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어떤 나무의 분노

문성식 2022. 3. 22. 08:33


        어떤 나무의 분노 보라! 내 이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그저 늙기도 서럽다는데 내 얼굴엔 어찌하여 빈틈없이 칼자국뿐인가. 내게 죄라면 무더운 여름날 서늘한 그늘을 대지에 내리고 더러는 바람과 더불어 덧없는 세월을 노래한 그 죄밖에 없거늘. 이렇게 벌하라는 말이 인간헌장의 어느 조문에 박혀 있단 말인가. 하잘것 없는 이름 석 자 아무개! 사람들은 그걸 내세우기에 이다지도 극성이지만 저 건너 팔만도 넘는 그 경판 어느 모서리엔들 그런 자취가 새겨 있는가. 지나간 당신들의 조상은 그처럼 겸손했거늘 그처럼 어질었거늘.... 언젠가 내 그늘을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 나는 증언하리라 잔인한 무리들을 모진 그 수성들을. 보라! 내 이 상처투성이의 처참한 얼굴을.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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