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과 물과 불과 바람
흙과 물과 불과 바람 즉 지수화풍(地水火風).
이 네 가지로 우주가 구성되었듯이,
우리 몸도 이 네 가지로 이루어졌다는 말에 실감이 간다.
그러니 근원적으로 볼 때 이 우주와 우리들 자신이
결코 다르지 않은 한몸이다.
그래서 우리 몸을 작은 우주라고 하는 것 같다.
내가 내 둘레를 무너뜨리거나 더럽히면
결과적으로 내 몸을 내 자신이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런 일은 눈에 보이는 외부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곧 우리들 정신세계에도
똑같은 피해를 끼친다.
심신불이(心身不二), 즉 마음과 몸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하나다.
오늘날 우리들 생활환경이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을 불러일으킬 만큼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정신상태가
그만큼 정상에서 벗어나 황폐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는 결코 말로써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몸담아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서 크게 각성하고 개선해야 할 절실한 과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을 돈으로 사서 쓰지만,
그 돈이 물에게 직접 지불되는 것은 아니다.
그 물을 끌어오거나 날라다주는 그 대가로 지불한다.
천연의 물은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거저 베풀고 있을 뿐이다.
맑은 공기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보상도 요구함이 없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두루 나누어 주고 있다. 이런 물과 공기가 없으면
우리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금세기에 이르러 인간들은
자신들의 분수를 잊어 버리고
이런 천연의 은혜를 배반하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숨이 막힌다'는 말이 이제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적인 숨쉬기의 문제가 되었다.
오늘날 도시의 공기는 온갖 독성이 밴 시커먼 매연과
소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도 생활오수와
산업페기물이 스며들어 마실 수 없는 물이 되었다.
4,50년 전까지만 해도 금수강산으로 불리던
이 땅의 물과 공기를 그 누가 이렇게 죽여 놓았는가.
그 범인은 정책을 입안해서 추진하고 산업을 일으킨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오늘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한 사람 한사람이다.
'소비자'로 불리는 수많은 개인이 그 소비를 통해서
직접, 간접으로 물과 공기를 더럽히고 있다.
그러니 적게 쓰고 적게 버리는 일은 이 시대의 미덕이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많이 쓸수록 많이 버리게 된다.
많이 버리면 당신이 지닌 어질고 착한 덕성도
함께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 법정 스님 < 오두막 편지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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