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버리고 떠나기

문성식 2015. 5. 25. 17:32

     
    버리고 떠나기
    맑게 흐르는 개울가에 무심히 앉아 있노라면
    사는 일이 조금은 허허롭게 묻어 올 때가있다.
    한세상이 잠깐인데 부질없는 일에
    얽매여 시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 얽매임에서 휠휠 벗어나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몫을 다할 때,
    비로소 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 일이 자신의 몫이 아닌 줄 알면서도
    둘레의 형편 때문에 마지 못해 질질 끌려간다면
    그것은 온전한 삶일 수 없다.
    서로가 창조적인 노력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오고가며 만나는 사이를
    어떻게 친구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무가치한 일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소중한 삶을
    쓰레기 더미에 내던져버리는거나 다름 없다.
    창조적인 삶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내건 간에 가치를 부여할 만한 것이야한다.
    그리고 늘 새로운 시작이 뒤따라야한다.
    새로운 시작이 없으면 그 무슨 이름을
    붙이건 간에 타성의 늪에 갇혀 이내 시들고 만다.
    웅덩이에 괸 물은 마침내 썩기 마련.
    흐르는 물만이 늘 살아서 만나는 것마다
    함께 사는 기능을 한다.
    꽃은 날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겉모습은 어제의 그 꽃과 같지만 유심히
    들여다 보면 어제의 것이 아니다.
    새로운 빛깔과 향기로써 그 날을
    활짝 열고 있다.
    그러다가 제 몫을 다하고 나면 머뭇머뭇
    뒤돌아보지 않고 미련없이 뚝뚝 무너져 내린다.
    우리가 뜰이나 화분에 꽃을 가꾸는 것은
    단순히 그 꽃의 아름다움만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말없는 가운데 삶의 모습과 교훈을
    보여 주고 있는 그 뜻도 함께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법정 스님의<<버리고 떠나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