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상 부근의 헬기장에서 본 섬강과 주변의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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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봉산(618.4m)은 원주시 문막읍 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600m를 겨우 넘는 평범한 육산이지만 동화역에서 가깝고 영동고속도로와 42번국도가 곁에 있어 접근이 수월해 등산객들이 간간이 찾는다.
명봉산의 매력은 한적함과 아기자기한 계곡미를 들 수 있다. 산행은 동화사가 있는 동화골 방면과 메나골, 궁촌리 방면이 있다. 궁촌리 국수봉 자락은 골프장이 들어서며 등산로가 사라졌고, 동화골은 자연휴식년제로 등산로가 수년간 통제되면서 등산로가 자연 소멸되어 동화사에서 능선으로 붙는 코스만 남아 있다. 동화골은 최근 휴식년제가 풀렸으나 식물원을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은 메나골로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메나골 코스는 궁촌리에 골프장이 개장된 이후, 건등리에서 3,000만 원을 들여 각종 체육시설과 등산로 안내판을 설치, 외지인들이 계속 명봉산을 찾도록 했다. 봉황이 울었다는 명봉산은 문막 일원에서 가장 높기도 하거니와 섬강을 조망하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동화골로 올라 정상에 선 다음 메나골로 하산한다는 계획으로 동화골을 찾았으나 공사 중이라 등산로를 찾을 수 없다. 주민에게 물으니 건등저수지에서 메나골로 가야 한다고 일러준다. 계획을 바꿔 메나골로 향한다. 동행한 원주 산꾼 김시우(치악산산악구조대 고문)씨가 능선을 따라 계속 가면 동화역에 닿지 않겠느냐며 긴 산행을 제의한다. 길이 있을지 없을지, 어떤 풍경이 나타날지 모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동의한다.
- ▲ 1 정상 표지석이 있고 경치가 좋은 598.7m봉. 실제 정상은 조망 없는 펑퍼짐한 숲이다. 2 작지만 자연미가 살아 있는 메나골. 명봉산 산행의 대표적인 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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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등저수지에서 명봉산 이정표를 따라 골목 끝까지 올라가니 ‘명봉원(명봉산 건강원)’이 나온다. 여기서 산행이 시작된다. 건강원 사장이 친절하게 코스를 설명해 준다. 명봉원에는 몽이라는 흰 풍산개가 있는데 과거 등산객이 오면 앞장서서 산행 가이드 역할을 했단다. 지금은 늙어서 산행을 하지 않는다며 낯선 사람이 와도 고개 한번 들지 않고 심드렁한 개를 가리킨다.
메나골은 이름처럼 귀여운 작은 계곡이다. 메나마을은 수백 년 전부터 목화를 재배하던 곳으로 목화 → 면화 → 메나로 불리게 된 것인데, 현재는 일손 부족으로 인해 재배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등산안내도가 산세보다 더 큰 모양새로 서있다. 안내도에는 원점회귀 코스만 표시되어 있다. 수풀이 높아 길이 희미하다. 명봉산의 가장 대표적인 코스지만 찾는 등산객이 많지 않다. 덕분에 계곡은 투명하고 싱그럽다.
골은 작지만 지저분하지 않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굵직한 고목은 없지만 수풀과 나무가 뒤덮여 초록으로 빼곡하다. 빗방울이 흩날리지만 짙은 숲이 충분히 비를 막아준다. 벤치와 운동기구가 곳곳에 있으나 수풀에 뒤덮였다. 이정표가 있는 곳은 신배나무골 갈림길이다. 명봉산 정상 화살표가 있는 직진 방향으로 간다.
계곡을 따르는 길은 불규칙적인 바위들이 깔린 오름길이다. 단순한 바위가 아니다. 이끼를 잔뜩 머금은 초록색 옷을 입은 바위들이라 숲은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달밝골 갈림길을 지나자 길이 점점 희미해진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 밑을 기다시피 지나자 오른편으로 희미한 길이 따라 오라고 손짓한다.
- ▲ 메나골에는 순도 100%의 이끼가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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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닿을 듯한 너덜 오르막이 희미하게 길을 인도한다. 600m대 산이라 해서 산행이 수월할 거라 무의식적으로 방심해서일까. 오르막이 산 높이에 걸맞지 않게 독하다. 쉴 틈도 주지 않고 지리산 코재 마냥 몰아세우더니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는 깔딱고개에서 잠시 쉴 터를 준다. 예상치 못했던 난코스를 올라선 뒤 이정표가 있는 주릉부터는 완만해 산행이 수월하다.
갑자기 하늘이 확 열린다. 경치 좋은 헬기장이다. 골프장이 있는 궁촌리 방면으로 경치가 열린다. 경기도 남부지역의 낮고 순한 산들이 겹쳐 있고 섬강을 따라 논밭이 정갈하게 자릴 잡았다. 하늘은 비를 뿌렸다 말았다 하며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지도상으로는 아직 정상이 멀었는데 정상 표지석이 있다. 바위 봉우리인 598.7m봉이다. 명봉산에서 가장 조망이 잘 터지는 곳이다. 때문에 대부분 이 봉을 정상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남쪽으로 트여 있어 정상으로 삼아도 등산객의 땀을 식히기엔 모자람이 없다. 598.7m봉 조망 중 으뜸은 서쪽이다. 문막 들판을 가로지르는 영동고속도로가 실낱처럼 내려다보이고, 고속도로 너머로는 섬강 줄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10m 내려서면 쉬어가기 그만인 너럭바위와 분재 같은 노송군락과 어우러져 한 폭 그림 속에 들어선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붉은 소나무가 바위 틈 사이로 뿌릴 내리며 용처럼 승천할 듯 몸을 꼬고 있다.
지형도상의 정상은 계속 능선을 타고 간다. 안부로 내려선 뒤 다시 고도를 높이는 능선을 따라 가면 ‘←메나골(문막), 흥업→’ 안내판 삼거리에 닿는다. 오른쪽 남서릉 길로 가면 명봉산 정상이다. 펑퍼짐한 정상은 주변이 참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등이 숲을 이뤄 전혀 조망이 되지 않는다.
- ▲ 메나골 끝에서 만나는 능선의 이정표. 598.7m봉이 이정표상의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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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같은 갈림길
주능선은 대체로 발 디딤 좋은 흙길이지만 간간이 바위가 불뚝 솟아 산행이 지루하지 않도록 리듬을 잡아준다. 문제는 길찾기다. 이후로는 이정표도 없고 길도 희미하다. 수수께끼 같은 갈림길의 연속이다. 반대쪽 흥업면 쪽으로 흘러내리는 지능선이 주능선처럼 굵고 선명한 데가 많아 독도에 주의해야 한다.
굵은 빗방울이 퍼붓지만 길이 좋으니 동화역 방향으로 능선을 따르기로 한다. 표지석이 있는 암봉 이후로는 전망이 트인 곳이 없다. 조망 없어도 고요한 숲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길이 옆으로 퍼졌다 만날 때쯤 왼쪽으로 흐르는 갈림길을 발견한다. 동학사 갈림길이다. 이정표가 없어 갈림길을 발견하려면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달리듯 능선을 가르자 발길을 세우는 건 임도다. 버려진 침대 매트리스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임도를 따라 동화골 쪽으로 가면 ‘벽계수 이종숙’ 묘역이 있다. 조선 최고의 기생이었던 황진이가 중종과 인척관계이자 명사였던 벽계수 이종숙을 유혹했으나 뿌리치고 자리를 뜨자 이를 빗대서 황진이가 지은 시가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가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여가면 엇더리’인 것이다. 근처에 세종대왕 7대손인 동상공(東尙公) 후손 묘원도 있다.
한동안 빗방울을 가르자 326.9m봉이다. 2시간 동안 폭우를 맞아 더 이상 능선을 이어가기 어렵다. 더구나 쓰레기처리장이 인근에 있어 지독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희미한 능선을 버리고 탈출한다.
- ▲ 명봉산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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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잡이
메나골 원점회귀 산행이 일반적이다. 이정표가 여럿 있어 길찾기 가장 수월한 코스다. 명봉원을 들머리로 메나골로 능선에 닿은 후 전망 좋은 암봉을 거쳐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지도상의 정상은 펑퍼짐한 숲이므로 굳이 갈 필요는 없다. 598.7m봉을 정상 삼아 갈림길에서 565m봉 지능선을 타고 바로 하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신배나무골로 돌아오는 메나골 원점회귀 산행은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더 긴 산행을 원한다면 능선을 타고 북쪽으로 종주해 동화사나 벽계수 이종숙 묘역으로 내려오는 것도 좋다. 다만 정상 이후로는 이정표가 없고 길이 희미해 길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메나골과 정상을 거쳐 임도에서 이종숙 묘역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5시간 정도 걸린다. 건등리 버스정류소에서 명봉원까지 걸어서 20~30분 정도 걸린다
교통 청량리에서 1일6회(07:10, 09:10, 12:10, 15:10, 19:10, 20:13)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동화역에서 하차한다. 동화역 앞에서 수시로 운행하는 문막 방면 버스로 건등리(덕난정류소)까지 간다. 15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버스정류소에서 영동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통과해서 1.3km 들어서면 건등저수지에 닿는다.
저수지 끝 삼거리에 명봉산 안내판이 있다. 골목을 따라 끝까지 가면 메나골 입구인 명봉원(명봉산 건강원)에 닿는다. 명봉원 마당에 1~2대 정도 차를 세울 공간이 있으나 사유지이므로 허락을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