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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곧 자기 해방입니다
사랑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것은 자기가 원치 않는 사람,
심지어 나를 증오한 자를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정이 용납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께 의존해서
하느님의 도우심을 간구할 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거기에는 몇 가지 가능한 길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나 자신도 죄인이라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일생에 남 몰래 저지른 나쁜 일과
마음에 품었던 악한 생각을 하느님 앞에 혹은 군중 앞에
영사막을 비추듯이 비춰 본다면 과연
나는 얼굴을 들고 남을 볼 수 있으며, 그
러고도 남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둘째는, 남을 용서하지 않고 미워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증오와 사악으로 괴롭히는 자기
가해의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점입니다.
셋째는, 용서와 사랑을 거부해서는
인간 사회의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성취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마음 놓고 살 수도 없으며 진정한 행복도 없습니다.
나치즘이나 공산주의를 생각해 보면 알 일입니다.
넷째로, 용서와 사랑은 진실로 너그러운 강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노력하며 하느님께 자기가 원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힘까지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언제나 기구합시다.
그리하여 너나 내가 다 같이 사랑의 승자가 됩시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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