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쌀로 빚은 술을 쌀술(米酒)이라고 하지 않고 청주(淸酒)라고 해왔으므로, 진양주는 순곡 청주가 되는 것이다. 또 진양주는 당화제인 아밀라제(전분분해효소)와 배양 효모 대신 전통누룩을 이용하는데, 이 전통누룩 속의 누룩곰팡이(당화효소제)에 의한 ‘당화(糖化)’와 자연균으로써의 야생 효모에 의한 ‘발효(醱酵)’ 과정을 동시에 거쳐 술이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전통주는 자연균인 누룩곰팡이와 효모균으로 발효시키는 양조방법을 추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와 같이 당화와 발효를 동시에 거치게 되는 양조방식을 ‘병행 복발효(竝行複醱酵)’라고 한다. 그리고 전통주가 누룩 속의 전분분해효소에 의해 쌀의 전분질이 가수분해에 의해 두 분자의 이당류(전분당)로 환원되는 당화과정을 거쳐야만 발효가 이루어지는, 다소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술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와인은 과실인 포도가 주원료이므로 포도주라고 하는 것이며, 포도의 단맛성분인 포도당이 원료가 되므로, 배양효모를 첨가하게 되면 당화과정이 없이도 바로 발효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한번의 발효공정만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이루어지는 양조방식을 ‘단발효(單醱酵)’라고 하며, 포도의 당농도에 따라 포도주의 알코올도수가 달라지는 것이나, 전통주에서도 쌀의 양에 따라 알코올도수가 달라지는 이치와 같다. 또 누룩을 이용한 전통주는 효모를 사용하지 않고 포도 과피 속의 자연효모에 의한 발효만으로 이루어지는 정통와인에 견줄 수 있어, 가장 자연친화적인 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전통주가 맑은 술인 청주와 흐리고 탁한 술인 탁주로 맛과 색깔, 향기 등 그 성격을 달리한다면, 와인은 포도 과피의 유무에 따라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으로 분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며, 효모나 젖산균 등 미생물의 존재여부에 따라 살균주(殺菌酒) 또는 생주(生酒)로 나누기도 한다.
같은 쌀이라도 여덟 가지 방법으로 가공하여 술을 빚어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그 특징이 다양성에 있다. 전통주는 주로 멥쌀과 찹쌀이 사용되나, 지리적 여건이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보리, 조, 기장, 수수 등 열 가지 쌀이 전통주의 주재료이고, 같은 쌀이라도 여덟 가지 방법으로 가공하여 술을 빚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같은 쌀이라도 여덟 가지로 가공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만 이뤄지고 있는데, 그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앞서의 해남 진양주가 쌀을 죽으로 만들어서 빚은 술이라면, 한산 소곡주(小麯酒)는 찌는 무리떡의 한 가지인 백설기를 지어서 빚는 술이고, 김천 과하주(過夏酒)는 치는 떡인 인절미를 만들어서 빚는 술의 하나이다. 또 특급탁주로 알려진 이화주(梨花酒)는 삶는 떡인 구멍떡으로 빚는 술이고, 하향주(荷香酒)는 삶는 떡의 한 가지인 물송편으로 빚는 전통 청주이다. 흔히 ‘동동주’로 알려진 부의주(浮蟻酒)는 고두밥을 지어서 한번 빚는 청주이고, 국내 최고의 방향을 자랑하는 동정춘(洞庭春)은 찌고 친 다음에 다시 빚어서 찌는 개떡으로 빚는 독특한 방법을 자랑한다. 또 고려시대부터 주막에서까지 팔렸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던 두견주(杜鵑酒)와 도화주(桃花酒)도 독특한 방법의 하나인 범벅으로 빚는 술인데, 쌀가루를 끓는 물로 설 익히는 반생반숙(半生半熟)법이다.
이 밖에도 음력 정월 첫 해일에 시작하여 세 번에 걸쳐 술을 빚는 삼해주를 비롯하여 청명일에 빚는 청명주, 배꽃이 필 때 누룩을 만드는 이화주, 여름철에 술이 변하지 않게 빚는 과하주, 올벼쌀로 빚고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햅쌀술 등 술을 빚는 시기에 따라 분류하고, 발효제로 사용하는 누룩(곡자)의 종류에 따라서도 술의 종류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이화곡으로 빚는 이화주를 비롯하여 백수환동곡으로 빚는 백수환동주, 궁중비법의 향온곡이나 내부비전곡으로 빚는 내국법온(內局法醞) 등 그 종류는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