓은 돈대 53개가 설치됐는데 그중 하나가 갑곶돈대다.

	1  길옆에 핀 철쭉 덕분에 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 2 카페로 운영되는 ‘거꾸로 된 집’ 옆을 지나고 있는 일행들. / 3 자그마한 원형 성곽인 굴암돈대.
▲ 1 길옆에 핀 철쭉 덕분에 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 2 카페로 운영되는 ‘거꾸로 된 집’ 옆을 지나고 있는 일행들. / 3 자그마한 원형 성곽인 굴암돈대.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트레일러를 조립했다. 날이 따뜻해지며 캠핑 장비가 아무래도 단출하다. 두터운 침낭과 다운재킷만 빼도 짐이 크게 준다. 게다가 길옆에 수시로 나타나는 편의점과 음식점을 이용하면 휴대하는 식량도 줄일 수 있다. 한강이나 섬진강 자전거 길에 비해 훨씬 가벼운 짐을 끌고 여행을 시작했다.

“짐이 너무 가벼워서 날아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농담을 주고받으며 길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초지대교 쪽으로 이동했다. 장어집들이 빼곡하게 들어 찬 ‘더미리 장어거리’를 지나 철조망 너머로 바다를 바라보며 속도를 높였다. 도로에는 차들이 씽씽 달렸지만 커다란 경계석이 자전거 길 사이에 놓여 있어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언제나 위험은 방심한 순간 찾아오는 법. 잠깐 넋을 놓고 달리다가 급정거하며 넘어졌다. 툭툭 털고 일어났지만 팔이 화끈거리고 자존심 상한 속도 쓰렸다. 작은 사고 이후 속도를 조금 줄이며 안전에 신경을 썼다.

	(왼쪽)초지진의 명물인 소나무. 뒤쪽의 성벽에 포탄 흔적이 있다. /  동막해변의 근사한 소나무 숲.
▲ (왼쪽)초지진의 명물인 소나무. 뒤쪽의 성벽에 포탄 흔적이 있다. / 동막해변의 근사한 소나무 숲.
돈대와 성곽 구경하는 특별함

용진진과 화도돈대, 오두돈대,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등 잇달아 나타나는 강화의 유적지를 눈에 담고 한참을 달렸다. 정오를 지나며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즈음 팔각정의 그늘 밑에서 점심을 먹었다. 즉석 쌀국수와 약과 등으로 배를 채운 뒤 커피까지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그늘에 앉아 있으니 금방 땀이 식었다. 서둘러서 짐을 싸고 길을 떠났다.

	(위) 신록이 우거진 산길에서 즐기는 MTB의 묘미는 남다르다. / 캠프 사이트 주변의 숲길을 달리며 속도를 즐겼다.
▲ (위) 신록이 우거진 산길에서 즐기는 MTB의 묘미는 남다르다. / 캠프 사이트 주변의 숲길을 달리며 속도를 즐겼다.
동검도 입구 삼거리를 조금 지나면 자전거 길이 끝나고 도로가 시작됐다. 차가 많지 않아 큰 어려움 없이 자전거 타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서로 간격을 좁히고 일정한 대형을 유지하며 방어적으로 움직였다. 여러 대의 자전거가 지나가면 아무래도 지나가는 차량들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있는 어시장도 한번 구경해야죠.”

강화도 남쪽 해안으로 접어드니 드넓은 갯벌이 해안을 따라 펼쳐졌다. 그리고 곧이어 왼쪽으로 선두리 어시장을 가리키는 간판이 나타났다. 횟집들이 줄지어 있는 선두리 포구 앞의 갯벌은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활했다. 깊게 패인 갯골 사이에 고인 바닷물에 비친 파란 하늘이 아름답게 빛났다.

선두리 어시장을 지난 길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마니산 옆으로 이어졌다. 잠시 선두4리 선착장으로 이어진 강화 나들길 8코스를 따라가며 바닷가를 구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염전 사이로 난 걷기코스는 노면이 좋지 않아 트레일러를 매단 자전거의 주행은 무리였다. 어쩔 수 없이 도로를 따라 함허동천을 경유해 동막해변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한적한 농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는 모습.
▲ 한적한 농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는 모습.
함허동천과 동막해변은 캠핑이 가능한 곳이다. 함허동천 야영장은 산속의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조용한 곳이지만 접근로가 가파른 것이 단점이다. 넓은 바다를 보고 싶다면 동막해변이 좋다. 찻길과 음식점이 가깝고 야영지도 평탄하지만 사람이 많을 때면 시끄럽다. 장단점이 뚜렷한 야영지다.

	(위부터) 숲 속의 캠프사이트에서 자전거 캠핑을 즐기고 있다. / 펜션이 줄지어 들어선 도로 구간을 따라 달리고 있다.  / 야영지에 앉아 원두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재미가 특별하다.
▲ (위부터) 숲 속의 캠프사이트에서 자전거 캠핑을 즐기고 있다. / 펜션이 줄지어 들어선 도로 구간을 따라 달리고 있다. / 야영지에 앉아 원두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재미가 특별하다.
동막해변의 매점에서 시원한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잠시 숨을 돌렸다. 오늘의 목표인 외포리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게다가 앞으로 넘어야 할 고개도 많다. 힘든 구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은 뒤 속도를 높였다. 해안도로가 산자락을 따라 돌아가며 굽이마다 시원한 갯벌 풍광을 쏟아냈다. 하지만 수시로 나타나는 오르막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앞을 보고 페달을 돌리는 데 집중했다.

“아이고 죽겠네. 이러다가 외포리선착장도 못 가는 것 아니에요.”

여차리에서 장화리로 이어지는 큰 고개를 넘어서며 체력이 바닥을 쳤다. 긴 내리막에서 땀을 식혔지만 여전히 다리가 후들거린다. 눈을 돌리니 강화도 동쪽 해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로 앞에 목적지인 석모도가 눈에 잡힐 듯 가까웠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부지런히 페달을 돌려 짧고 가파른 고개 두 개를 넘어서니 왼쪽으로 외포리로 이어지는 찻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았다. 여기서부터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 있다. 주행 도중 긴장을 풀 수 없는 도로에서 해방되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이제 느긋하게 주변을 돌아보며 달릴 수 있다.

외포리 가는 길에 나오는 굴암돈대에 올라 잠시 바다를 조망했다. 강처럼 흐르는 바다 건너 봉긋하게 솟은 석모도 해명산이 눈길을 끌었다. 신록이 가득한 산자락과 황토빛깔 바다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작고 둥그런 돈대를 돌아 본 뒤 외포리선착장으로 향했다.

“천천히 갈매기 밥이나 주면서 바다 건너가죠.”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갔다. 강화도에 비하면 작은 섬이지만 해명산과 보문사를 찾는 이들로 붐비는 곳이다. 게다가 일부 구간이지만 자전거 길도 뚫려 있었다. 섬 남쪽의 민머루해변에는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어 자전거 여행 중 하루 정도 조용하게 머물기 좋은 곳이다.


	강화 자전거 여행 개념도
▲ 강화 자전거 여행 개념도
석포리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지인의 사유지에 허락을 얻고 텐트를 쳤다. 민머루해수욕장으로 갈 수도 있지만 바닷가보다 호젓한 숲을 원해서다. 산자락에 빛나는 신록 덕분에 바람도 피할 수 있었다. 간단히 산길에서 자전거를 탄 뒤, 저녁을 먹으며 석모도의 석양을 즐겼다. 역시 자전거 여행은 캠핑과 함께할 때 그 즐거움이 커진다. 자연 속에서 잠 잘 때 더욱 만족도가 높아지는 듯하다. 아직은 바닷바람도 시원한 시기다. 더 늦기 전에 자전거 캠핑을 떠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