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부부가 싸운 후 프랑스 사람은 애인한테 찾아가고
미국 사람은 변호사한테 찾아간다고 한다.
한국 사람은 포장마차를 찾아가거나 홧김에 서방질하다는 말도 있다.
‘칼로 물베기’, 언제 싸웠느냐는 듯 하나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번 잘못 싸운 것으로 파경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부부는 적이 아니다. 동반자이다.
그런데 싸울 때 보면 사랑과 이해, 교양이나 학벌과는 거리가 멀다.
무찌르자 오랑캐, 마치 적과 싸우는 꼴이다.
너죽고 나죽고, 죽기 아니면 살기, 끝장보려는 싸움이다.
그러니 막말을 한다. ‘이들이 정말 부부맞나’하는 의심이 간다.
싸운 원인은 어디 가고 말꼬리 싸움을 한다.
싸우는 것도 대화이다. 싸움이 안되는 부부가 문제이다.
잘 싸우고 나면 더욱 가까워지는 게 부부이다.
정말 금슬이 좋아서 싸우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싸우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라고 말한다면
그런 사람 대부분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쪽은 싸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한쪽의 말은 다르다.
싸워 봤자 얻을 것도 없으니 갈등하면서 참고 싸우지 않는 것이다.
싸우며 살아도 행복한 가정이 많다.
싸움을 통해 쌓인 감정과 스트레스를 털어 버리고
이해와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필요도 알게된다.
일방적 부부싸움은 파멸을 가져온다.
도박이나 경마는 한 사람이 따면 한사람은 잃는다.
바로 ‘zero-sum game’이다.
한쪽이 지고 한쪽이 이기는 부부싸움은 모두가 진 싸움이다.
내가 잘 한 일도 내가 잘못했다고 해봐라. 말로 지고 사람을 얻게된다.
잘못한 일이 없어도 잘못했다고 먼저 말하는 남편 앞에
아내는 시집 잘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편이 훌륭하게 보인다.
아내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상대방의 필요가 무엇인지,
왜 싸웠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둘 다 이긴 싸움, ‘Win-Win game’ 이다.
싸우되 부부싸움의 원칙을 지켜라.
경기에도 룰을 벗어난 선수는 실격이다.
바로 건강한 부부싸움의 원리가 있다.
1. 지나치게 큰소리치지 말라.
호떡집에 불이 났거나 도둑이 들어 왔을 때 큰 소리를 처라.
2. 피붙이 가족을 거론하지 말라.
처가쪽, 친가쪽 가족을 들먹이는 것은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아픔이다.
3. 약점이나 허점을 들먹이지 말라. 그것은 인격모독이 상처가 될 뿐이다.
4.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금물이다.
사람은 개, 돼지가 아니다. 두들겨 패서 고칠 수 없다.
5. 폭언이나 막가는 말을 하지 말라.
이혼을 거론하거나 찢어지자는 등 극단적 말은 회복을 힘들게 한다.
6. 문제만 이야기하고 사랑을 공격하지 말라.
7. 링 안에서 싸우자. 친정이나 처가로 가는 것은 장외 게임으로 반칙이다.
8. 관객이 없이 싸워라. 자녀들 앞에서 싸우지 말라.
자녀들의 정서가 망가지게 된다.
9. 한가지 사건으로만 싸우자. 극장도 일류극장은 한가지만 상영한다.
여러 가지를 거론함은 3류 인생이나 할 것이다.
10. 그날 일어난 그 사건만 이야기해라.
24시간 경과한 것은 공소시효가 소멸된 것이다.
과거의 회상열차는 끝이 없다.
11. 변명하려하지 말고 상대를 이해하려는데 초점을 두어라.
12. 말꼬리 싸움은 유치한 것이다.
감정에는 윤리가 없기 때문에 고조된 감정에서 던진 한마디가
말싸움으로 격앙될 뿐이다.
13. 다르다는 것을 수용해라. 차이점을 인정하는 것은 지혜로운 자의 덕목이다.
용서를 구하고 피차 용서해라.
14. 기와 자존심을 세워줘라. 자존심이 꺾이는 순간 배우자로서의 매력도 상실한다.
15. 시작이 있었던 것처럼 싸움의 끝을 맺어라.
분을 품고 침상에 들지 말라. 끝을 내는 확실한 방법은
실력있는 자가 먼저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다.
16. 부부싸움은 ‘Win-Win game’이어야 한다
. ‘zero-sum game’은 둘 다 지치는 것이다.
부부싸움은 도박과는 다르다. 배우자의 의욕상실은 결국 나의 손해일 뿐이다.
부부싸움도 교양있게 신사적으로 싸우는 것이다.
일방적이거나 한쪽이 해볼 수 없는 막가는 식의 싸움은 부부싸움이 아니다.
개들의 싸움판이다. 곱게 싸울수록 더욱 성숙한 부부 생활을 한다.
싸우고 난 뒤 금방 웃어도 흠이 되지 않는 것이 부부다.
지천명을 지나 이순에 이르니 “그래 아내 이겨서 뭘 하겠나.
저 주는게 이기는 것이지” 하는 생각을 한다.
아니 더 늙어서 구박받지 않으려면,
그리고 생존전략을 위해서도 져줄 수밖에 없지 않나.
아내에게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터득한 남성들이여,
그대는 이기고 있노라, 그리고 철이 들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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