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왕도 없듯' 섹스도 학습이다
공자님이 말씀하시기를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이다.
섹스에 울고 웃는 것이 우리 사는 세상사 이치라면 섹스도 배우고 때로 익혀 성(性)공부를 해야만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부부사이가 좋다고 알려진 잉꼬부부라 할지라도 부부간의 섹스 트러블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부부나 가지고 있는 문제다. 섹스라는 것이 부부사이에 또는 연인사이에 가장 은밀한 행위인 데다 각자가 처한 상황들이 다르고 또 정신적인 요인들도 적지 않게 작용하며 그 무엇보다 그런 이야기를 남들에게 고민이랍시고 쉽게 털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이 부부간 섹스 트러블이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일 뿐이다.
그냥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날 갑자기 도를 터서 공부의 이치를 깨닫고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겪게 되는 다양한 성적 부조화와 갈등은 그냥 내버려둔다고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그냥 세월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말하는 조언자를 경계하라. 그것은 틀린 말이다.
완전한 부부관계, 아내의 몸과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남성, 배우자에게 식상하지 않는 매력을 지키길 원하는 여성이라면 상대의 정신적, 육체적 특성과 미묘한 심리구조를 배우고 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원만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은 상대에게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섹스에 대한 공부의 기본은 상대방의 몸을 철저히 아는 것이다. 특히 부부 성문제에서 자신은 괜찮은데 상대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수록 더 그러한 탐구를 귀찮아 하는 경향이 있다. 성적 문제를 일으키는 어떤 육체적 문제점이 있는지 알아보고 자신과 상대방의 성기구조부터 자세히 공부하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전환하자. 새로운 성적 관찰은 또한 부부관계에 중요한 결속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남녀 성기구조야 빤한 것인데 왜 자신의 성기에 대해 파트너가 더 배워야 하며, 왜 이미 알고 있는 상대방의 성기구조에 대해서도 더 배워야만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성기구조에 대한 관찰과 공부는 서로의 성기가 다른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또 그것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결혼하여 몇 십 년을 살아온 부부도 서로의 몸에 대해 피상적인 것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적 자아에 대해 충분히 교육적으로 형성이 잘 된 사람들에게 성적 무지가 쾌락추구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신의 파트너가 페니스를 무서워하지는 않는지? 오럴섹스에 대한 어떠한 견해를 가지
고 있는지? 나의 정액의 냄새에 대해 파트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내의 가슴 크기 변화에 남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런 것들은 관찰하고 탐구해야 알아지는 것이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절대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만족스러운 펠라티오를 하게 될지 공부하고, 어떻게 하면 상대가 흡족해하는 커닐링구스가 될지 연구해야 제대로 된 오럴섹스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파트너가 실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성경험이 풍부하고 개방적인 여성이라면 젖꼭지만 애무해도 성기가 젖어오며 남성의 직접적인 자극이나 남성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데 반해, 성에 무지하고 성경험이 부진한 여성에게 클리토리스를 집중공약하거나 질구로 손가락을 밀어 넣는 행위는 소위 말하는 선수가 아니면 가급적 피해야 하는 행동이라는 걸 아는 남성이 얼마나 될까?
여자의 생리주기를 읽고 그에 맞게 반응하고 좀 더 강렬하고 짜릿한 관계가 되기를 희망해야 하며, 남자가 마스터베이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나의 조루나 성교통이 파트너를 주눅 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하며, 나의 잘못된 섹스패턴이 여성을 불감증으로 만들거나 남성을 이차적인 발기부전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성행위로 생길 수 있는 질병에 대해 공부해야 하며 자극은 약하게 도구사용에는 신중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섹스는 본능적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학습된 현상이다. 인간의 섹스행동은 극히 일부분만이 본능적이다. 종족 보존의 본능으로 섹스는 학습이 없이도 수행되어질 수 있는 자연스런 일이라 가정한다면 섹스는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감정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어도 가능하다.
오늘날 섹스를 종족 보존의 관점으로만 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남자들이 여성의 짧은치마 사이로 보이는 각선미에 눈을 돌리고 옷자락에 감추어진 젖가슴을 보고 싶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마를 들치고 늘씬한 다리를, 또 브래지어를 벗겨 젖가슴을 만져보고 싶어 하는 충동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성적 행동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 젖가슴을 만지는 것과 생식기관에 흐르는 피와는 자동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을 배운다고 하면 테크닉을 배우는 것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성기능 장애 환자들이 테크닉 때문에만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섹스에 대한 공부는 부부 중 누가 해야 하냐고 질문한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두 사람 중 하나가 아닌 두 사람 다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나는 별 문제가 없는데, 남편이 성욕도 없고 발기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라든지, “마누라가 불감증이지, 나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부인하고는 처음부터 섹스가 맞지 않았다거나 남편과는 아무 감흥이 없다거나 해서 외도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섹스가-그게 성적인 욕구 해소만을 위하든, 아니면 감정적인 결합까지 동반되었든 간에-배우자와의 사이에 친근감을 해치는 가장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배우자 외에 성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관계를 청산하고 섹스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도의적인 태도가 자기 자신에게도 정직한 일이다.
/ 이코노미플러스
김경희 코넬여성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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