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이 건강해야 전신이 건강하다. 심장 건강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하지만, 식이조절을 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근 나온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심장에 도움을 주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알아본다.
◇심장 건강에 좋은 식품
▷푸른색 채소·콩·과일=푸른색 채소, 콩, 과일에 많은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팀이 2016∼2018년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참여한 40∼79세 남녀 3697명(남 1606명, 여 2091명)을 대상으로 혈중 엽산 농도와 심혈관질환 위험 사이 상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혈중 엽산 농도가 1ng/㎖ 증가할수록 10년 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는 0.36%씩 감소했다. 유 교수팀은 연구 대상자를 각자의 혈중 엽산 농도에 따라 네 등급으로 분류했다. 혈중 엽산 농도가 가장 낮은 1등급 남녀의 10년 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혈중 엽산 농도가 가장 높은 4등급 남녀보다 5.1배 높았다. 유 교수팀은 논문에서 엽산이 부족하면 체내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호모시스테인은 혈관에 독소로 작용한다. 반대로 엽산을 보충하면 체내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낮출 수 있다.
▷지중해식 식사·붉은 고기=지중해식 식사와 함께 쇠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색 고기(적색육)를 적당량 섭취하면 심장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적색육이 심장 건강을 해친다는 기존 건강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미리 혈액 시료를 채취한 59명의 참가자에게 네 가지 형태의 식단을 차례로 제공했다. 각 식단은 4주간 유지됐고, 다음 식단으로 넘어가기 전에 1주일의 휴식 시간을 거쳤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에게 하루 섭취 열량의 41%를 지방, 42%를 탄수화물, 17%를 단백질에서 얻는 지중해식 식사를 제공했다. 첫 4주간 연구 참여자는 미국식 식사를 했다. 적색육인 쇠고기를 별도 섭취하진 않았다. 다음 4주마다 쇠고기를 각각 하루 14gㆍ71gㆍ156g씩 섭취했다. 지중해식 식사와 쇠고기 섭취 후 참가자 모두의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미국식 식사를 했을 때보다 떨어졌다.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시기는 하루 14g 또는 71g의 쇠고기를 섭취한 기간이었다. 이는 지중해식 식사에 적당량의 살코기를 포함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장 건강에 나쁜 식품
▷정제된 곡물=캐나다 맥마스터대학 연구팀 등 공동 연구팀은 21개 국가에서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35~70세 13만7130명을 대상으로 정제된 곡물, 통곡물, 백미 섭취와 심혈관 질환 및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약 9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정제된 곡물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하루에 350g 이상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하루에 50g 미만 섭취한 그룹)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33% 높았고 사망 위험은 27% 높았다. 또한 정제된 곡물을 많이 섭취할수록 혈압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정제된 곡물이 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과 사망률을 높이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제된 곡물에 들어 있는 단순당은 몸에서 소화·흡수되는 속도가 빨라 체내 혈당을 급격히 높인다. 급격히 오른 혈당은 규칙적인 인슐린 분비를 방해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내장지방이 증가한다. 이때 당뇨병이나 비만 위험이 커져 혈관 건강이 악화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