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시기
교회는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하신 구원 업적을 1년 주기로 기억하고 기념한다.
이를 ‘전례주년’이라고 한다. “교회는 한 해의 흐름을 통하여
지정된 날들에 하느님이신 자기 신랑의 구원 활동을
거룩한 기억으로 경축하는 것을 자기 임무라고 여긴다.
주간마다 주일이라고 불린 날에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또 일 년에 한 번 주님의 복된 수난과 함께 이 부활 축제를 가장 장엄하게 지낸다.
한 해를 주기로 하여, 강생과 성탄에서부터 승천, 성령 강림 날까지,
또 복된 희망을 품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까지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펼친다”(전례 헌장 102항).
전례주년의 핵심은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이다.
따라서 ‘예수 부활 대축일’과 ‘예수 성탄 대축일’은
전례주년의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축일을 중심으로 대림 시기,
성탄 시기, 사순 시기, 부활 시기가 배치되어 있다.
각기 고유한 특성을 지닌 이 네 시기 외에,
1년에 33주간 또는 34주간이 남는데 이 시기가 연중 시기이다.
전례력으로 볼 때 전례주년의 시작은 대림 시기부터이다.
그래서 연중 시기는 성탄 시기가 끝나는 공현 후 마지막 날인
‘주님 세례 축일’ 다음 날부터 ‘연중 제1주간’이 시작된다.
그리고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 시기까지 연중 시기가 중단되었다가,
부활 시기가 끝나는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날부터
다시 이어져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연중 시기는 끝이 난다.
연중 시기에는 다양한 축일을 지낸다.
특히 성인들을 기념하는 축일도 많고 독서와 복음의 내용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연중 시기 동안 사제는 생명과 기쁨을 나타내는 녹색 제의를 입는다.
말씀의 초대
한나는 주님께 아들 하나만 주시기를 청하면서 울며 기도드린다.
이런 모습을 본 엘리 사제는 한나를 위로하며
주님께서는 그녀의 청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엘리 사제의 말대로 한나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고,
그 이름을 사무엘이라 하였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의 한 회당에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을 고쳐 주신다.
이는 예수님께 더러운 영을 지배하는 힘이 있음을 드러내 보이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놀랐고,
예수님에 대한 소문은 갈릴래아 주변에 두루 퍼져 나갔다(복음).
제1독서
<주님께서 한나를 기억해 주셨기에 한나는 사무엘을 낳았다.>
▥ 사무엘기 상권의 말씀입니다. 1,9-20
그 무렵 실로에서 음식을 먹고 마신 뒤에 한나가 일어섰다.
그때 엘리 사제는 주님의 성전 문설주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나는 마음이 쓰라려 흐느껴 울면서 주님께 기도하였다.
그는 서원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만군의 주님, 이 여종의 가련한 모습을 눈여겨보시고
저를 기억하신다면, 그리하여 당신 여종을 잊지 않으시고
당신 여종에게 아들 하나만 허락해 주신다면, 그 아이를 한평생
주님께 바치고, 그 아이의 머리에 면도칼을 대지 않겠습니다.”
한나가 주님 앞에서 오래도록 기도하고 있는 동안에,
엘리는 그의 입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나는 속으로 빌고 있었으므로, 입술만 움직일 뿐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엘리는 그를 술 취한 여자로 생각하고 그를 나무라며,
“언제까지 이렇게 술에 취해 있을 참이오? 술 좀 깨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한나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나리! 포도주나 독주를 마신 것이 아닙니다.
저는 마음이 무거워, 주님 앞에서 제 마음을 털어놓고 있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 당신 여종을 좋지 않은 여자로 여기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너무 괴롭고 분해서 이제껏 하소연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자 엘리가 “안심하고 돌아가시오.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당신이 드린 청을 들어주실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한나는 “나리께서 당신 여종을 너그럽게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는,
그길로 가서 음식을 먹었다. 그의 얼굴이 더 이상 전과 같이 어둡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은 일찍 일어나 주님께 예배를 드리고,
라마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엘카나가 아내 한나와 잠자리를 같이하자,
주님께서는 한나를 기억해 주셨다.
때가 되자 한나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한나는 “내가 주님께 청을 드려 얻었다.” 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사무엘이라 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는 권위를 가지고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ㄴ-28
카파르나움 마을에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께서 율법 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라,“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 하며 서로 물어보았다.
그리하여 그분의 소문이 곧바로 갈릴래아 주변 모든 지방에 두루 퍼져 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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