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山창간 45주년 특집_남한땅 7정맥 ①호남정맥 | 구간종주 요령] 무박 산행 기준… 호남정맥 21구간 가이드
- 조약봉 분기봉에서 외망포구까지 522.4km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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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해 남진하는 줄기가 약 1,547.1km지점에 이르러 영취산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남서진하는 줄기가 호남금남정맥이 된다. 이 줄기는 약 69.6km 되는 지점에 이르러 조약봉을 만나서 두 줄기로 갈라지는데, 북서진하는 줄기는 금남정맥이 되고 남서진하는 줄기는 도상거리 약 423.3km의 호남정맥이 된다.
산경표에 의하면 조약봉 분기봉을 출발한 이 호남정맥 줄기는 백운산에 이르러 그 맥을 다한다. 하지만 모든 산줄기는 한강이나 금강 등 10대강에서 맥을 다한다는 대원칙에 의할 때, 백운산에서 맥을 마친다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 현대의 과학적인 개념과 원칙에 의거해 <신산경표>를 만든 박성태 선생은 백운산에서 그 줄기를 더 진행해 외망포구까지 연장했다. 10대강인 섬진강과 바다인 남해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끝나는 것이다. 현재 호남정맥을 답사하는 모든 종주객들은 외망포구를 호남정맥의 종착점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박성태 선생은 호남금남정맥의 줄기도 10대강이 아닌 조약봉에서 그 맥을 다 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금남호남정맥을 배제해 영취산부터 갈라지는 줄기를 호남정맥 줄기로 본다. 즉 영취산~조약봉 분기점까지 69.6km와 백운산~외망포구의 29.5km를 포함해 522.4km를 호남정맥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여암 신경준 선생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산경표>는 역사적인 의미를 충분히 담고 있는 지리서인 만큼 그 산경표를 따라 걷는 것은 그만큼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하겠다. 다만 현재의 종주산행자들은 호남정맥이라고 하면 박성태 선생의 <신산경표>와 여암 신경준 선생의 <산경표>를 절충한 조약봉~외망포구까지의 452.8km를 호남정맥으로 파악하고 그 거리를 구간으로 나누어 종주하고 있다.
호남정맥을 걷는 방법은 답사자에 따라 여러 가지다.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방법,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동행하는 방법,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홀로 산행하는 방법, 부부가 같이 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호남정맥 452.8km를 한 번에 걸을 수는 없으니, 이를 구간으로 나누어 종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산악회를 이용할 경우 그 산악회의 종주 계획에 따라 진행하면 될 것이다. 개인 답사의 경우에는 교통 편의와 개개인의 주행 능력에 따라 일정이 천차만별일 것이다.
종주는 안내산악회의 구간을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무박산악회냐 아니면 당일 답사 산악회냐에 따라 구간이 달라진다. 무박산악회의 경우 21회 정도, 당일 답사 산악회의 경우 35회로 나누어 종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는 구간 시작과 종료의 편의를 고려해 21구간으로 나누어 답사 구간의 등산로 상태와 주의할 구간 주변 조망 정도 등을 다룬다. 그리고 구간 거리는 도상 거리이므로 이는 실제 답사거리는 이 거리에 1.2 정도를 더 곱해 줘야 할 것이다.
제1구간
조약봉 분기점~슬재 : 23.1km
이 구간에서는 곰티재(熊峙)를 지나면서 웅치전투에 관한 기념비와 안내문을 둘러보는 것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7월 전주성을 지키기 위해 벌어진 큰 전투로 조선군의 대패로 끝나기는 했으나 이 전투로 말미암아 왜군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는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익산포항고속도로가 이 험한 호남정맥 1구간 아래로 지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예전 답사자들이 그 고속도로를 지날 때 올려다보았던 산줄기가 바로 이 호남정맥 1구간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지나는 것도 또 다른 정맥 답사의 즐거움이다.
이 구간이 끝날 무렵에는 오른쪽에서 다가오던 전주순천고속도로가 슬재터널을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멀어진다. 답사자들이 호남정맥을 종주하려면 이 슬재터널을 수차례 지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이 부근의 지형을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이는 정맥을 타는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 하겠다.
1구간은 시작점인 조약봉을 출발해 곰티재를 지난 마루금은 왼쪽으로 염소목장을 끼고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오른다. 오른쪽으로 미륵사가 조망되고 조금 더 땀을 흘리면 745봉을 오르게 된다. 통신용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이 봉우리에서 마루금 진행은 왼쪽인데 여기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이 정맥 마루금에서 살짝 빠져 있는 만덕산(761.8m)에 다녀오는 일이다.
정맥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 이름이 등재되어 있는 봉우리다. 정상에서 전주 시내를 조망하고 2등급 삼각점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745봉에서 왼쪽 길을 따라 진행하면 바로 오른쪽으로 정수사 갈림길이 나오고, 계속 마치를 거쳐 566봉을 지나면 좀 널찍한 산길이 이어진다. 간간이 산 이름이 적힌 코팅지를 보기도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다수다. 마루금까지 올라온 밭들로 인해 좀 편하게 진행을 하다 보면 슬재터널 아래로 전주순천고속도로가 지나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은 귀찮더라도 마루금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박이뫼산을 보러 잠시 왼쪽 봉우리로 올라갔다 와야 하는 수고도 빠뜨리지 말자. 그러고 나면 1구간의 날머리인 슬재로 떨어진다. 슬재에는 모텔 두 곳이 있다.
슬재~ 초당골(운암삼거리) : 29.9km
2구간의 거리가 아주 애매하다. 도상거리 29.9km 정도로 실제 걷는 거리는 32.5km에 육박한다. 그나마 등산로 사정은 좋은 편이다. 정맥을 뛰는 등산인들은 체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으니 조금 무리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보통 무박 산행의 경우에도 염암(鹽岩부락)재에서 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혼자 진행할 경우 대중교통이 아주 불편하고 택시를 부르면 상당한 금액이 나오기 때문에 좀 일찍 출발해 부지런히 걸을 경우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날머리에는 옥정호가 기다리고 있어 피곤한 산꾼들의 심신을 풀어 줄 준비를 하고 있으므로 좀 과감할 필요가 있는 구간이다.
들머리인 슬재휴게소는 보통 오전 6시에 문을 열어 이른 아침식사까지 이용할 수 있다. 홀로 산행할 경우 숙박과 식사를 이 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다. 정맥을 진행함에 있어 가장 길 찾기가 어려운 부분이 마을이나 동네 안으로 들어섰을 때와 길이 혼재한 낮은 구릉을 지날 때이다. 슬재마을에서는 들머리에서 마을회관 오른쪽으로 들어서 통신안테나를 보고 진행해야 한다.
진안의 마이산이 보일 정도의 좋은 조망도 잠깐, 마루금은 군부대 철조망을 슬쩍 지나친다. 오른쪽으로 고덕산으로 진행하는 줄기가 보일 즈음 마루금에서 50m 정도 떨어진 옥녀봉(580.4m)에서 4등급 삼각점을 확인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509m봉을 지나면서 이제부터 호남정맥의 마루금이 남진하게 됨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면서 오른쪽으로 전주의 진산이자 이 줄기에서 분기하는 모악지맥의 주봉 모악산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지나온 줄기들을 감상할 무렵 발걸음은 산불감시초소와 헬기장이 있는 경각산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10m쯤 더 가야 3등급 삼각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부터 불재까지는 가파른 내리막으로 일단 불재에 내려서면 숯공장과 카페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다. 슬치에서 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감안해 물을 준비하면 될 것이다. ‘봉수대봉’이라는 코팅지는 잘못 표기된 것이므로 무시하도록 한다. 608m 고지에도 ‘치마산’이라는 안내목이 있으나 이 역시 엉터리이므로 지도를 잘 보면서 진행해야 한다.
작은불재라고도 불리는 임실과 완주를 이어주는 염암부락재는 상당히 높은 고지에 있다. 사실 슬치에서 이곳까지 7시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해 대부분의 산악회에서는 이곳을 2구간 날머리로 하고 있다. 하지만 홀로 산행하는 이들은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다음 구간 들머리를 감안해서라도 조금 더 진행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로프를 타고 된비알을 치고 오르며 또 떨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다행히 등로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 그나마 힘들어하는 산객들을 위로한다.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이정표가 1봉부터 시작해 오봉산까지 안내해 주므로 별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오봉산에 이르면 지금까지 고생한 것을 한 번에 날려 준다. 인공호수인 옥정호의 시원한 조망이 지금까지 흘린 땀을 보상해 주는 듯하다.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2등급 삼각점도 확인하고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정상 바로 밑에 있는 이정표에서 운암면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직진했다가는 상당한 거리를 ‘알바’해야 할 것이다. 날머리인 초당골에서는 약 30분에 한 대꼴로 전주시내버스가 다닌다.
초당골(운암삼거리)~개운재 : 29.2km
3구간에 이르러 마루금은 전주권을 지나 정읍권으로 들어서게 된다. 호남정맥에 있어 가장 악명 높은 구간으로 부정적 의미의 ‘호남정맥의 하이라이트’로 볼 수 있다.
들머리는 어부집에서 산외면 방향으로 차도를 따라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교통표지판 옆에 걸려 있는 표지띠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이후 잡목과 가시덤불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 이 구간은 모악지맥 분기점이 있는 350m봉까지 계속된다. 갈림길도 많아 여기서 묵방산까지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묵방산에 올라 돌탑 한 기가 있는 538m봉에서 묵방산을 확인하고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가서는 고도를 한층 낮춰야 한다. 즉 묵방산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거의 70도 정도는 틀어 내려가야 한다. 그러고는 여우치마을로 들어서게 되는데, 마을회관 뒤로 나아가 고구마밭 옆으로 조심스럽게 마루금을 넘어가야 배남재에 도착한다. 4등급 삼각점이 있는 283.4m봉을 지나 가는정이마을로 들어설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정도로 마루금이 희미한 곳이다.
여기서 아스팔트 도로를 따르다 ‘옥정호산장’ 옆으로 들어서면 전원마을 공사장으로 들어서게 되면서 마루금이 애매해진다.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한 다음 정리를 하지 않아 등로가 복잡해지면서 희미해진다. 선답자의 표지 띠를 잘 찾아 진행하면 큰 어려움은 없지만 발목을 잡고 얼굴을 치고 기어가기도 해야 하는 나뭇가지의 저항은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고생을 하고 숲에서 빠져나오면 밀양박씨 묘가 나오고 여기서 한숨을 돌리게 된다.
소리개재를 지나면서 두월2리 마을을 안고 돌면서 마루금은 저수조 뒤를 치고 올라가 이름만 그럴 듯한 왕자산(4등급 삼각점)으로 오르게 된다. 여기부터 또 가시덤불과의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구절재까지는 가끔 임도가 나타나기도 하여 편안한 길과 가지치기 작업을 한 길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게 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여하튼 이 구간이 호남정맥 종주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라는 것만 각오한다면 별로 힘들지 않고 지날 수 있을 것이다. 구절재에서 오르는 길은 1시간 정도 편하게 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38 송전탑’ 전후로는 다시 각오를 다잡아야 하는데 연화정사로 떨어지는 임도를 만나면서 한숨 돌릴 수 있다. 여기서 물 보충도 가능하다. 석탄사 갈림길을 지나 블루베리농장이 있는 굴재까지도 잡목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편하게 지날 수 있는 곳이다.
어떤 안내도를 보면 굴재를 지난 구간부터 가시덤불이 시작된다고 했는데 현장 사정은 아주 양호하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나무 숲을 지나면 마음씨 너그러운 할머니가 사시는 개운치(개운재)로 떨어지게 된다. 여기서 정읍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택시를 불러도 그리 크지 않은 비용으로 정읍시내로 이동이 가능하다.
개운재~감상굴재 : 24km
실거리 27km 정도 되는 구간이다. 지난 3구간이 부정적인 면에서 볼 때 하이라이트 구간이라고 한다면, 이번 구간은 정반대인 진정한 호남정맥의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내장산국립공원 구간을 지나게 된다. 때문에 여느 국립공원을 지나는 마루금이 그러하듯 이곳도 출입금지 구간을 넘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개운재에서의 들머리는 순창방향으로 ‘월정 22km’라고 쓰인 표지판이다. 표지판 앞으로 들어서서 대나무 터널을 지나 어지러운 마루금을 희미한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진행하면 통신부대 철조망이 나온다. 철조망 왼쪽 길을 따르면 두들재가 나오는데, 여기서 내장산국립공원 출입금지 표지판도 만나게 된다. 국립공원은 정읍시 쪽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답사자들은 순창군 쪽으로 붙어서 걸으면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여시목에는 샘이 있으나 식수로는 불가하다. 509m봉을 지나면서 ‘지적도근점’도 여러 개 볼 수 있다. 이 부근의 표지띠는 다 제거되어 있으므로 흐름을 잘 타면서 진행해야 한다.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릴 즈음 최근 개통된 복룡터널 상부를 지나게 되고 곧바로 추령으로 떨어진다. 추령에는 식당뿐만 아니라 여관과 민박업소가 있어 날머리나 들머리로 이용하기에 적당하다. 추령에서 내장산 안으로 들어가는 철문은 굳게 잠겨 있어 정맥꾼들은 부득이 철문을 넘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내장산국립공원으로 들어서서 장군봉, 신선봉을 지나면서 건너편의 서래봉, 연지봉을 감상하는 여유로움도 가지면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소죽엄재를 지나 ‘영산기맥’이 갈라지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왕봉을 지나면 헬기장을 만나게 되고 ‘백학봉 0.8km’ 이정표를 지나게 되는데 여기서 마루금은 길이 나쁜 왼쪽 희미한 등산로로 들어서는데 여기에 또 출입금지 안내판이 붙어 있다. 마루금은 너무도 당연히(?) 그 뒤로 이어지고 좀 위험한 바위구간을 조심스럽게 진행하면 왼쪽으로 철조망을 만나게 되고 그 길은 잘 다듬어진 가족묘지를 지나게 된다.
이곳에서 마루금이 애매한데, 고추밭 옆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면 수목장지가 나오고 깨끗하게 정리된 산길이 이어진다. ‘정상’이라 쓴 이정표만 따르면 된다. 대각산 등산로 안내도를 보고 마을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강선골마을 정자가 나오고 47번도로를 만나면서 제4구간을 마무리한다.
감상굴재~천치재 : 20.2km
전남 5대 명산이자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드는 추월산을 지나는 구간이다. 밀재, 천치재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잡목의 저항을 잠시 느끼면서 진행하면 3등급 삼각점이 있는 대각산을 지나게 된다. 그 이후는 조그만 고개들을 지나면서 이정표만 따르면 별 문제가 없다.
편안하게 등로를 따르다 448m봉을 지나면 갑자기 삼거리가 나오는데 마루금은 왼쪽으로 틀어진다. 그곳에 부산의 산꾼 ‘준희’님의 ‘병풍지맥 갈림길’ 표지판이 붙어 있다.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엉터리 이정표도 두어 개 보고 지나다 보면 밀재를 지나게 되고 이제부터 고도를 한층 높여 무조건 치고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 변변한 정상석 하나 없는 추월산에 오르게 되는데 여기서 조금 욕심을 부려 보리암 상봉으로 진행해 담양호와 보리암을 가까운 곳에서 감상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진행방향의 수리봉 조망도 이에 뒤지지 않다. 날씨만 허락된다면 강천산과 무등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뒤돌아보면 병풍지맥 줄기와 내장산 줄기도 당연히 눈에 들어온다. 추월산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보다는 주변 산군(山群)들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추월산을 100대 명산에 넣은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마루금은 담양호를 오른쪽으로 보면서 가파른 비탈을 내려간다. 가인 김병로 대법원장의 기념연수원을 지나고 20번국도의 ‘U’자형 도로를 보는 즐거움을 가지면서 지나온 추월산 줄기를 돌아보면 어느덧 오늘의 날머리인 천치재에 도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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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치재~광덕산 : 26.8km
이번 구간에서는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으로 북으로 돌아가지 못한 북한군들이 병단을 만들어 저항했던 본거지인 가마골 부근을 지난다. 또한 우리나라 군립공원 제1호인 강천산을 밟게 되며 담양호 건너편의 지나온 추월산 줄기도 볼 수 있어 그 즐거움이 배가되는 구간이다.
천치재에서 편안한 임도와 부드러운 산길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면 용추봉을 지난다. 부드러운 등산로를 따라 염소목장을 지나면 이름이 특이한 오정자재를 지나게 된다. 오정자재를 지나 마루금을 따라 강천산 주봉인 왕자봉으로 진행한다. 중간에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571.9m봉의 2등급 삼각점(순창25)에서 무이산, 노령으로 진행하는 무이지맥을 확인할 수 있다.
조망이 터지기 시작하는 490m봉에서 담양호 건너편으로 보이는 추월산과 보리암 그리고 그 왼쪽의 병풍지맥을 조망하며 감탄사를 터트리게 된다. 강천산성에서 동쪽으로 보면 강천사계곡을 사이에 두고 잠시 후 진행할 광덕산을 보게 된다. 그러고는 산성산을 만나게 되는데 마루금은 산성산 오르기 전 왼쪽으로 떨어지므로 반드시 이를 인식하고 산성산에 올랐다가 다시 돌아서서 내려와야 한다.
광덕산 가는 길은 넓지만 가팔라 정상으로 오르려면 나무계단과 로프를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이 광덕산에 올랐다가 마루금을 놓치는 일이다. 산꾼들이 정상에 섰다가 북서쪽과 북동쪽 두 갈래의 좋은 길을 보고 진짜 마루금을 깜빡 잊는 것이다. 돌아 내려가는 것을 망각하고 좋은 길을 따르다 알바를 하곤 한다.
광덕산에서는 반드시 되돌아와 왼쪽으로 뚝 떨어지는 루트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마루금에 있는 4등급 삼각점(순창444)을 확인하고 왼쪽에 있는 옥정마을로 내려가 구간 산행을 마칠 수 있다.
광덕산~과치재 : 21.2km
이제 마루금은 88고속도로를 지나 설사 부근에 이르면서 전북 순창군을 버리고 온전히 전라남도 안으로 들어와 잠시 곡성군과 담양군의 군계를 따라 진행한다.
200~400m 정도 오르내리는 높이에서 보듯 별 특징 없는 마루금의 연속이다. 다소 무료하지만 서암산을 지나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난 설산을 오르고 괘일산을 지나면 이런 우려를 한 번에 다 씻어 버리게 된다. 과연 정맥은 정맥이다.
방축재를 지나 88고속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진행하다 ‘안개 잦은 지역 1km’ 안내판이 나오면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2등급 삼각점(순창22)을 확인하고 과수원을 따라 내려오면 다시 88고속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반드시 왼쪽 암거를 이용해야 한다. 차량 통행이 뜸한 틈을 타 무단횡단하는 위험한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봉황산을 지난 마루금은 오죽이라고 불리는 검은색 대나무 숲을 지나 목동리 송지농원을 지나게 된다. 물 보충이 가능한 마을이다. 정맥에서 조금 벗어난 서암산을 다녀오는 것도 잊지 말자. 민치를 지나 마지막으로 전라북도의 숨결을 느끼고자 도계를 따라 역시 정맥 밖에 있는 설산도 다녀와야 한다. 정상석과 3등급삼각점이 잇는 설산에서 보는 조망은 대단하다.
이 설산 아래에 있는 신비의 샘 ‘금샘’을 다녀오는 것도 빠뜨리지 말아야 할 이번 구간의 하이라이트다. 그후 3봉으로 이루어진 괘일산을 조심스럽게 진행하면 또 다른 무이산(306m)을 지나 이번 구간의 날머리인 13번도로가 지나는 과치재로 떨어지게 된다.
과치재~유둔재 : 24km
과치재를 지나면서 호남정맥의 중간지점을 통과한다. 마루금은 광주의 진산이자 호남정맥의 자존심인 무등산에 진입하게 되면서 줄기를 더욱 남으로 뻗는다.
과치재에서 오른쪽으로 7분 거리에 있는 암거를 통해 호남고속도로를 건너야 한다. 이후 고속도로 가장자리를 따르다 철다리로 마루금을 이어가면 곧 연산에 도달한다. 연산을 오르기 전 바로 왼쪽에서 통명산으로 이어지는 ‘통명지맥’이 갈려나간다. 통명지맥을 따라가다 보면 차일봉 부근에서 또 다른 지맥인 ‘모후지맥’이 가지를 친다. 이는 지도로 확인하면 되겠다.
방아재를 지나 오르는 만덕산(575m)은 ‘할미봉’이라는 이름을 가졌음을 정상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석리 임도를 지나면서 호남정맥 중간지점 말뚝을 만나게 된다. 이는 영취산부터 계산한, 즉 호남금남정맥을 포함한 거리 계산이며 순수한 호남정맥의 중간지점은 뒤에 진행할 서밧재 부근이다.
계속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면 정맥길에서 400m 정도 벗어난 곳에 수양산이 있다. 정상에는 4등급 삼각점과 산불감시초소뿐이지만, 해발 593.9m 높이의 수양산은 이 구간 최고봉인 만큼 그 상징성을 감안해 답사가 필요할 것이다.
‘범죄 없는 마을’의 표석이 있는 입석리를 지나 임도를 따라 마루금을 이어가면 외딴 집 뒤로 마루금을 이어갈 수 있다. 곧 산불무인감시카메라가 있고 2등급 삼각점이 있는 국수봉에 이른다. 국수봉에서는 거의 직각으로 오른쪽으로 길을 꺾은 다음 염소목장 철망을 따라 진행하다가 철문 안으로 들어가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오고 시원한 조망 터가 나온다.
활공장을 지나 노가리재로 떨어지기 전 왼쪽으로 희미한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면 동물이동통로가 나온다. 노가리재 터널 위다. 이제부터는 담양가사문학의 영향으로 탄생한 가사문학길 이정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어려울 것 없는 산길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드디어 무등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루금은 이내 887번 지방도의 구도로 상에 있는 유둔재로 이어지면서 구간을 마무리한다.
유둔재~어림고개 : 18.2km
무등산을 거니는 구간이다. 유둔재부터 북산까지는 아무 생각 말고 그저 묵묵히 올라야 할 정도로 고도를 일거에 높인다. 힘이 들지만 북산에 올라서면 시원한 무등산 풍광이 반긴다. 무등산 정상 부분은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신선대 억새밭~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있는 장불재까지는 우회해야 한다(확인 요망). 이때 규봉암에서 물 보충이 가능하다. 무등산에서 입석대와 서석대를 빼놓을 수 없으니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 그후 무등산을 지나 안양산까지 멋진 조망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유둔재부터 신선대 억새밭까지의 산길은 특이한 어려움이 없다. 신선대 삼거리에서 왼쪽 억새밭 안으로 들어서서 규봉암 방향으로 이동한 뒤 숲길로 북산까지 오른다. 아주 짧은 지공너덜 구간을 지나 걷다 보면 장불재가 나오고 여기서 무등산의 전부라 할 입석대와 서석대를 다녀와야 한다.
장불재에서 안양산을 가는 구간은 여름이면 머리가 벗겨지는 고통을 감수한다. 하지만 주위가 확실하게 조망되는 만큼 전망은 좋다. 그러나 안양산(853.1m)~둔병재(278.8m) 구간은 워낙 고도편차가 커서 둔병재 너머 662m봉이 너무 높게 느껴진다. 그래도 산길이 좋아 위안이 된다. 둔병재의 휴양림에서 물 보충도 가능하다. 662m봉을 지나 ‘#73 철탑’을 지나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막으로 접어들어야 하는 구간 정도가 주의해야 할 곳이다.
어림고개~돗재 : 16.8km
지나온 구간은 산길 사정이 좋았지만 이제부터는 길 찾기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일부 지도에 오산(鰲山)이라고 잘못 표기된 별산(鱉山)이 그 이름을 되찾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산죽이 괴롭히는 곳도 한두 군데 나오고 묘지를 지나면 독도가 힘든 곳도 있다. 서밧재는 산경표 상의 호남정맥 중간 지점이다. 그 서밧재에 있는 문성석재에서 물 보충도 가능하다.
어림고개를 지나 마루금을 치고 올라가면 잡목들로 인해 길 찾기가 좀 복잡해진다. 그러나 일단 580m봉에 오르면 한숨을 돌리게 되고 여기부터 별산까지는 좀 무난하게 진행된다.
594.6m봉을 지나면서 삼각점을 확인해야 한다. 그 이후 구간은 로프가 두어 군데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표지띠마저 흔치 않아 흐름을 잘 찾아 진행해야 한다. 주라치를 지나면 쓰러진 잡목으로 좀 고생을 한다. 왼쪽으로 정맥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구봉산도 다녀와야 할 곳이다.
서밧재에서는 왼쪽으로 이동해 고가도로 밑으로 진행하며 광주학생교육원 생활관에 오르기까지는 땀 좀 빼야 하는 구간이다. 이후 산길 사정은 양호하지만 천운산까지는 쉽지 않은 구간이다. 천운산에 이르면 정상석과 2등급 삼각점이 반겨 주고, 남쪽으로 이 정맥의 막바지에 있는 백운산이 아련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돗재~예재 : 23.3km
태악산을 지나면서 왼쪽으로 조망이 트이면서 한천면 일대가 조망이 가능한데 운이 좋으면 일출 시 운무를 볼 수 있다. 이 동네의 지명이 한천(寒泉)이고 동가리(東佳)인 이유에 고개를 끄떡이며 개기재를 지나면 이정표가 있는 등 길찾기에 별 어려움이 없어진다. 계당산에서 마루금은 ‘노동’ 방향인데 계당사 방향이 워낙 길이 좋아 실수할 수도 있는 지점이다. 중간에 물을 보충할 만한 곳이 없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편한 마루금을 이어갈 수 있는 구간이다.
이번 구간은 노인봉을 시작으로 삼각점도 5곳이나 있으니 심심찮은 산행을 할 수 있다. 태악산 이후 노인봉까지는 조망 포인트가 여러 차례 나온다. 성재봉에 이르러서는 왼쪽으로 크게 틀어 진행해야 한다. 선답자들이 큰 나무로 진입금지 표시를 해두었다. 촛대봉에 숨겨진 삼각점(사용 불가능)을 확인해야 하며 두봉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워낙 길이 희미해 정재봉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트는 곳을 조심해야 한다. 468.8m봉에 숨겨진 삼각점을 찾는 것도 보물찾기하는 것 마냥 재미있는 일이다. 개기재로 떨어져서는 오른쪽 개울에서 잠시 발을 적실 수 있다. 하지만 양이 그다지 많지도 않고 식수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개기재에서 일단 올라서기만 하면 이후 계당산을 지나 예재까지는 동네 야산을 걷는 느낌으로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예재~웅치(곰재) : 16.2km
별 특징 없이 지나야 하는 호남의 오지 구간이다. 남진하던 마루금이 다시 서진(西進)해 큰덕골재에서 한 번 떨어지는 곳을 제외하면 400~500m 사이를 오르내리는 별 특징이 없는 구간이다. 다만 정맥꾼 이외에는 인적이 드문 길이라 숲을 헤치며 지나가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조망도 별로 없기 때문에 무료하기도 하다. 날머리는 화순과 보성으로 대중교통이 오고가는 웅치(곰재)로 잡는 것이 가장 적당할 듯하다.
시리산이나 고비산 등에 ‘준희님’의 안내판이 붙어 있고 산길에 잔 나뭇가지가 많은 만큼 표지띠도 많이 붙어 있어 길 찾기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단, 초여름 이후 거미줄이나 벌레들에게 시달릴 것은 각오해야 한다. 방화선 같은 임도를 통해 뗏재를 지나 외딴 가건물 한 채가 보이고 그 집 뒤로 마루금이 명쾌하게 이어진다.
숫개봉을 지나 어른 키만 한 잡목을 헤치고 진행하면 폐 헬기장에 이른다. 이때쯤 웅치를 지나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미끄러지듯 내려오면 웅치다.
웅치~시목치 : 23.1km
내장산 구간에서 영산기맥 갈림길을 지났는데, 이번에는 또 하나의 기맥인 땅끝기맥 갈림봉을 지나게 되는 아주 의미 있는 구간이다. 엉터리이기는 하지만 이정표와 정상석도 이따금씩 만나면서 마루금은 다시 남진을 시작한다. 가지산 암봉에 이르러 앞으로 진행할 제암산 방향도 가늠하게 되면서 마루금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웅치에서 국사봉으로 가는 초입이 아주 중요하다. 즉 임도 개설 공사로 인해 어수선한 길을 따르려다가는 마루금을 잃어버리게 되어 사면을 치고 올라가야 하는 등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여기서는 임도는 무시하고 바로 중앙의 마루금을 따라 진입하면 바로 길 흔적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올라가야 잡목 숲에 간간이 달린 표지띠를 확인하며 진행할 수 있다.
깃대봉을 지나 운곡마을 고개를 지나면 헬기장에 표석이 박힌 게 보이는데 이곳이 땅끝기맥 갈림봉이다. 잘못 된 정상석과 이정표를 인식하며 진행하면서 가지산을 지나 ‘가지산 암봉’에 들르는 것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가지산 암봉에서 다시 되돌아 내려와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내려가기 시작해 왼쪽으로 경림마을을 보면서 진행하면 피재로 떨어진다.
동물 이동통로를 통해 피재를 지나고, 405m봉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해 병무산에 이르면 준희님의 안내판과 삼각점을 확인한다. 이후 편백나무 숲과 만년 임도를 지나 암봉에서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제암산 일대를 조망하며 마지막 힘을 쏟아 부으면 시목치(감나무재)로 떨어지게 된다.
시목치~한치 : 17.7km
이 구간은 4월 말이나 5월 초 철쭉 개화 시즌에 맞춰서 진행하면 좋을 구간이다. 일림산~사자봉 구간에 보성군과 장흥군이 철쭉을 식재해 지리산 바래봉이나 소백산에 버금갈 정도로 철쭉의 명소가 되었다.
200여 m 고지에 있는 시목치를 지난 마루금은 682m의 작은산까지 고도를 높이느라 땀 좀 흘리게 만든다. 그러나 중간에 휴게소도 만들어 놓았고 나무 의자도 있어 쉬엄쉬엄 올라가면 그뿐이다. 작은산을 지나면 보성군인데 산길에 보성군과 장흥군의 이정표가 난립한 듯한 느낌이 든다. 보성군에서는 시목치니 일림산이니 하는 이름을 사용하는 반면, 장흥군에서는 갑낭재, 삼비산이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제암산 임금바위가 보이기 시작하면 왼쪽으로 일림산 일대가 조망된다. 자연스럽게 마루금은 사자산 부근에서 왼쪽으로 틀어 해안산과 평행하게 동진한다. 두 개의 정상석이 잇는 제암산을 뒤로하고 걷는 구간에서는 멋진 바위와 철쭉나무를 보며 즐거움만 만끽할 수 있다.
제암산에 이어 곰재산 철쭉 능선을 지나면 사자산에 이르는데, 미봉(尾峰)에서 오른쪽으로 진행을 하면 장흥읍을 지나 천관산으로 이어지는 사자지맥이다. 잠시 사자봉의 머리에 해당하는 두봉(頭峰)에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다. 계속 삼비산과 일림산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득량만이 보이기 시작하고 종점인 한치에 닿는다.
한치~오도재 : 18.9km
일림산 구간을 마치면 축제가 끝난 뒤처럼 좀 허무한 느낌이 든다. 또 400고지가 살짝 넘는 야산 같은 곳을 지나려니 괜히 맥이 빠진다. 그래도 마루금을 밟으며 우리나라 녹차 주생산지 보성의 녹차 밭을 볼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부여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삼수마을을 지나 처음 만나는 활성산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어 90m 정도 더 들어가야 활성산 정상이다. 표지띠를 보며 주의 깊게 가시덤불을 헤치며 진행해 철조망을 살짝 넘으면 비탈이 나오며 녹차밭을 지나게 된다. 붓재다원을 지나 제일다원으로 들어가면 봉화산 등산로라는 간판이 나오고 마루금은 거의 평지 수준이다. 간간이 나무의자도 있고 삼각점도 있으며 봉화산에는 훌륭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주의를 기울여 배각산에서 1등급 삼각점을 확인한다. 통신시설이 있는 반심산(307m)도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도 나와 있는 봉우리이므로 임도를 따라 잠깐 다녀오는 수고를 아끼지 말자. 그럭재는 77번국도가 지나는 도로인 만큼 조심해서 건너야 한다. 이후 푸석거리는 315m봉 오르는 길은 짜증이 날 정도다.
315봉을 지나 역시 마루금에서 벗어난 대룡산으로 오르는 삼거리에 배낭을 벗어두고 10분 정도 천천히 걸어 대룡산에 도착하면 정상석과 대룡산 시비가 서 있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 나와 마루금을 걸으면 산길이 조금 안 좋아 신경을 써야 한다. 흔적과 표지띠를 잘 살펴봐야 오도재로 떨어질 수 있다.
오도재~석거리재 : 22.2km
초암산을 보며 걷는 구간으로 조망이 좋다. 적지봉 삼거리에서 유명한 고흥지맥을 흘려보내고, 모암재 너머 존제산의 군부대를 지나는 어려운 구간을 지혜롭게 통과하면 주랫재에서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를 만나게 된다. 벌교에서도 소문난 석거리재 휴게소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오도재에서 예전의 길인 숲속 길을 따르는 것보다 절개지의 배수로를 타고 올라가는 게 훨씬 더 용이하고 그게 사실 마루금이기도 하다. 중계탑 시설이 있는 방장산까지의 구간도 무난하고 정상석이 있는 주월산으로 가는 길도 오른쪽의 득량만을 보면서 걸으니 힘든 줄 모른다.
임도를 만나 느긋하게 걷다 보면 로프 시설도 되어 있는 광대코재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틀어 초암산 권에서 벗어나면 잠시 빽빽한 철쭉나무와 잡목을 뚫고 진행하는 좀 어려운 구간이 나온다. 잠시 뒤 표지띠가 어지럽게 날리는 삼거리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마루금은 왼쪽으로 떨어진다. 오른쪽 고흥지맥은 정맥꾼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산줄기이다.
정맥길로 들어서면 바로 앞에 펼쳐지는 존제산 줄기가 정맥꾼을 압도한다. 그 길로 올라가는 길도 철조망 세 군데를 통과하는 등 악전고투를 피할 수 없다. 지금은 철수한 정상 부근의 군부대 철조망에 도착해도 그 철조망을 넘는 방법이 애매하다. 철문으로 잠긴 철조망을 타고 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너무 위험하다.
철문을 보고 오른쪽으로 다시 나와 철쭉나무가 꺾어진 곳을 확인하고 원형 철조망을 밟고 넘는다. 철조망을 왼쪽으로 보면서 의식적으로 철조망을 끼고 10여 m 더 내려가면 넘어갈 수 있다. 일단 그 철조망을 넘어가면 다음 철조망은 식은 죽 먹기다. 그러면 부대 영내로 들어가게 되고 널찍한 비포장도로를 타고 주랫재로 내려올 수 있다.
주랫재 오른쪽으로 동소산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어 이를 따르고 삼거리에서 동소산을 보내고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농장을 우회하라는 팻말을 따라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벌교시내가 보이기 시작하고 이내 석거리재로 떨어지게 된다.
석거리재~접재 : 18.8km
봉우리마다 멋진 조망을 보여 주는 조계산도립공원 구간이다. 석거리재에서 백이산으로 오르는 구간과 분계재에서 고동산으로 오르는 구간만 힘을 들이면 편한 등로로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다.
석거리재에서 백이산으로 오르는 길은 무조건 오르기만 하면 된다. 즉 240m에서 582m의 표고 차만 극복하면 백이산 정상의 시원한 바람과 조망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또 분계재로 고도를 낮춰야 하는데, 분계재에서 기지국이 있는 고동산 오르는 구간은 경사가 가팔라 비가 올 경우 매우 미끄러워 고생할 수밖에 없다. 고동산을 벗어나 조계산 권으로 들어서면 도립공원답게 편안한 산길이 나타난다. 조계산 정상의 1등급 대삼각점도 확인할 수 있어 더 없이 즐겁다.
접재~송치 : 19.6km
이 구간은 오성산에서 유치산을 지날 때 주의해야 한다. 또한 노고재 구간에서 마루금 진입하는 방법 그리고 문유산과 바랑산이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이 두 봉을 확실하게 찍고 내려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접치에서 오성산을 오르는 길은 두 가닥이다. 하나는 기존의 나무계단 길로 잡목의 저항을 피할 수 있다. 나무계단 길 대신 새롭게 만들어진 왼쪽 길을 따르면 좀더 편안하게 오성산에 올라설 수 있다.
오성산을 지나 유치산에 이르는 구간은 잡목과 가지치기 작업 후 제거한 나뭇가지를 정리하지 않아 길 찾기가 조금 어렵다. 다만 유치산에서 보는 조망은 이번 구간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노고재에서는 마루금에 주의해야 하는데 무심코 왼쪽의 너른 임도를 택해 들어갈 경우 바로 알바로 이어진다. 여기서는 오른쪽의 농장 입구로 들어가 바로 왼쪽으로 치고 올라가 마루금을 이어가야 한다.
초입에 농장주가 접근을 금한다는 팻말이 붙여 놓았지만, 그 왼쪽으로 빡빡하고 힘든 마루금을 헤쳐 지나가면 이내 선답자들의 흔적이 나오고 표지띠도 간간이 보인다. 편안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 정맥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솟아 있는 문유산도 보인다. 외딴집 수도에서 식수를 보충하며 과수원을 지나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바랑산에서 2등급 삼각점도 확인하는 여유를 갖는다.
바랑산도 정맥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된비알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솔재라고도 부르며 산돌수양관이 있는 송치로 떨어진다.
송치~형제봉 : 19.3km
이 구간은 주위 조망도 좋고 산길도 명확하다. 게다가 미사봉 분기점에서는 ‘여수지맥’이 분기되어 마루금파들로 하여금 또 다른 줄기에 대한 욕망을 느끼게 한다.
송치에서 외딴집 한 채를 지나면 이내 숲속으로 들게 되는데 병풍산 갈림봉을 지나 농암산을 지날 때까지도 산길은 매우 양호하다. 장자굴재 오른쪽의 농장은 지금 운영을 하는지 의심스럽고, 죽정치를 지나 갈미봉에서 삼각점을 확인한 다음 갓거리봉을 지난다. 산길의 오르내림만 있지만 길 찾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사봉 삼거리에서 여수지맥 줄기를 확인하는 것으로도 산꾼은 즐겁다.
형제봉에서 도솔봉으로 가는 마루금도 눈길을 한 번쯤은 줘야 될 정도로 조망이 빼어나다. 진행방향으로 백운산, 억불봉과 같은 봉우리를 입에 오르내리노라면 호남정맥도 끝물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두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형제봉에서 안전시설을 이용해 성불사로 하산하면서 구간을 정리한다.
형제봉~토끼재 : 23.3km
백운산 구간은 산길 사정이 좋고 조망도 뛰어나기 때문에 느긋하게 진행하면 된다. 다만 억불봉 갈림길이 정맥 마루금보다 선명하기 때문에 이 구간만 유의하면 별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성불사에서 형제봉 갈림길로 올라오면 바위구간에 나무 계단으로 안전시설을 해놓았다. 따리봉에는 조망 터까지 마련되어 있어 훌륭한 조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백운산으로 오르기 위해 한재로 떨어진다. 이제 한국의 100명산 중 하나로 호남정맥 최고봉이며 산경표상 호남정맥의 끝인 백운산이 악산(岳山)의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한다.
호남정맥 최고봉 백운산 정상에 서면 사방을 충분히 조망한다. 이후 로프를 타고 내려와 이정표에서 ‘억불봉’ 대신 ‘매봉, 관동’ 방향을 따른다. 이후 매봉 방향으로 진행하면 고사마을 삼거리에 닿고,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쫓비산 길을 따른다. 이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뒤돌아보면 백운산이 보이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지리산 천왕봉까지 바라보인다. 쫓비산에서 1등급 대삼각점을 보고 절개지로 조심스럽게 내려오면 토끼재다.
토끼재~외망포구 : 16.5km
호남정맥 종주산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구간이다. 초입인 토끼재만 제외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구간이 없다. 마지막 망덕산에서의 조망은 그동안의 모든 어려움을 단번에 날려 준다. 한껏 마루금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토끼재에서의 들머리가 난해하다. 마루금은 농장 안으로 들어가 진행해야 하지만 농장 주인이 워낙 철통같이 막아 놓았다. 여기를 통과하려면 오른쪽으로 농장 철책을 따라 가는 방법과 왼쪽으로 내려가 왼쪽 교통 표지판 옆으로 따라 올라가는 방법, 그리고 더 내려가서 부드럽게 올라가는 길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4등급 삼각점이 있는 불암산을 지나 탄치재를 왼쪽으로 건너 부드러운 산길을 지나면 텃밭들이 보인다. 무인감시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1등급 삼각점을 보고 상도재를 지나면서 잠시 칡넝쿨에 시달리긴 하지만 그런대로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
관리되지 않은 밤나무가 여기저기 있고 정박산에서 삼각점도 확인하고 배암재를 지나면서 잠시 콘크리트 도로를 따르면 진주강씨 가족묘지가 나온다. 편하게 오르면 잼비산이 나오고 매실농장을 지나면서 또 포장도로를 편하게 걷게 된다. 오른쪽으로 바다도 보면서 외딴 집을 오른쪽으로 돌아 잠시 숲으로 가면 고구마밭을 지나 헬기장을 만난 다음 민가 앞마당으로 내려선다.
여기가 중산리마을로, 진행은 오른쪽의 암거를 통해 감나무단지로 올라서야 한다. 무리하지 말고 망덕산을 보면서 진행하면 도로가 나오고, 도로를 건너 재활용업체에서 왼쪽 콘크리트도로를 따르면 ‘준희님’ 팻말이 있는 망덕산 정상이다.
삼각점과 정상석이 있는 망덕산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왼쪽의 부석정을 본 다음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민가들을 거쳐 나무데크가 있는 외망포구로 내려선다. 오른쪽 태인대교(왼쪽은 섬진대교) 아래로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을 바라보면서 길고 길었던 우리나라 최대의 정맥 호남정맥 452.8km를 마무리한다.
금남호남정맥 구간 가이드
제1구간
영취산~수분재 : 19.8km
금남호남정맥을 하는 산꾼들이 영취산을 오를 때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 비무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령고개에서 백두대간 영취산을 오른 다음 그 영취산에서 분기하는 호남정맥 산줄기를 따라 다시 무령고개로 돌아와 정맥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영취산에 오르면 맘껏 조망해야 한다. 북쪽으로는 덕유산의 크고 넉넉한 모습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가까이 백운산과 멀리 지리산도 보인다. 좀더 여유가 된다면 동쪽으로 진양기맥의 기백산과 황석산을 지도로 찾아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다. 비록 나무에 가려 있기는 하지만 뒤로 돌아 진행할 방향의 장안산도 꼭 바라보도록 하자.
장안산 가기 전의 1130.2봉 바로 아래에 쉼터와 샘물이 있으니 참고한다. 장안산 정상의 1등급 대삼각점을 챙기는 것도 정맥꾼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밀목재의 수몰민 이주마을에서 물 보충이 가능하고 1구간이 끝나는 수분령휴게소에서 장수로 나가 전주나 남원으로 갈 수 있다.
제2구간
수분재~30번국도 : 26.9km
이 구간의 최고봉인 팔공산에서 갈라지는 두 개의 지맥, 즉 성수지맥과 여기서 가지를 친 개동지맥이라고도 부르는 천황지맥을 필히 조망해야 한다.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을 지나는 것도 의미 있다. 신광재에서는 고랭지채소밭을 보면서 그 밭들이 농민에게 주는 경제적 이익과 자연환경에 주는 폐해 등 상반된 입장을 생각해 본다.
신광재에서 2구간을 마칠 수도 있으나, 안내산악회를 이용하지 않는 홀로 산꾼들은 들머리와 날머리로 이용하는 차편이 마땅치 않아 불편하다. 신광재 이외에는 물을 보충을 할 만한 곳이 없으므로 미리 충분한 물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제3구간
30번국도~조약봉 : 22.9km
관광지로도 유명한 마이산을 지나는 구간이다. 마이산을 이루고 있는 역암이라는 바위와 이갑용 처사의 돌탑도 구경할 만하다. 봉두봉에서 보는 비룡대 마루금도 이 구간의 압권이며, 활인동치를 건너 위치한 마이산조망대에서 마이산을 바라보는 것도 정맥꾼들만이 갖는 또 다른 특권이며 즐거움이다.
부귀산 가는 곳의 사과농장에서 컨테이너박스 앞으로 진행해야 길 찾기가 수월하다. 부귀산 지나 절벽을 왼쪽으로 우회하는 것만 유의하면 오룡동재라고도 부르는 가죽재도 동물 이동통로로 편하게 건널 수 있어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 한편 사과농장 부근 이외에는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마이산 사하촌 상가지대를 지나면서 충분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필자
권태화씨는 1958년 서울 출생으로 현재 인터넷 카페 ‘홀대모’와 ‘홀로산행’에서 활동하고 있다. 명산 위주의 산행에서 벗어나 대간과 정맥 종주를 마친 다음, 한북정맥에서 갈라진 지맥과 단맥을 모두 섭렵했다. 지금은 기맥과 지맥 등 산줄기 산행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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