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약주(藥用藥酒)’는 열매를 비롯한 초근목피 등 자연재료가 갖는 각각의 향기와 색깔, 맛 성분, 약성을 첨가한 술을 말하는데, 흔히 ‘약주(藥酒)’라고 한다. 예부터 술을 일컬어 “백약의 으뜸”이라고 여긴 것도 그러하고, 연년수명(延年壽命)이나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신비한 약초를 찾게 된 배경이나, 신선주라는 이름의 술이 전국 각지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러한 약용약주의 특징은, 건강 증진의 목적과 함께 전염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 성인병으로 상징되는 혈관계 질환과 신경관계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 강장 강정효과, 머리와 피부를 늙지 않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약재들이 선호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약주들을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늙지도 않고 머리가 검어지며, 동안이 되어 결국에는 장수하게 된다고 여겼던 것이다. 약재의 처리방법도 주로 민간에서 사용하는 탕약법(湯藥法)을 근간으로 술을 빚는 것이 일반적이나, 더러 찌거나 볶는 등 독특한 방법의 가전비법이 동원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술을 즐기는 한편으로 때에 따라서는 치료를 목적으로 약용약주를 빚어왔다. 한약재를 사용하여, 향과 색깔, 각종 약성을 술에 불어넣는다는 사실에서도 다양성과 특징을 꼽을 수 있다. 약용약주의 다양성은 곧 주질의 다양화, 맛과 향기의 다양화, 그리고 그 다양성만큼의 가능성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주 가운데 약용약주류로는 한산 소곡주를 비롯하여 계룡 백일주, 가야곡 왕주, 달성 하향주, 안동 송화주, 청양 구기주, 남해 유자주, 낙안 사삼주, 함양 국화주, 완주 송죽오곡주, 청원 신선주, 서울 송절주 등 발효주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한편 가향주를 즐기는 민족과 나라는 드물다. 또한 수많은 민족과 나라가 양조문화를 일궈왔지만,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 그때그때 얻어지는 향기 좋은 꽃이나 잎, 과실껍질, 생약재를 이용한 다양한 양조문화와 풍류가 깃든 음주문화를 가꾸어 온 민족은 거의 없다. 따라서 가향주와 약주문화는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유하면서도 차별화된 음주문화로써, 세계 어느 민족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민족만의 정서와 아름다운 풍류(風流)가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계절변화에 따라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잎이 무성해지며, 가을이면 열매와 뿌리가 성해지는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술에 끌어들이는 지혜를 발휘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가장 두드러진 전통주의 가치이자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증류주류, 혼성주류, 혼양주류
증류주류(蒸溜酒類)는 자연상태에서의 발효나 양조과정을 통하여 발효된 술, 또는 술덧을 증류과정을 통하여 얻은 술을 증류주 또는 소주(燒酒)라고 한다. 따라서 앞서 예로 들었던 여러 종류의 발효주는 어떠한 방식으로 빚었든지 증류주와 혼성주의 원주(原酒)가 된다. 증류주는 발효주에 비하여 알코올농도가 비교적 높으며, 증류방법에 따라 일부 불순물과 원료주의 원료가 갖고 있던 특유의 성분들은 거의 제거되기 때문에 순수한 증류수와 알코올, 향기성분으로 그 구성성분을 나타낸다. 증류주의 범위에는 전통방식의 단식 증류에 의한 증류식 소주와 현대화된 공정의 연속식 공정에 의한 희석식 소주가 있고, 위스키와 브랜디, 일반증류주가 있다.
전통방식의 증류주류로는 문배주를 비롯하여 광주 산성소주, 한산 불소곡주, 안동소주 등 그 종류가 많지 않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중주격으로 마시는 희석식 소주는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 주정(순수 알코올)을 원료로 하여, 증류수를 희석하여 알코올 함량을 낮춘 것술이다. 자전적 해석을 빌면 희석식 소주가 순수한 소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인공감미료를 비롯하여 각종 식품첨가물이 들어가 있어, ‘조미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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