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가장 가치 있는 삶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1. 11. 23. 19:37

     
    
      가장 가치 있는 삶 인간은 무엇입니까? 인간은 꽃보다 집보다 그리고 별보다도 더 가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하느님의 기(氣)를 불어넣음으로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또 성자 예수께서 인간을 위해 사람이 되어오셨고, 당신의 피를 흘리시고 목숨을 바쳤으니 사람은 무엇보다도 귀하고 가치가 있습니다. 보람이란 무엇입니까? 기쁨을 가지고 살 수 있으면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늘 기쁠 수만은 없습니다. 어떤 때는 고생스럽지만 참된 보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참된 보람은 고생스럽더라도 값진 삶일 때 더 있습니다. 무엇이 참으로 사람을 값지게 합니까? 사람의 참된 가치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러분은 신문에 사회악이 실린 것을 본다든지 또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싫고, 이를 미워하게 되지요. 반대로 미담을 들으면 감동을 받지요. 예를 들면 언젠가 신문에 시골서 홀로 올라온 소년이 구두닦기를 하면서 푼푼이 모은 돈을 꼬박꼬박 저금을 해 백만 원을 만들어 시골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갔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 소년을 모르지만 참으로 얼마나 부지런하고 굳센 의지의 소년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소년이 끝내 그렇게 고생을 이기고, 절망을 이기고 매진한다면 크게 성공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급우 중에서 가난한 사람을 동급생들이 모두 힘을 합해서 도왔다는 이야기, 자기 목숨도 위태로운데 용감히 물에 뛰어들어 익사 직전에 있는 친구를 구한 이야기, 그 외에 무수히 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도 내가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미담 또는 이보다 더 감동적인 미담을 실제로 목격했다든지, 체험하는 일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운동을 통해서 남을 도운 일도 많이 있을 줄로 믿습니다. 왜 남을 도운 일이, 그것도 어려울 때 자신에게도 힘겹고 때로는 어떤 값진 희생을 치러야 하는데도 남을 도왔을 때,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를 감동케 합니까? 이런 것을 보면 역시 사람의 가치는 용모가 잘생겼다거나, 재주가 있다거나, 돈이 많다거나, 지위가 높다거나 등 이런 데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용모가 잘생겼고 재주가 있고 또 부잣집에 살고 지위가 높아도 사람됨이 올바르지 않으면, 마음이 곱지 않으면, 겉은 번지르르 하면서도 속은 썩었으면, 우리는 그것을 경멸합니다. 이것을 보면 사람의 가치는 역시 그 인품에 있고, 또 진, 선, 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리, 정의, 사랑에 있습니다. 진실한 인간, 정의로운 인간, 사랑에 가득 찬 인간이 훌륭합니다. 그런 분들이 우리를 감동케 하고 세상을 감화시키며 인류의 어두움을 밝히는 빛이 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