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참된 행복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1. 7. 21. 13:51

      참된 행복 우리가 바라는 참된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예수님은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였고,
      이어서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루카복음 6,20~26참조) 여기에는 인간적인 견지에서 불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가난, 슬픔, 모욕, 박해가 들어가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예수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면
      아마 미쳤다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성서를 보면,
      예수님은 한때 '미쳤다'는 소문이 난 적도 있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당신의 아들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나선 일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당시의 사람들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주님은 우리와 정반대입니까?
      그것은 주님의 가치관,
      인생관이 우리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현세의 시각으로 보느냐,
      아니면 영세의 시각으로 보느냐 하는 차이입니다.
      주님은 하느님을 가치관의 근본으로 하여 보고,
      우리는 물질적인 척도로서 봅니다. 주님이 보는 인간은 결코 유물론이나 진화론적인 지성을 갖춘
      고등동물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아무리 못난 존재라 할지라도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존엄한 인간이고,
      그것은 죽어 썩고 말 운명의 것이 아니고 하느님과 같이
      영원히 살아야 하는 고귀한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건강하고 돈 많고 지위 높고 잘 먹고 잘 살면
      그것이 제일 가는 행복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불과 소수 사람만이 그런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뿐더러 그런 행복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인간을 교만하게 만들고 타락시키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끝내는 허무만 남습니다.
      아무리 호의호식하며 잘 살아도 끝내는 늙고 병들고 죽습니다. 소유로 인하여 인간이 인간성을 잃고 비인간화된다는 지적은
      에리히 프롬을 위시하여 오늘날 뜻있는 철학자,
      사회학자들이 지적하는 바입니다. 돈이나 권력은 분명 필요하고 그만큼 유익하지만
      그것을 최고의 가치로 믿고 그것에만 매이고 집착할 때에는
      바로 그 돈, 권력 때문에 망하고 맙니다.
      그것에 눈이 어두우면 인간의 마음은 닫히고
      남을 생각할 줄 모르는 이기주의자, 구두쇠로 타락합니다. ㅡ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