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청량사 단풍
- 청량사 경내에 있는 5층석탑 뒤로 바위가 층을 이룬 듯한 모습의 금탑봉이 보인다. 기암절벽과 단풍이 어우러진 절경이다./염동우 영상미디어기자
봉우리마다 수려한 기암괴석으로 장관을 이룬 청량산은 일명 소금강(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산 곳곳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괴상한 모양의 암봉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마치 동양화에 나오는 심산유곡 같은 경치다. 가을의 절정, 산 중간 중간 민 낯을 드러낸 바위와 절벽이 산을 뒤덮은 울긋불긋한 단풍과 대조를 이룬다.
◇즐비한 기암괴석·절벽
- 봉화 닭실마을에 있는 청암정. 정자 주위 물 위에 단풍잎이 떨어져 있다./염동우 영상미디어기자
퇴계 이황은 어릴 적부터 청량산에서 글을 읽고 낙동강변을 걸으며 사색을 즐겼다. 말년에 도산서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면서도 틈틈이 이 산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는 나와 백구뿐'이라고 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청량산도립공원 안내소에서 길을 나선다. 청량산 산행은 선학정 맞은 편에 있는 일주문 길 대신 안내소에서 500여m 떨어진 입석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를 이용하는 게 좋다.
노송이 우거진 등산로에 들어서자 온통 단풍이다. 낙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숲 속으로 들어가자 어느새 하늘이 사라지고 노랗고 빨간 단풍잎이 햇빛에 반사돼 주위가 환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단풍 조명' 아래 걸어가는 것 같다.
입석에서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거대한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바위가 층으로 이뤄진 금탑 모양을 하고 있다. 층마다 소나무들이 테를 두르듯 암벽에 뿌리를 내렸다. 아래는 아득한 낭떠러지다.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단풍이 장관이다. 한 등산객은 "이런 경치를 보고 그냥 지나가는 건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아름다운 건 오래 감상해야지"라며 망연히 암봉을 바라본다.
금탑봉 중간 절벽 아래에는 응진전이란 암자가 있다. 절벽과 절벽 중간에 절묘하게 자리를 잡았다. 암자 안에는 16나한과 함께 고려 공민왕 부인인 노국대장공주상이 안치되어 있다. 홍건적의 난 때 공민왕이 청량산으로 피난 왔던 역사의 흔적이다.
응진전을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청량산 자락에 있는 청량사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풍대(御風臺)는 외청량과 내청량을 연결하는 길목에 있어 청량사 감상의 최적지다. 청량산 봉우리들이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근에는 최치원이 마시고 머리가 더 총명해졌다는 총명수가 있다. 바위 사이에서 나오는 물이다.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들이 찾아와 마셨다고 한다. 신라 명필 김생이 10년 동안 글씨 공부를 했다는 김생굴도 구경거리다.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웅장한 암봉 아래 있어 맑고 밝은 산 기운이 가슴 가득 밀려온다. 청량사는 다른 사찰과 다르게 대웅전 자리에 유리보전이 있다. 중생의 병을 고쳐주고 고통을 덜어주는 약사여래를 모셨다. 약사여래불은 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紙佛)이다.
황토벽에 기와를 얹은 전통 찻집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에서 차 마시며 단풍 구경하는 호사를 누려도 좋다. 해발 800m 지점인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하늘다리(길이 90m)도 이 산의 명물이다.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를 모신 사찰답게 청량사는 조용한 산사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템플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스님과 차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명상에 잠기며 사찰의 아름다움에 푹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통 한옥 닭실마을
- 청량산 절벽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응진전./염동우 영상미디어기자
마을 한쪽에는 충재 선생이 지은 글과 서책 등을 보여주는 충재유물전시관과 정자 청암정이 고아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반긴다. 청암정은 거북바위 위에 지어졌으며 정자 둘레에 물을 흘려 운치를 더했다. 정자는 오랜 세월로 빛바랜 모습이지만 연못가 단풍은 마치 봄에 피어나는 꽃처럼 선명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행수첩
청량사 템플 스테이 문의 및 예약 (054)674-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