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정

부부가 화목해야 자녀가 행복하다

문성식 2014. 1. 22. 08:09

 

부부가 화목해야 자녀가 행복하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www.nowme.net)


초등학교 6학년생 여자아이 A가 상담실로 전화를 해 왔다. “엄마, 아빠 문제 때문에 전화를 했는데요, 거기 부부상담 해주는 곳 맞죠?” 세상의 온갖 근심 걱정을 다 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부모님이 이혼하려한다’고 이야기 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얼마 전에는 부모의 과격한 싸움 중에 A가 전화를 해서 수화기 너머로 핵폭탄 터지는 부부 전쟁을 고스란히 들으며 아이를 달래야 했다.

 

평소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의 자녀들을 가끔 만나지만 최근에는 방학기간이라 부모님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의 SOS 요청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이렇듯 자식이 부모를 걱정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부부는 스스로 선택에 의해 결혼과 이혼을 결정하지만, 자녀입장에서 보면 친자관계를 선택할 수 없는 노릇이고 하늘이 무너지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A의 부모는 남편의 사업실패를 계기로 그동안 참고 살았던 아내의 감정이 폭발하면서 심각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사사건건 부딪쳐야 하는 아내를 피해 괴로운 마음을 밖에서 풀었다. 아내는 제정신 못차리고 아직도 술이나 ‘처’먹으며 일주일 내내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업이 잘 나갈 때는 그런대로 꾹꾹 눌러 참고 살았지만 한 푼이 아쉬워 맞벌이를 해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카드나 푹푹 긁어오는 남편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아내는 싸울 때마다 “애들 학원비도 못주는 주제에 술 처먹고 다니냐!” 고 악다구니를 썼고, 남편은 “너 같은 년 안 만났으면 사업도 안 망했다. 누구 좋으라고 돈 벌어다 바치냐!” 고 맞섰다.

날이 갈수록 폭언, 폭력의 강도는 심해지고 112 출동도 잦은 판에 아이들 앞이라고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A는 부모의 반복되는 싸움을 숨죽여 지켜보며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되었을까. ‘아빠의 지나친 음주로 인한 엄마의 불행’이 자신의 잘못으로 느껴졌다.

‘내가 잘 하지 않으면 이혼할 지 모른다’ 는 확신은 ‘착하지 않으면 버림받고 말거야’하는 감정으로 이어졌다. 부모를 대신해 어린 동생을 돌보고, 식사준비를 했다.

아빠에게 전화 해 술을 얼마나 마셨나 체크하는 것도, 슬퍼서 누워있는 엄마를 위로하고 때로는 하소연과 신세 한탄을 받아주는 것도 딸의 몫이었다.

그러는 동안 A는 자기 또래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이면서도 평범한 즐거움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어른아이’로 지내면서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부 갈등 관계가 지속될 때, 자녀는 성장과정에서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히기 쉽다.

 ‘부모의 불행은 내 탓이다’ 고 믿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저렇게 싸우는 것은 나 때문이다’라는 죄책감과 ‘내가 부모에게 힘이 돼 드려야만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라든지, 무엇보다도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한다.

긴장감이 고조된 집에서 자란 아이들의 적응양식이며 일종의 생존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삶 전체에 어려움을 겪는다. ‘성인아이증후군’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알 수 없게 되며 늘 허전하면서도 쉽게 긴장하고 곧 지치게 된다.

이럴 때 그들을 쉽게 유혹하는 섹스, 알콜, 약물,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부모와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게 되고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비슷한 상처를 경험한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 악순환 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하는가?’ 라는 질문에 머뭇거리는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오늘부터 당장 자신의 부부관계를 점검해보자.

행복한 자녀는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행복은 알콩 달콩 사랑하며 살아가는 부부관계의 산물이다.

부모의 삶은 자녀의 역할 모델로 학습되므로 하루빨리 부부간에 마음의 소통이 고속도로처럼 뻥 뚫리길 기대해 본다.

 
(* 모든 개인의 상담은 비밀이 보장되는 관계로 위 사연은 특정 한사람의 사례가 아니라 풍부한 상담경험을 통해 문제 상황을 실제처럼 재구성한 것입니다. )

 

[출처] tbs 교통방송 월간 '행복합니다' 2008년 3월호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