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 성

그 10분 동안 바라는 것

문성식 2011. 6. 9. 17:09

 

 

 

 

 

 

 

10분? 이미 메인 디시까지 끝나고 그는 두 번쯤 수면중 무호흡이 일어날 시간.
임지나(30세 주부)

맨몸으로 뒤에서 안아 밀착해 오는 그의 전신. 그렇게 섹스에 무감한 듯 그러나 벗은 몸으로 안게 되면 그의 뜻과 상관없이 서서히 열기가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대개는 그렇게 십여 분 등에서 돌아나온 그의 손에 쥐어진 내 가슴과 내 엉덩이에 닿은, 조금씩 단단해지는 그의 페니스, 그리고 살집 많은 배가 호흡하며 닿았다 떨어지는 등의 느낌에 몇 분만 집중하고 있어도 나는 금방 젖는다. 특별한 전희가 필요한가? 뚱뚱한 그는 쓸 데없이 힘 쓰지 않아도 되고 나는 괜한 힘 쓰는 그의 몸에서 떨어지는 땀을 맞지 않아도 되니 우리의 전희는 그것으로 충분. 10분까지 참아본 적은 없다. 대개 5, 6분 안에 내가 몸을 돌려 그에게 돌격하니까.
오혜영(36세 피아니스트)

받고 싶은 것? 무릎 관절 뒤부터 발가락 끝까지 혀와 입술의 섬세하고 치밀한 애무. 지금 받고 있는 것? 성급하고 부주의한 가슴 마사지.
강선애(26세 대학원생)

전희는 외자 이름이 특이하게 들리던 초등학생 시절, 언제나 반양말만 신던 같은 반 친구이름이었는데. 전희에 관해 제대로 처음 안 것은 ‘전희 잘 하는 남자, 전희 모르는 남자’라는 한 라이선스 잡지의 기사를 읽었던, 대학시절이다. 전희는 ‘먼저하는 유희’아닌가? 그런데 그 기사를 보면 남자는 매우 조급해져 건너뛰고 싶은 단계고 여자는 길고 달콤하게 이어지길 바라는 단계였다. 왜 그런가? 전희하는 남자는 하기 싫고 전희받는 여자는 좋은 건가? 하는 사람은 안 좋고 받는 여자만 좋다면 그게 어떻게 전희겠나? 서비스지. 섹스는 누가 누굴 위해 해주고 해받으면 안되는 것, 내 생각에 그건 거래다. 그러니 서로 좋은 게 아니면 전희는 안 하는 게 차라리 낫다. 그게 여자의 성적 메커니즘상 ‘원활’한이 아닌 ‘윤활’한 단계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 단계를 위해 남자가 애써야 한다면 그들은 연인이 아니니 섹스하면 안된다. 정확하게 말해 연인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이미 서로의 몸에 흥분하지 않았다는 건데 섹스를 해야 할까? 눈빛, 냄새, 목소리 한 자락에 아랫배 밑에서 불이 확 당겨져야 하는 게 섹스다. 그러므로 전희가 10분이든 1분이든 간에 까닭이 있는, 절차상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라 생각한다면 안 하는 게 낫다. 뭘 어떻게 해 줘야 진행되는 게 섹스라면 얼마나 쓸쓸한가? 불이 확 붙어 옷을 벗고 싶은 남자가 아니라면, 그런데도 섹스하게 되었다면 차라리 서로 감흥이 있는 자신만의 그 부분을 각각 공략하여 충분히 뜨거워진 후 합체하는 게 낫다.
김희영(32세 소설가)

잊을 수 없는 전희가 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섹스라면 어떤 순간 하나가 특별하지 않겠는가만 언제나 급한 삽입만을 바라던 그가 이별 전 마지막 섹스라는 스스로의 다짐 때문이었는지 긴 시간 공들이던 그날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혼절할 것만 같은 신열로 들뜨던 그날, 그는 손바닥에 내 몸을 외워두기라도 할 것처럼 긴 시간을 썼다. 그 손이 잊혀지지 않는다. 삽입 없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던 섹스를 난 그때 확인했다. 10분? 넘었다.
조주희(35세 무용가)

 

 


Just ten minutes, Just insert!
김혜진(34세 배우)

1분: 혀를 뽑을듯 빨아대는 것 말고 사탕을 굴리는듯한 키스, 2분: 키스한 채로 가슴과 목 터치, 2분: 목과 어깨와 가슴 언저리 키스, 1분: 등을 어루만져주며 귀 가까이에서 들리는 사랑스런 숨결과 속삭임, 2분: 가슴부터 배꼽까지 크림을 핥는듯한 키스, 몇 분 남았지? 2분? 글쎄,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군. 또 할 게 뭐 있을까?
전성경(22세 대학생)

오럴, 펠라치오, 쿠닐링구스. 이름이 무엇이어도 상관없다. 삽입 전, 삽입 따위는 관심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키스하고 - 비록 그의 페니스는 일찌감치 고개를 들고 있지만 - 그곳에 머리를 박고 있는 그의 머리를 보는 것만으로 좋다. 글쎄 10분이나 그러고 있는 것은 서로의 건강을 위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지선(28세 인테리어 디자이너)

샤워. 샤워해서 온갖 냄새만 없애주고 들어오신다면 키스 없이 시작해도 띵호와다. 도대체 뭘 섞어 먹고 마셨는지 다국적 음식냄새가 풍기는 입과 땀이 났다 식었다가 반복된 것이 명백한 체취덩어리 몸, 게다가 두엄이 썩는 듯한 발냄새. 그런 상태로 너무 하고 싶었다며 눈동자에 열기를 확확 담아 접근하는데 내가 마음이 동할까? 10분 동안 씻고 오는 게 내가 바라고 바라는 전희다.
이영희(35세 출판기획자)

발가락, 아마도 섹스를 한다면 발가락일 듯. 산책 중 돌부리에 벗겨진 발가락에서 피가 나자 주저앉아 피를 빨아내던 남자친구의 입술의 느낌을 생각하면 오줌이 다 마려울 지경이다. 사람의 입 안이 그렇게 매끄럽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최정원(19세 대학생)

전희는 생략해도 괜찮다. 10분을 그에게 컨설팅한다면 후희를 권하겠다. 나는 다 식지 않았는데 다 식은 그의 ‘억지로 팔베개’는 5분을 못 넘긴다. 아무말 하지 않고 아무 동작도 없이 품에 안아 그냥 가만가만 달콤하게 내쉬는 숨과 손가락 몇 개가 움직여지는 어깨의 감촉만으로 충분히 행복할텐데. 간신히 4, 5분 넘긴 그는 화장실에 가거나 벌컥 소리를 내며 물을 마시거나 뻑뻑 담배를 피기도 한다. 공들인 전희 10분보다 사려깊은 후희 10분에 올인. 서현정(33세 스타일리스트)

사랑한다는 말. 1초도 안 걸리는 오직 그 한마디!
이지영(34세 디자이너)

그의 페니스를 내가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10분을 바란다. 다른 사람의 것을 가까이에서 본 적 없으니 비교할 수 없다고 밤낮으로 말하는데도 그는 절대로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그가 열심히 내 몸을 애무해주는 것보다도 그의 페니스를 잠깐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나는 충분한데, 그 보드랍고 말캉하다 톡톡하고 탱탱해지는 그것을 만지면 당장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달이 날 것 같은데. 크기는 문제가 아니다. 질감에 열광하는 여자들은 삽입시에도 그 크기가 아니라 입사각, 접촉시에도 그 크기가 아니라 그 사랑스런 보드라움에 주목한다. 그는 왜 그걸 모를까. 만지게만 해 준다면, 그야말로 Just ten minutes라도 그렇게 해준다면, 나는 하루도 건너뛰지 않겠다.
배영옥(31세 대학원생)

어떻게, 얼마나 하는 게 과연 중요할까? 까무러치게 좋은 사람이면 전희 없는 1분짜리 섹스도 숨 넘어갈 듯 아찔하고, 이미 다 식어버린 사람이면 전희 두 시간, 후희 세 시간, 해 뜰 때까지 섹스도 지루하고 괴롭지 않을까? 그래도 반드시 말해야 한다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안타까운 키스, 10분이 아니더라도. 그것으로 충분.
조지아(32세 기자)

지난 번 섹스의 감회 말하기. 그가 날 안고서, 내 몸에 들어왔을 때 그가 느낀 감촉, 내가 키스할 때, 내가 만져줄 때 그에게 밀려온 느낌을 말하면 그것처럼 자극적인 전희는 없다, 내겐. 그는 말하면서 상승, 나는 들으면서 무너진다. 게다가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표현이라면 더더욱 빨리 서로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정은(29세 홍보)

오일 마사지. 손이 몸을 만지는 마사지가 아니라 몸이 몸을 만지는 마사지. 미끌거리며 움직이는 그의 몸을 나도 움직이며 느끼는 감촉은 정말 백문이불여일행. 그러나 그는 싫어한다. 섹스는 언제나 침대에서 고즈넉하고 소중하게 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그에게 욕조에서의 전희를 요구하는 것은 말할 때마다 불편하다. 하지만 10분간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언제나 오일!!!
김수민(28세 아나운서)

 

 

 


은밀한 사담을 기꺼이 말해준 그녀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직업과 나이는 그대로 두고 이름은 한 글자씩
바꾸어 표기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